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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26. 2023

군산 시간 여행(1)

  부안에서 일정을 마치고, 군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동선은 가까운 편입니다. 금요일 밤 하루를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고,  토요일 아침 일찍 군산 관리도 깃대봉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부안을 떠나기 전, 휴대전화를 확인했습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연락이 와있었습니다.

  "조식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드실 건가요? 오늘 오후 다섯 시 전까지 답변 주세요." 

하지만, 이미 다섯 시가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앗, 부안 여행 중이어서 늦게 확인했네요. 지금 군산행이요. 조식으로 뭐 나오나요?"

  "빵과 과일이요."

  "토요일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산행 갈 예정인데, 혹시 포장될까요?"

  "포장은 안 됩니다."

  "산행 갈 때 간식이 꼭 필요해서 그래요. 제가 직접 포장해 갈게요!"

  "그건 곤란해요."

의아했습니다.

  '손님의 편의를 최대한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닌가? 조식은 애초에 포함 항목도 아니었고, 무료로 제공되는 거라면서 오히려 기분만 상하게 하잖아! 빵과 과일이 대체 왜 포장이 안 된다는 거야? 그냥 단순히 싫어서 그런 것 같은 느낌인데......'

언짢았습니다.

  "네, 알겠어요. 조식 안 먹을게요. 까짓것, 그냥 편의점에서 간식 사면 되죠. 괜찮아요. 그냥, 잠만 잘게요."


  군산에 곧 도착했습니다. 숙소 인근에 주차한 후,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분식집에 부리나케 들어가 떡볶이를 주문했습니다. 잔뜩 굶주려서, 맛집을 검색할 기운도 없었습니다.

  '군산까지 여행 와서 고작 떡볶이라니! 혼자 왔으니, 별 수 없지. 그냥 끼니만 때우자.'

헐레벌떡 음식을 먹는데,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숙박비를 환불해 드릴게요. 다른 곳에서 숙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숙박할 곳이 없는데요? 이미 다 예약 마감됐고......"

  "슈히 님은 오늘 숙박 안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법이 어딨어요? 지금 이게 맞는 상황인가요?"

  "이만 오천 원의 백삼십 프로 환불해 드릴게요."

  "삼만 육천 사백 원? 이걸로는 어디서 숙박 못 해요. 모텔비는 오만 원 이상인데."

  "그건 알아서 하세요."

  "슈히 님을 오늘 손님으로 받으면, 제가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그래요."

  "제가 지금 따지러 가도 되는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까지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오."

  "저기요, 사장님! 저는 조식 안 먹어도 된다고 했잖아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이유가 뭔가요? 지금, 엿 먹으라는 건가요? 멀리서 온 사람한테? 피곤한 사람한테 잠을 다른 데서 자라고요? 잘 곳도 없는데요?"

  "그건 사정에 맞게 하셔야 될 것 같네요."

  "이건 사장님이 변덕을 부리시는 거죠! 환불 안 해주셔도 되고요, 저는 예정대로 거기서 숙박하겠습니다. 경찰 대동하고 행패 부리면 되는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어차피, 제 계좌 번호 모르시잖아요? 그렇죠? 그럼 환불이 안 되겠네요."

  "카카오 톡으로 보내면 되죠."

  "그거 거절하기 기능 있잖아요. 저는 거기서 오늘 묵겠습니다. 계약대로 하시죠!"

  주인아주머니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기가 막히네......"


곁에서 대화 내용을 듣던 분식집 사장님이 다가왔습니다.

  "손님한테 왜 그리 사납게 대하지? 그 여자, 그리 안 봤는데......"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사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갱년기 스트레스를 손님한테 푸는 거 아니에요?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먹던 음식을 마저 먹었습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인근 게스트 하우스를 본인의 사비로 예약했으니, 거기서 묵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성질 같아선 영업장에 찾아가 깽판을 놓고 싶었으나, 기진맥진해서 그만뒀습니다. 꼴도 보기 싫은 건 피차 마찬가지였으므로, 순순히 지시에 응했습니다.


  그날 밤, 울화통이 터져 밤잠을 제대로 못 이뤘습니다. 선잠을 자다 깨다 반복했습니다. 이른 새벽, 자리에서 미련 없이 일어났습니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군산 관리도 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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