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길, 여수 비렁길(2)

by 슈히

토요일에 순천 정원 박람회를 관람 후, 순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묵었다. 입실 절차를 밟으려고 일층 사무실에 가자, 전라남도 외 지역의 거주자는 현재 숙박비 이만 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순천시에서 진행하는 행사였다.

“와, 횡재했네요! 좋은 이벤트로군요.”

더운 방에서 푹 쉬고, 예정보다 일찍 숙소를 나섰다. 백야도 선착장에 일찍 도착했다. 광양인 두연과 합류해 오전 아홉 시경 배를 타고 금오도로 향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보고 말리라!’

함구미 선착장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비렁길 사 코스에 내렸다. 오 코스부터 역순으로 사, 삼을 걸으려고 했으나, 버스 기사님이 조언했다.

“비렁길 오 번은 바다가 안 보여요. 비추천해요. 오, 사, 삼 코스를 모두 가기엔 시간이 부족할 거예요. 사, 삼 코스만 가고, 미역 널방 가세요. 그럼, 시간 충분해요.”

“고맙습니다!”

“아가씨가 손님 많이 데려올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네요.”

“그러셨어요? 저 지난달에 일곱 명이서 왔다 갔는데요.”

“…….”

“고맙죠?”

“네, 열심히 살겠습니다!”

기사님이 지인과 순천 정원 박람회에 대해 대화하길래, 아는 체했다.

“저, 거기 어제 다녀왔어요!”

“지금 자랑하는 거예요?”

“네! 부럽죠?”

버스에서 내려 비렁길 사, 삼 코스를 거닐며, 자연을 즐겼다. 하늘도, 바다도, 나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한 달 전에 본 비렁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날씨였다.

지난번엔 곰탕이어서 언짢았는데,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이었다. 기분이 유쾌했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두연은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재취업 준비 중이라고 했다.

“평생직장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분명 주말에는 휴무라고 알고 있었는데, 주말에도 근무했어요.”

“아니, 그게 말이 돼? 그럼, 언제 쉬어?”

“쉴 수 있는 날이 없었어요. 결국, 일 년 못 채우고 퇴사했어요. 팔 개월 근무했어요.”

“아, 아깝다……. 일 년 이상 일해야 퇴직금 받을 수 있잖아. 좀만 더 견디지 그랬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요. 하지만, 도저히 못 버티겠는걸요.”

“맞아. 직장 생활 너무 힘들어! 이십 대 때 회사 다녀봐서, 잘 알아. 도무지 못 다니겠더라고!”

두연과 무려 열 살 차이인데, 공감대 형성이 됐다.

바다가 보이는 위태로운 절벽에 소나무 한 그루 줄기가 뻗어 있길래, 다가가 휘어잡았다.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촬영했다. 사진을 산악회 단체 대화방에 올리자, 운영진 S 님이 말했다.

“지금이 기회예요! 나무 잘라요.”

“경치에 집중하시라고 얼굴은 가렸습니다. 집중 잘 되시죠? 타잔 기다리는 중.”

S 님이 웃었다.

삼 코스까지 걷고, 직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함구미 선착장으로 되돌아왔다. 식당 손님들에게 물어 액자 사진 속 풍경으로 향했다. 지난 삼월에 미처 보지 못한 절경의 지명은 바로 미역 널방이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이십 분이면 가요!”



금오도는 우리나라에서 스물한 번째로 큰 섬으로 섬의 지형이 큰 자라를 닮았다고 하여 금오도(金鼇島)이다.

금오도는 고종 이십일 년(천팔백팔십사년)까지 봉산(封山) 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며, 태풍으로 소나무들이 쓰러져 봉산의 기능을 잃게 되자 봉산을 해제하여 민간인의 입주를 허용하였다.

마을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이곳까지 지게로 운반하여 미역을 널었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내문.



키 작은 자줏빛 꽃이 빽빽이 핀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어머, 예쁘다!”

앙증맞은 꽃송이들이 마치 잔디처럼 빼곡하고 빈틈없이 모여 있었다. 그 위에 단행본을 가지런히 올리고, 촬영했다. 마치 융단 위에 놓인 것처럼, 단정해서 보기 좋았다. 꽃잔디라고도 부르는 지면 패랭이라는 꽃이었다.

미역 널방까지는 정말 순식간에 도착했고, 시간을 보니 아직 배를 타려면 한참 여유가 남았다. 이대로 선착장으로 하산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어제 무리했더니, 오늘 좀 힘드네. 다리가 아파. 그래도, 시간이 많으니 한 바퀴 돌까? 어때?”

“전 괜찮아요. 가시죠!”

두연은 다행히 군말 없이 따랐다.

노랑 집이 한 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설명했던 말이 기억났다. 확신을 갖고 천천히 걷자, 함구미 선착장에 무사히 돌아왔다.

“어? 어디로 내려왔어요?”

아까 미역 널방에서 마주친 등산객이 놀랐다.

“한 바퀴 빙 돌았어요. 나오는 길이 있더라고요.”

선착장에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자니, 고양이 똘이가 살금살금 다가왔다. 이월에 처음 만났을 땐 작고 귀여웠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자랐다.

“너 많이 컸구나? 이야, 늠름하다!”

반가워서 안고, 쓰다듬었다. 똘이는 기억을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표정은 그저 냉랭하기만 했다. 똘이에게 과자를 주니, 냉큼 잘 받아먹었다.

배를 타고 무사히 육지로 돌아왔다. 순천 맛집에서 도토리 전과 묵, 수제비로 석식을 맛있게 먹고 해산했다. 이월부터 사월까지 여수 금오도를 한 달에 한 번씩 무려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런데, 아직도 여수에 갈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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