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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n 14. 2023

[블야 섬&산 76좌] 인천 대청도 삼각산(343m)

  백령도에서 일곱 시 배를 타고, 대청도로 이동했습니다. 



대청도

인천에서 서해 최북단 백령도 방면으로 이백십일 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대청면은 대청도와 소청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어업과 농업이 주업으로 팔십 년대 말까지는 홍어잡이가 크게 성황을 이루었던 지역이고 현재 우럭, 광어, 노래미, 삼세기 등 다양한 어종이 어획되고 있습니다.



  약 이십 분 후, 선착장에서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원래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마을버스를 타려면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사정을 설명하자, 고맙게도 해설사 선생님이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그럼, 내가 태워 줄게요. 내 차 타요!"

그녀의 차를 타고, 삼각산 들머리인 매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매바위 전망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형상을 닮은 매바위와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전망대 좌측 편을 바라보면 매와 흡사한 형태로 날개를 펼치고 누워있는 모습의 매바위가 보입니다. 부리와 머리, 몸통의 형상이 독수리를 닮았다고도 하여 수리봉이라고도 불립니다.


매바위의 유래

매바위 전망대에 올라 경관을 바라보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형상을 닮은 매바위가 보입니다. 예로부터 대청도는 송골매의 일종인 '해동청'의 채집지였다고 합니다. 대청도 서내동(대청 1리)에는 '매막골'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어, 예부터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매막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귀족층에서는 매사냥이 성행하였는데 고려 충렬왕은 매 사육 및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기까지 하였습니다.


매사냥

매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빠른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송골매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새로 먹이를 쫓아가는 속도가 370km/h까지 된다고 합니다. 이 속도는 우주 왕복선이 이착륙할 때 속도와 맞먹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매사냥 그림이나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의 매사냥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매사냥이 성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문화 중 하나인 대한민국의 매사냥은 전통적 가치와 희귀성을 인정받아 이천십 년 십일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해동청(송골매의 일종)은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을 막기 위해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보호되고 있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밝고 경쾌한 목소리의 소유자였습니다.

  "여기 살면, 정주금이라는 걸 받아요."  

  "정주금이요? 처음 들어요."

  "정착 생활비요. 어르신들 집게 들고 청소하는 일자리 알죠? 우린 집게 부대라고 불러요. 정주금 받고, 청소하면 어르신들은 그냥저냥 지내실 만하거든."

  "섬에 살면서 받는 혜택이로군요. 왜 여기에 정착하게 되셨어요?"

  "원래는 장사를 했는데, 교통사고 당하면서 접었어요. 해설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아요."

  "힘든 시간이 있으셨군요......"

  "하산할 때 이 계단으로 내려오면 돼요. 꼭 서풍받이에 들려요. 멋있어요! 동백 군락지는 안 볼 거죠?"    

  "동백은 그간 많이 봤어요."



서풍받이

약 팔십 미터에 이르는 절벽이 중국에서 서해로 거쳐 부는 세찬 바닷바람을 받아 서풍받이라고 불립니다. 깎아지른 웅장한 수직절벽이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해안절벽이 둘러싸여 있어 경관이 아릅답습니다. 돌출해안과 웅장한 절벽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또한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곳으로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생선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렁이는 푸른 파도를 벗 삼아 서해바다의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서풍받이 덕에 바람을 받지 않는 반대편은 울창한 숲입니다. 삼각산과 서풍받이를 잇는 길은 대청도가 자랑하는 '삼서 트레킹' 코스입니다.


동백나무 자생북한지

자생북한지는 사람의 개입 없이 식물 군락이 살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을 말합니다. 이곳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입니다. 천구백육십이 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약 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변성퇴적암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생흔화석 등 희귀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질을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최근에 이르러 희귀한 지질학적 특징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천십사 년부터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했으며, 이천십구 년 유월 국가 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습니다.



  해설사 선생님과 헤어진 후, 홀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모양이었습니다. 시끄러워서, 일부러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습니다. 러브 브릿지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다리를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한낱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길 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이루어진 거 아닌가? 이 먼 곳까지 오려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목적지인 삼각산은 고작 약 삼백오십 미터인 낮은 산이지만, 오르막길이 이어져 숨을 헐떡였습니다.

  '뭐야, 얕봤는데 힘들잖아? 헉헉!'


사랑 기(氣) Road

<사랑을 이루기가 쉽지 않지요? 힘을 내서 어서 사랑을 쟁취하세요!!>


  팻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랑을 쟁취할 기운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요!'



<이곳은 원나라 황제였던 순제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머물렀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팻말을 또 발견했습니다.

  '황제가 여긴 웬일이지?'  



원 순제 설화

원나라 순제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인 황후 손에서 자랐습니다. 황후는 자신이 아들을 낳자, 모략을 꾀하여 태자인 순제를 대청도로 귀양 보냈습니다. 순제를 따라온 사람들은 육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처음 대청도 옥죽포에 정박한 후, 양지동 대청초교에 터를 잡아 궁궐을 짓고 거처했습니다.

순제의 사정을 알기 위해 황후는 사람을 보내 정탐했습니다. 순제가 산림이 울창한 아름다운 대청도에서 편히 지낸다는 보고를 받은 황후는 황제의 편지를 조작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황제가 중병에 걸려 태자의 눈을 먹어야 낫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제는 지극한 효심으로 자신의 두 눈을 뽑아 보냈습니다. 다행히, 유모가 몰래 자신의 젖을 받아 태자의 눈을 담가서 보관했습니다.

순제는 얼마 후, 본국으로 귀환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귀국길에서 해주의 한 암자에 당도했으며, 암자 주지의 안내로 용당포에서 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순제가 본국에 돌아오자, 유모는 보관한 태자의 두 눈을 넣어 앞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황제에 즉위한 순제는 귀국길에 도움을 받은 해주 암자 주지의 공을 기리기 위해 그곳에 절을 지었습니다. 이 절이 신광사입니다.

순제는 대청도에 머물던 중 소청도 분바위에 자주 들러 주연(酒宴)을 펼쳤는데, 그가 거닐던 발자국과 떡시루를 놓았던 자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전합니다.



  '눈알을 뽑다니, 징그럽다...... 어디까지나 설화니까 망정이지! 눈알을 다시 넣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드디어, 정상에 닿았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넘실거리는 하늘보다 짙푸른 바다와 선명한 녹음을 바라보니, 유쾌했습니다. 소란함을 피해 일부러 늑장을 부렸기에, 앞선 등산객들은 모두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그런데, 하산할 때 이정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삼색병꽃과 고추나무꽃이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하산한 곳에는 난데없이 식당과 정자가 있었습니다.

  '왜 지도의 안내와는 다른 거야? 이쪽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아까 등산객들 따라갈 걸 그랬나......'

결국, 해설사 선생님이 추천한 서풍받이를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아직 배 시간까지 여유가 많았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니, 동네 어귀에서 짧은 머리칼을 빨갛게 염색한 아주머니 한 명이 혼자 걸어왔습니다.

  "서풍받이 가려는데, 가능할까요? 오후 두 시 배 탈 거예요."

  "거긴 이쪽 길이 아닌데...... 시간 촉박해서 안 돼요."

  "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나랑 점심 같이 먹어요."

  이렇게 도민과 초면에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당에 걸어가는 도중, 아주머니의 남동생이 트럭을 몰고 지나갔습니다. 도민과 초면에 차를 얻어 탔습니다. 남동생은 오십 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봤습니다. 민망했습니다.

  "길에서 주운 아가씨야. 같이 밥 먹으려고."

  분명 말은 내가 먼저 걸었는데, 오히려 아주머니가 나를 주웠다고 하니 표현이 재밌었습니다.

  중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아주머니와 부군, 남동생, 인도네시아에서 온 일꾼 한 명과 마주 앉아 식사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전날 음주한 탓에 짬뽕 한 그릇을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대청도에서 사신 오래되셨어요?"

  "아니, 몇 년 안 됐어. 정부에서 지원금 사천만 원 받고, 집을 직접 지었어."

  "우와, 사천만 원이요? 대박!"

  "집 짓는데 돈 훨씬 많이 들어."

   식사를 마치고, 대청도를 관광했습니다. 아주머니와 부군은 신혼이었습니다. 다정해 보였습니다. 지두리 해변을 둘러보고, 광난두 정자로 이동했습니다.



지두리 해변

'지두리'는 문짝의 경첩을 뜻하는 대청도의 사투리입니다. 해변의 모양이 경첩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성분의 지층이 매우 큰 압력에 의해 구불구불하게 구부러지고, 또 강하게 접힌 현상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바위를 지표면에서는 매우 딱딱하지만 지하 깊은 곳에서는 높은 온도로 인하여 흐물흐물한 상태가 되어 쉽게 구부러지게 됩니다. 지두리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지층들은 과거 이 지역이 지하 깊은 곳에 위치했었음을 보여줍니다.


기르마가리

푸른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절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석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절경을 이룹니다. 낚시를 즐기기에 좋은 천혜의 낚시터입니다.



  남자 해설사 선생님이 기르마가리의 뜻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기르마가리는 형상으로 지명을 유추할 수 있는데, 소의 안장으로 보이는 길마봉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길마의 순수 우리말 '기르마'에서 변음하여 기르마가리가 됐습니다. 길마는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합니다.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 참 잘해주시네. 그런 뜻인지 오늘 처음 알았네! 그런데, 해풍 때문에 서늘하다."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시원해서, 딱 좋은데!"

부군이 대답했습니다.

  "저도 춥네요......"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서둘러 차에 다시 탔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옥죽동 해안사구였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기분 좋게 걸었습니다. 한낮의 여유로움을 만끽했습니다.


옥죽동 해안 사구

옥죽동 해변 뒤에 형성된 길이 일점육 킬로미터, 폭 육백 미터의 모래언덕입니다. 바닷가 모래가 바람에 날려와 쌓이며 형성되었습니다. 중동의 사막과도 같은 이국적 분위기를 지녀 '한국의 사하라'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아주머니의 지인으로부터 별안간 연락이 왔습니다.

  "만두만 주문해! 아가씨, 만두 먹을래요?"

  "네, 좋죠."

식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호의를 거절할 순 없어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아까 식사했던 중식당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공짜 음식을 얻어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몫의 짬뽕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만두만 시키라니까, 짬뽕은 왜 시켰어?"

  "점심을 안 먹은 줄 알고, 주문했지."

아주머니의 지인들 중 한 명이 대답했습니다.

  "이미 먹었다고, 아까 말했잖아?"

아까운 음식을 다 버리게 생겼습니다. 중식당 사장님이 다가왔습니다.

  "짬뽕 한 그릇은 값 안 받을게요."

  "내가 거절할 줄 알았지? 거절 안 할 거지롱! 내가 계산할게."

아주머니가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그녀의 장난기를 보며, 헛웃음 지었습니다.



농여 해변

농여 해변은 썰물 때 드러나는 광대한 풀등과 지층이 구부러진 후 만들어진 해식 기둥인 나이테 바위(고목 바위)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나이테 바위는 대청도 전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암과 사암으로 구성되며, 기준에 수평으로 쌓인 지층이 습곡작용으로 구부집니다. 상부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풍화되어, 마치 지층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이테 바위를 지나면, 많은 양의 모래가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래 언덕을 수직으로 파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사층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모래들은 옥죽동 해안 사구까지 이동하여 쌓이게 됩니다.



  아까 들렸던 옥죽동 해안 사구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이윽고,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아주머니가 먼저 연락처를 물었습니다.

  "섬에 살면, 엄청 지루해. 이렇게 외부인이 왔다 가면, 굉장히 반갑지! 대청도에 볼거리가 참 많아. 다음엔 혼자 오지 말고, 친구들이랑 대청도 다시 놀러 와!"  




삼색 병꽃 나무(1)
삼색 병꽃 나무(2)
삼색 병꽃 나무(3)
야광 나무(1)
야광 나무(2)
야광 나무(3)
고추 나무 꽃(1)
고추 나무 꽃(2)
완두콩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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