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홀로 홍도에 간 적이 있다. 금요일에 기차를 타고 도착한 밤의 목포는 인적이 드문 작은 도시였다. 당시 삼월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에는 손님이 없었다. 숙소에서도 역시 혼자 머물렀다.
토요일 아침에 역시 여자 한 명이 유람선을 타고 홍도로 향했는데, 가는 동안 승객들이 나만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민망했다. 그들은 단체 손님이었고, 그들 중 누구도 혼자 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예쁜 여자 처음 봐?’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대놓고 쳐다보길래, 똑같이 바라봤다. 초봄이라서 산뜻한 기분으로 얇은 옷을 걸쳤다가, 해풍에 오들오들 떨었다.
바야흐로, 육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블랙야크와 국립공원 인증을 위해 홍도를 재방문했다. 이번에는 결코 혼자 가고 싶지 않아서, 목포 운동 방에서 동행을 구했다. 그는 한 살 많은 남자인데, 홍도만 가겠다고 답했다.
토요일 아침, 목포 연안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약속된 시간보다 더 일찍 왔다. 목포인에게 전화했다.
“저 도착했어요. 오셨어요?”
“지금 집에서 출발하려고요. 금방 가요.”
건물 이 층으로 올라가 매표소에서 발권했다. 아침 일찍 홍도에 갔다가 오후에 흑산도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홍도에서 흑산도행 성인 한 명 예약해 주세요.”
며칠 전, 홍도 해운사에 전화해 문의하니 직원이 혀를 끌끌 찼다.
“홍도, 흑산도는 봄에 인기가 많아요. 왜 이제야 예약하는 거예요? 더 일찍 예약해야만 해요. 숙소가 없을 수도 있어요!”
다급한 마음에 일사천리로 계획을 짰다. 다행히 홍도행 배표도, 흑산도에서 묵을 숙소도 모두 예약할 수 있었다.
과연 관광객이 많았다. 줄을 서서 배를 탔다. 좌석에 앉았는데, 조바심이 났다.
“목포인이 설마 지각해서, 배를 놓치면 어쩌나……?”
다행히, 목포인은 나타났다.
“해운사 직원한테 전화 왔어요. 왜 안 오냐고…….”
“배표가 비싸니, 그럴 만도 하죠.”
각자 예약했으나, 번호가 붙어 있어서 나란히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가는 동안 즐겁게 대화했다.
“오늘 나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나오길 잘했네요. 슈히 씨는 좋은 사람이군요! 아, 근데 머리가 아프네요. 칠 세대가 삼십 팔만 원이라니…….”
엊그제 컴퓨터가 갑자기 고장 났다. 출장 수리 기사를 불러서, 하드웨어를 교체했다. 옥구슬 씨에게 물어보니, 삼십만 원이면 쓸 만한 제품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산더미 같은 작업물을 해치우려면 바가지요금이라도 감지덕지했다. 처음에 수리 기사는 육십만 원을 불렀고, 옥구슬 씨의 의견을 말했더니 사십만 원으로 낮추는 게 아닌가?
“좀 깎아주세요. 만 원이라도…….”
“그럼, 이 만원 깎아 드릴게요.”
옥구슬 씨에게 가격을 말했더니, 노발대발했다.
“앞으로, 내 말 안 들을 거면 나한테 묻지 마세요. 화나니까!”
“옥구슬 씨 바쁠 텐데, 부탁하기 미안해서 그랬죠…….”
“안 바빠요. 충분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인데!”
까칠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상당히 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누추한 집에 그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인한테 맡겼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인간관계 망가져요. 그냥,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제일이죠.”
수리 기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네, 맞아요. 지인은 아무리 유능해도, 결국 비전문가니까요.”
홍도행 쾌속선은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초도를 경유했다. 그때까진 별 탈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놀이동산에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배가 간지러웠다.
“돌고래 타고, 달리는 것 같네요!”
까르르 웃었다.
한편, 승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선원이 좌석을 누비며, 비닐을 배포했다. 여기저기서 토하는 소리와 절규가 들렸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짝꿍도 역시 낯빛이 사색이었다. 그는 인내하려 애썼으나,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후로 내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자리를 비웠다.
일곱 시 오십 분에 출발한 홍도행 배는 목적지에 열 시 반에 도착했다. 지루함과 뱃멀미를 견디느라,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지?”
목포인이 의아해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서, 막판에 결국 토했어요. 힘드네요. 여태 배를 그렇게 많이 탔는데, 오늘처럼 멀미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왜 아무도 이런 정보를 안 알려줬을까? 홍도 다녀간 사람들은 죄다 멀미 안 한 사람들인가?”
나중에 흑산도민에게 사연을 말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어제까지 너울이 심해서, 배가 못 다녔어요. 오늘은 다행히 비교적 잠잠해진 거라서, 출항한 거예요. 도초도까지는 바다가 잠잠한데, 이후부터는 먼바다라서 파도가 거세요."
등산을 시작했다. 얼마 못 가서, 목포인은 기진맥진했다. 그는 다른 산악회원 두 명에게 전화해서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여기 진짜 좋은데, 왜 안 왔어? 진짜 아깝다. 같이 왔어야 했는데!”
회원 한 명은 전날 장거리 출장을 다녀와서 집에서 휴식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근무 중이었다.
“멀미한 탓에 괴로워요. 더 이상 못 가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사백 미터도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었지만, 환자를 강제로 끌고 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를 ‘중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중도 하차한 남자라는 뜻이다. 그에게 쉬라는 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흐렸다.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우울했다. 하산할 땐 다행히, 차차 하늘이 개었다. 해도 떴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똥손인데, 괜찮아요?”
중남 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대로만 찍어 주세요.”
배경 사진을 먼저 한 장 찍은 후, 그에게 보여주며 부탁했다.
“음, 잘 나왔네요! 마음에 들어요! 점심은 어떻게 할까요? 속 안 좋아서, 못 먹는 거 아니에요?”
“식당 가서, 식사해요.”
아까 선착장에서 만난 식당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광주 식당으로 오세요!”
생선구이를 먹었다. 볼락 세 마리가 나왔다. 중남 님이 생선을 기가 막히게 잘 발랐다.
“생선 잘 바르네요? 아버지 외에 남자가 생선 발라준 건, 중남 님이 처음이에요.”
“누나가 매형이랑 처음 만났을 때, 생선을 먹었대요. 근데, 매형이 생선을 안 발라줘서 누나가 삐졌대요. 그래서, 그냥 집에 가버렸대요. 매형이 그러는데, ‘중남아, 너는 여자한테 꼭 생선 꼭 발라 줘야 한다.’라고 했어요.”
“생선 안 발라줬는데도, 두 분이 용케 결혼하셨네요.”
중남 님이 발라준 생선 살을 먹으며, 생선구이를 함께 먹은 누군가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