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통영 사량도(상) 지리산

by 슈히

이천십구년 삼월, 등린이 시절이었다. ‘ㅎ’산악회를 통해 사량도에 갈 기회가 있었다. 사량도는 경치가 아름답지만, 굉장히 험하다고 들었다. 무리하기 싫어서, 일부러 가지 않았다. 언젠간 가겠지 싶었고,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그간 사량도에 갈 기회가 통 없었다. 이천이십삼년 일월, 섬 산행을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냈다. 한 달 내내 열심히 통영에 드나들었다.

원래 두미도에 먼저 가려고 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새벽 세 시에 집을 나서려는데, 자동차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동장군 때문이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보험사에 연락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통영항에 여섯 시 삼십 분까지 도착해야 여유롭게 두미도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약 삼십 분가량 시간을 까먹은 후였다. 어쩔 수 없이 통영항보다 가까운 가오치항으로 향했다. 일곱 시 배를 탔다.

해가 두둥실 떠올랐다. 날씨는 화창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기분만은 유쾌했다. 드디어, 사량도에 닿았다. 여자 셋이 온 무리가 있었으나, 소란스러워 보여서 일부러 피했다.

대개 방문자들은 금평항에서 버스를 타고, 수우도 전망대에서 하차한다. 돌산을 오르면, 정상인 지리산에 금세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인터넷에서 등산객들이 공유한 자료를 참고했으나, 어디에도 그런 구체적인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량면사무소를 지났다.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마주 보며 끽연 중이었다.

“지리산 가려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그러자, 한 명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직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가보진 않았는데 저쪽일 거예요.”

굳이 묻지도 않은 정보를 그는 늘어놓았다.

‘어차피 등산할 생각도 없으면서. 새해인데, 금연이나 좀 하지!’

사량도에는 두 대의 버스가 있다. 한 대는 상도를 시계 방향으로 주행하고, 다른 한 대는 하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운행한다. 배차 간격은 한 1시간이었다.

“여기서 수우도 전망대까지 걸어가면, 오래 걸릴까요?”

편의점 아주머니에게 질문하자, 무뚝뚝한 그녀는 대답했다.

“한 시간 꼬박 걸려요.”

여자 혼자 왜 섬에 왔지, 하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였다.

애초에 상도와 하도를 모두 둘러볼 계획이었으므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옥녀봉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주변은 고요했고, 인적이 없었다.

하늘을, 바다를, 산을 오로지 독차지할 수 있었다. 꽁꽁 싸매고 있던 겉옷을 하나씩 벗었다. 모자도 벗고, 장갑도 벗었다. 옥녀봉을 지났다. 휴대전화에서 지도를 보며 방향을 가늠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겠지?’

누구 물어볼 이 하나 없어서, 내내 불안했다. 흔들 다리에서 만난 해풍은 유독 심술궂었다.

‘설마, 여기서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혹여 위험에 처해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대조차 전혀 없었다.

옥녀봉을 지나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야영 및 취사 금지라는 경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중에 사량면사무소에 문의하니, 과태료가 삼십만 원 미만이라고 했다. 넘어질까 봐 조심하며, 엉금엉금 네다리로 기어 계단을 지났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올랐던 가파른 계단이 문득 떠올랐다.

가마봉을 들렸다. 지리산까지 가는 길은 아직 한참 멀었다. 섬이라고 해서, 높이가 낮은 산이라고 해서 단연코 수월하지만은 않다.

혼자라서, 무척 외로웠다. 추워서, 목적지가 더 멀게만 느껴졌다. 잠시 쉬며 귤 두 개를 까먹고, 부지런히 걸었다.

달 바위를 만났다. 달의 형상을 닮아 달 바위라고 부른다고 했다.

‘전혀 달처럼 안 보여!’

과거에는 달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현재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오랜 세월 동안 형태가 변형됐을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지리산에 도착했다.

‘드디어 해냈어!’

감격에 겨웠다.

정상석과 내 모습을 한 화면에 담으려고 노력했으나, 정상석이 너무 낮아서 한참 애먹었다. 정오의 햇살은 뜨겁고 눈부셔서, 오래 촬영하기도 역시 힘들었다. 사진 속 여자는 이마와 코, 두 뺨이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즐거워 보였다.

종주를 마쳤다. 수우도 전망대로 하산하는데, 굉장히 험했다. 사량도 지리산을 왜 험하다고 하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여기서부터 등산했으면, 훨씬 더 고생했겠네! 어, 근데 여기가 맞는 길인가?'

위험 구간이라는 경고 이정표가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럼 그렇지……. 우회로를 찾아보자. 여기서 발이라도 헛디디면 끝장이야!’

말라비틀어진 고사리들이 돌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휴, 여기서라도 살아보겠다고 붙어 있는 걸 보니, 안쓰럽네.’

어디선가 낮고 부드러운 곡조가 들렸다.

‘응? 인근에 절이 있나?’

고개를 들어 소리의 출처를 찾으니, 스테인리스 기둥이 하나 우뚝 솟아 있었다. 균일한 간격으로 뚫린 구멍 몇 개를 바람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연주 중이었다. 기가 막혀서, 그만 웃고 말았다.

“뭐야, 이게 악기였어? 어머나!”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오후 한 시였다. 오전 여덟 시부터 등산했으니,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수우대 전망대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자가용 두 대와, 오토바이 두 대가 지나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사량면사무소에 전화해 문의했더니, 버스는 한 시간 후에 올 예정이라고 했다.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하도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택시를 탈까 싶어 콜밴 기사에게 전화했다.

“여기 수우대 전망대인데, 금평항까지 갈 수 있을까요?”

“이만 원이요.”

“저 혼자인데, 너무 비싸네요. 현금 드릴 테니, 좀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협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돈지 마을에 닿았다. 무릎이 아파서, 더 못 걸을 것 같았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어서, 잔뜩 굶주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배낭에서 간식을 꺼내 먹었다.

콜밴 기사에게 다시 전화했다.

“오전에 지리산 다녀왔는데, 칠현봉까지 갔다 배 타고 육지로 나갈 수 있을까요?”

“가능하죠.”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음성은 확신이 부족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그녀는 만류했다. 무리하면 몸이 상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할머니의 조언을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 등산하면서 몸 다치고 건강 잃으면, 결국 손해이다. 운 좋게 귀인을 만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금평항행 버스를 탔습니다. 고작 구백 원이었다. 택시비와 비교하면, 대단히 저렴했다. 오후 네 시 배를 타고, 무사히 뭍으로 돌아왔다.

가오치항에 도착하자, 오십 대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혼자 오셨어요?”

“네.”

“대단하시네요!”

두 눈동자는 경이감이 묻어 있었다.

“아, 너무 힘들었어요! 몇 명이 오셨어요?”

“저희는 남자 셋이요. 일박이일 머물려고요.”

‘내가 거기 끼면, 적격인데!’

평소 같았으면 이처럼 농담을 던졌겠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는 털끝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고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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