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까워서
[식당 방문 전, 관계자와의 통화]
만 보우노: 안녕하세요. 여기 만 보우노입니다. 예약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슈히: 네.
만 보우노: 다섯 시 반은 한 시간만 이용 가능한데, 혹시 괜찮으신가요?
슈히: 제가 예약 잘못했나요?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
만 보우노: 그 시간대가 만석인데, 한 시간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안내드리는 겁니다.
슈히: 한 시간 안에 식사 가능해요?
만 보우노: 보통, 토요일은 점심에 한 시간 안에 다 드세요.
슈히: 네? 점심 아니고, 저녁이요.
만 보우노: 저녁은 아무래도 더 빨리 드시긴 하죠. 점심보다 저녁에 손님이 더 적기 때문에, 충분히 식사 가능합니다.
슈히: 이해가 안 가는데. 시간제한이 한 시간인데, 그 시간 안에 일반적으로 식사가 가능해요?
만 보우노: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실까요?
슈히: 전화를 왜 하신 건지? 예약한 손님이 많아서, 한 시간 이내로 식사를 하고 나가라는 뜻인가요?
만 보우노: 한 시간 이용이 가능하시면, 예약도 가능하다고 안내 차 연락 드린 겁니다. 한 시간 이내에 먹고 나가시라는 게 아니라.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슈히: 거기서 한 시간 이상 머무를 생각은 없어요. 근데, 이렇게 한 시간제한하는 게 좀 의아해서. 한 시간만 이용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만 보우노: 다섯 시 반이 만석인데, 예약을 하셨길래 한 시간 이용이 가능한지 여쭤본 거예요. 가능하시면, 예약을 해드리려고 연락드린 거예요.
슈히: 네이버 예약에서는 다섯 시 반 예약이 가능하길래 예약한 거예요. 한 시간 이내로 식사하고, 나갈 순 있어요. 근데, 네이버 예약할 때 주의사항을 적어두지 않나요?
만 보우노: 그건 업장마다 다르긴 한데, 저희는 전화로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슈히: 그러니까, 토요일 저녁이라서 손님이 많을 것 같아서 한 시간만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만 보우노: 많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다섯 시 반부터 여섯 시 반까지 예약이 다 차 있어요.
슈히: 제가 예약했을 때는, 다섯 시 반이 예약 가능해서 그 시간에 예약한 거였어요.
만 보우노: 그래서, 제가 바로 연락을 드린 겁니다.
슈히: 예약 시스템의 오류, 이런 건 아니고요?
만 보우노: 시스템의 오류는 아니죠.
슈히: 예약이 다 차있으면, 다섯 시 반은 비활성화시키면 되는 건데, 제가 봤을 땐 예약이 가능했거든요.
만 보우노: 보통 한 시간 이용을 원하시는 손님들이 많아서, 닫아 놓진 않고요. 손님들은 대부분 선주문을 하고 오시고, 손님들이 오신다는 걸 소수 몇 분 때문에 막을 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열어 둔 거고요. 다섯 시 반 예약하신 분들이 세 팀이 있으세요. 저희는 이렇게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연락을 드린 겁니다. 지금 약간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슈히: 지금 상황이 좀 오해 가게 말씀을 하시잖아요. 한 시간 이내로 식사를 해야 한다, 이런 거잖아요?
만 보우노: ......
슈히: 아니에요?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한 시간 이내로 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 그런 뜻이잖아요?
만 보우노: 아니,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한 시간 이용이 가능하시면 예약을 도와드리고요, 어려우실 것 같으면 예약을 취소해 드릴게요.
슈히: 저는 거기 가려고 예약한 거예요. 근데, 지금 사장님께서 저한테 '한 시간 이내로만 식사가 가능하다', 이런 의미 아닌가요?
만 보우노: '한 시간 이용이 가능하시면 예약을 도와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냐?'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제가 '한 시간만 식사하고, 나가세요.'라고는 말씀드린 적이 없어서.
슈히: 뭐, 상황 봐서 한 시간이든 한 시간 반이든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만 보우노: 어떤 게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슈히: 저도 문제 될 게 없어요. 예약을 했고, 당일에 갈 거예요. 근데, 사장님께서 지금 전화하신 이유가 한 시간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느낌 같아서요.
만 보우노: 한 시간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안내를 드린 거고요. 한 시간 이용이 어렵다고 하시면, 다른 식당 예약하셔야 될 수도 있잖아요?
슈히: 오, 아니에요. 한 시간 이내로 식사를 해야죠. 물론, 음식이 빨리 나오면. 다섯 시부터 가서 기다려야죠. 개점은 다섯 시 반부터.
만 보우노: 다섯 시는 브레이크 타임이라서요.
슈히: 그건 알고 있어요. 음식이 늦게 나와서, 식사가 늦어질 수도 있잖아요. 일찍 가서, 일찍 먹고, 나가야죠.
만 보우노: 네?
슈히: 일찍 가서, 일찍 먹고, 나가야죠.
만 보우노: 네이버에 메뉴판이 나와 있거든요. 선주문도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슈히: 지금 음식을 예약을 해야 하는 건가요?
만 보우노: 오셔서 바로 식사하실 수 있게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슈히: 그럼, 출발할 때 연락하면 되나요?
만 보우노: 시간은 상관없으세요. 편하실 대로 하시면 됩니다.
슈히: 다섯 시쯤 전화하고, 갈게요.
만 보우노: 네, 다섯 시 반부터 여섯 시 반까지 이용 안내를 적어 놓겠습니다.
슈히: 네, 알겠습니다.
만 보우노: 혹시, 오해하신 게 있으시다면 죄송한데요. 저희가 원래, 이렇게 해오던 거라서. 박서화 고객님한테 맞춰서 임의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슈히: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한 시간 이내로 먹고 나가야죠. 상황이 그렇다는데요. 주말이고. 그러니까, 손님이 많아서 그렇다는 거죠? 아니에요?
만 보우노: 손님이 많이 오실 것 같다, 이게 아니라.
슈히: 네.
만 보우노: 예약이 다 차 있는 상태에서 한 시간이라도 이용하시려는 고객들이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오시다 보니까.
슈히: 네.
만 보우노: 서울에서 오셨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입장이라서.
슈히: 네에.
만 보우노: '멀리서 왔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면 안 되냐?' 말씀을 주셔서, 저희가 이런 걸 하고 있는 겁니다. 바쁜 시간에 전화받아서, 안내드리는 것도 저희로서는 되게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손님들이 오셔서 식사하는 걸 무작정 취소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 시간 이용을 원하는 고객도 있으신데. 그래서, 안내를 드린 거고,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슈히: 그럼, 평일에 가면 시간제한이 없나요?
만 보우노: 평일에는 예약 상황에 따라 다른데, 메뉴판에 한 시간 반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슈히: 보고 있어요.
만 보우노: 오해는 없으시길, 바랄게요.
슈히: 그러니까, 예약이 원래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네이버에서 활성화가 돼있길래 클릭한 거였거든요.
만 보우노: 네이버는 활성화를 해놓고 있습니다. 임의로 닫을 순 없어서. 바쁜 시간에 전화를 이렇게 길게 받는 것도 저희한텐 부담이긴 하거든요.
슈히: 일단, 한 시간 이내로 식사하겠습니다.
만 보우노: 그럼, 여섯 시 반까지 이용 가능하신 걸로 적어 놓겠습니다.
슈히: 네.
[식당 방문 당일]
출입구에 성탄 트리가 아름다웠다. 곧, 연말이다. 실내에 들어서니, 잔잔한 캐럴이 울려 퍼졌다. 식당 내부 예약석에 앉아서, 분위기를 살폈다. 손님들은 모두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오직, 나만을 제외하고서.
둘이서 식사하면 세 가지 음식을 주문해야 넉넉한데, 일부러 두 개만 시켜서 나눠 먹었다.
'최소한의 비용만 쓸 예정.'
식당에 가기 전에 전화해 음식을 주문했고, 식당에 도착해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15분이 소요됐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전화로 미리 주문하라고 한 거람? 식당 도착해서, 주문하는 거랑 음식 나오는 시간은 똑같은 것 같은데!'
리소토와 뇨끼를 서둘러 먹었다. 식사는 단 10분 만에 끝났다.
"어서, 가자!"
1분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상한 감정과 지출한 돈도 아까운데, 시간까지 낭비할 순 없었다.
[식당 방문 후, 지인 자영업자와의 대화]
슈히: 토요일에 만 보우노 가서, 음식 30분 만에 먹고 황급히 나왔어용. 다시 갈 1은 없을 듯... 참고하십쇼~
자영업자: 진짜 별로다. 돈 아까웠겠다.
슈히: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온다는데, 비결이 대체 뭘까요... 내 입맛엔 걍 평범했는데, 리뷰 보면 죄다 칭찬 일색. 불평하는 사람은 1도 음슴.
자영업자: 마케팅이죠.
[결론]
업장을 운영하는 방식은 업주의 자유이다. 시간제한을 두든, 두지 않든 그건 사장 마음이다. 그리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업장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혜로운 길이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고 불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필자는 언짢은 감정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식당을 방문했다.
음식의 질은 평범했다. 특별함은 느끼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수준이었고, 보통이었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감정이 한 몫하지 않았으려나 싶다.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온다는데, 단순히 광고 효과인가 하는 의혹이 들었다.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필자가 관계자와 통화한 음성을 들어보면, '시간제한이 있어도 괜찮다.'라고 필자가 대답한 부분은 전혀 없다. 필자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쾌했으나, 음식을 맛본 후에 식당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기 위해 업장을 방문한 것일 뿐이다.
관계자의 의견에 따르면, 대다수의 고객들은 시간제한에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식사만 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였나 보다. 하지만, 소비자인 필자는 감히 이렇게 말한다. 고생해서 번 소중한 내 돈 쓰러 가는데, 시간제한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