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연흥도 좀바끝과 순천 미남들

by 슈히

졸음 운전하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두 시간 남짓 달렸다. 도착하니 정확히 오후 두 시, 약속을 딱 지켰다. 초면이라 얼굴을 몰라서, 앵훈 님에게 전화했다.

앵훈 님과 승오 님도 서로 초면이었지만, 같은 지역 거주자이면서 동갑이었다. 승오 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둘이 함께 신양 선착장까지 왔다. 빛날에게 앵훈 님에 대한 칭찬을 들은 터라, 내심 기대 중이었다.

자가용에서 내려,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빛날이 앵훈 님 칭찬 많이 하던데요?”

“안녕하세요. 뭐라고 했는데요?”

“잘 생겼다고요!”

과연 칭찬 들을 만한 빛나는 외모였다. 사십 대로는 보이지 않는 동안이면서, 남자치고는 드문 흰 피부였다.

“이종격투기의 김동현 선수 닮았네요!”

“에이, 아니에요! 그 선수 실물 본 적 있는데, 사납게 생겼던데요?”

배는 출발 예정보다 일찍 출항했다. 선장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뱃삯은 왕복 오천 원이었다.

‘뭐야, 왜 벌써 가?’

약 5분도 채 안 돼서, 배는 목적지에 닿았다.

“이 정도 거리면, 헤엄쳐서 갈 수 있겠는걸요?”

승오 님이 농담을 던졌다.

낮 기온은 따사로웠고, 화창했다. 유채꽃이 넘실거리는 황금벌판을 마주했는데, 관광객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기념 촬영 중이었다. 부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그 모습을 보자 마냥 부러웠다.

‘아, 나도 연인이랑 와야 하는데! 응? 아니지! 곁에 남자가 둘이나 있잖아!’

빠르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 우리도 같이 사진 찍어요! 오빠들, 몸에 손 좀 잠깐 대겠습니다!”

장정들을 양옆에 세우고, 그들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승오 님은 활짝 웃었지만, 앵훈 님은 어색한지 표정이 복잡 미묘했다.

전망대에서도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동갑내기 두 남자의 다정한 뒷모습을 찍었다.

“슈히 씨도 앵훈이랑 한 장 찍어요!”

“그럴까요?”

“와, 웨딩 촬영 같다!"

수줍어서, 그저 웃기만 했다. 과연 승호 님이 찍어준 사진은 꽤 분위기 있어 보였다.

좀바끝에 도착해 간식을 먹었다. 승오 님이 육포, 초콜릿, 젤리 등 간식을 한아름 안겼다.

”이거 저 혼자 다 먹어요?“

”네, 다 드세요!”

“고맙습니다! 식량이 생겨서, 좋네요.”

해변을 지나는데,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에 의하면 이곳에 미술관이 하나 있다고 했다.

“잠깐만요! 여기가 미술관인 것 같아요. 잠깐 둘러보고 가요.”

하마터면, 그냥 무심히 지나칠 뻔했다. 벽화에는 소녀가 미소 짓고 있었고, 조각상도 듬성듬성 보였다. 미술관 실내로 들어가 전시관을 한 바퀴 훑었다. 주로 식물과 꽃을 주제로 그린 작품들이었고, 작가는 여러 명이었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 시간을 보니 아직 다음 배 시간이 한참 남았다. 막배는 오후 여섯 시였다.

“여기 또 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못 가본 곳을 마저 걸을까요?”

오빠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승오 님이 선두, 앵훈 님이 중간으로 앞섰다. 후미를 따랐다. 사 월인데도, 체감은 벌써 여름 같았다.

“아, 더워요!”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한 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교대 근무하니까, 잠이 잘 안 와요.”

앵훈 님이 말했다. 대부분의 교대 근무자들이 겪는 괴로움이라고 했다.

“여순광 여자들이 콧대가 높아요.”

“그래요? 왜요?”

“남자들이 돈을 잘 벌거든요.”

이성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의 속성은 참 흥미롭다.

뭍으로 돌아오자, 산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빠들은 하염없이 연기를 바라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산불이었다.

앵훈 님이 아귀찜을 승오 님은 후식으로 음료를 샀다.

“좋은 곳 데려가 줘서, 고마워요.”

좋은 날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거웠고, 더불어 먹을 복까지 푸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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