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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an 11. 2024

NO BRAND에서 생긴 일(1)

NO BRAND NO MANNER

  동지 하루 전, 팥을 사러 노 브랜드에 갔다. 밤 10시가 다 되는 시점이었다. 매장에 손님은 나 혼자였고, 마른 여직원과 안경을 쓴 남자 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팥은 재고가 하나도 없었다.

  "팥 언제 들어와요?"

  계산대에 서있는 여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그녀가 대답했다. 알아보겠다는 능동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에, 태도가 왜 이딴 식이람?'

기가 막혔지만, 시비를 걸 마음이 없었기에 상급자를 찾았다.

  "팥 언제 들어와요?"

남자 점장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는데, 아까와 동일한 답변이 돌아왔다.

  "모르겠는데요."

무관심한 그들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었으나, 폐점 시간이었다.

  "저희 퇴근해야 돼요."

황당했지만, 따질 시간이 없었다. 늦은 밤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유와 바나나만 4,960원을 결제한 후, 말없이 자리를 떴다. 22시 2분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이마트 고객센터 상담원과 통화했다.


상담원: 입고 예정을 알 수 없는 제품이 있어요.

슈히: 그러니까, 그걸 안내해 줘야 되는 거잖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점장님께 여쭤보고 안내드릴게요.'라든지, '고객님, 제가 내일 중으로 알아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라든지. 저는 이런 응대를 기대했는데, '모르겠는데요?'라고 직원이 말하는 거예요. 그때가 밤 10시였어요. 폐점인 건 저도 알아요. 그 직원 분도 집에 가고 싶었겠죠? 근데, 불손한 태도인 거예요. 결국, 사과 한마디 못 받고 매장에서 나왔어요. 이거에 대해 불만 접수를 하고 싶은데, 노 브랜드는 상담원과 통화 연결이 안 돼요.

상담원: 점포 상위 책임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슈히: 제가 알고 싶은 건, 팥이 언제 들어오는지예요. 한 가지 더요. 네이버에서 노 브랜드 문지점 검색하면, 문지점 연락처가 나오는 게 아니라, 본사로 연결돼요. 그래서, 이것도 어제 점장님 얼굴 보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본사 하고만 통화할 수 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상품 계산하다가 계산대 화면을 봤는데, '고객 불편 사항 042-000-0000' 번호가 있는 거예요. 거기 전화해 봤더니, 문지점 전화가 울리는 거예요! '저기요, 점장님. 번호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더니, 점장님이 당황하시면서 '전화번호가 없는데, 전화가 울리네?' 이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점장님,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그랬어요.

상담원: 네......

슈히: 이게 말이 돼요? 매장에 전화가 있는데 그것도 몰라요, 무슨 점장이?

상담원: 저희가 채팅 상담으로 전체적으로 변경되면서, 번호 노출이 어려웠나 봅니다. 그 부분도 응대가 좀 잘못됐네요.

슈히: 그러니까요. 점장이라는 사람이 매장에 전화가 있는지, 없는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걸 몰라요?

상담원: 예......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

슈히: 문지동에 살지도 않아요. 노 브랜드가 가격도 저렴하고 상품도 좋아서, 일부러 거기까지 가서 구매하려고 한 건데. 아니, 황당한 거예요! 밤 10시에.

상담원: 네......

슈히: 저도 그 상황에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근데, 응대라도 '고객님, 죄송해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라든지. 그런데, 그런 말이 없고, '빨리 퇴근해야 된다.' 말이 돼요? 

상담원: 네, 죄송해요......

슈히: 나가라는 거지. '빨리 나가라, 우리 퇴근하게.'

상담원: 네......

슈히: 이거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싶고, 사과도 받고 싶고요. 앞으론 안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왜냐하면, 제가 거길 계속 이용해야 하니까요.

상담원: 네. 고객님이 말씀하신 거, 정리해서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점포 책임자가 전화드릴 거예요.

슈히: 고맙습니다.


  14시 40분경,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매니저: 안녕하세요. 노 브랜드 문지점 매니저인데요.

슈히: 네. 점장님이세요? 어젯밤 10시쯤에 저랑 대화하셨잖아요.

매니저: 아뇨, 그보다 위에 책임자거든요.

슈히: 아, 다른 분이셔요? 아아, 네. 말씀하셔요.

매니저: 저희 계산대 직원이 응대를 잘못한 것 같더라고요.

슈히: 두 분이요. 한 분은 여자, 한 분은 안경 쓰신 남자 점장님.

매니저: 네. 얘기 전해 들었어요.

슈히: 너무 황당해서!

매니저: 너무 죄송하고요.

슈히: 두 분이 인정은 하시던가요? 저한테 사과도 안 하고, '우리 퇴근해야 되니까.' 나가라고.

매니저: 어제 손님이 마감 시간에 오셔서, 저희가 실수한 것 같다고.

슈히: 빨리 계산하고 나가고 싶은데, '모르겠는데요?' 이러는 거예요. '아니,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월급 받으면서, 시간만 때우시는 건가? 두 분 다? 제가 이상한 거예요?!

매니저: 아니요, 아니요. 잘못했다고, 인정했어요.

슈히: 그래요? 다행이네요!

매니저: 일단 얘기 한 번 전해 듣고, 제가 전화드린 거예요.

슈히: 어젯밤에 너무 속상하고, 화났어요!

매니저: 아, 죄송합니다.

슈히: 네이버에서 노 브랜드 문지점 전화하면, 본사로 넘어가더라고요.

매니저: AI 프로그램이 개발돼서, 기존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못 쓰게 됐어요.

슈히: 저는 답답한 거예요. 계피, 팥 이런 게 재고가 있는지, 가격과 중량은 얼마인지 알고 매장에 가면 좋잖아요.

매니저: 02-000-0000에 전화해 보셨어요?

슈히: 거긴 본사잖아요.

매니저: 문지점을 선택하면, 재고 조회가 가능해요.

슈히: 채팅 상담이던데요. 검색도 안되고. 사람이랑 통화하고 싶은 거예요.

매니저: 아, 그래요?

슈히: 답답하잖아요, 솔직히! 인터넷에서 재고가 있든 없든, 그건 오류일 수도 있는 거고 사람한테 확인하는 게 제일 확실해요.

매니저: 일단 불편한 과정을 줄이려고 개발되는 건데, 그건 나중에 점포 오시면 설명드려도 될까요? 써보시면, 이게 되게 편하거든요.

슈히: 의문이 드는 게 하나 더 있어요. 팥이 하나도 없길래 '팥 언제 들어와요?'라고 문의했어요. '본사에서 보내면 받는 거고, 그건 저희가 알 수 없어요.'라고 점장님이 대답하는 거예요. 이게 맞아요?

매니저: 계산대 직원이 그렇게 얘기한 거죠?

슈히: 둘 다요. 남자 점장님이랑, 계산하는 여직원이랑. 제 상식 선에선, '지금 재고가 없으니,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응대를 해야 하는데, '모르겠는데요?' 둘 다 그러고 있어요.

매니저: 계산대 직원은 발주 권한이 없어서, 확인 자체가 안 되고요.

슈히: 그러니까, 제 말은 '알아보고 연락을 드릴게요, 고객님.' 이게 맞잖아요! 아니에요? 제가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아니, 모르겠다고? 그럼 여기서 일을 왜 하는 거야? 돈은 왜 받고? 너무 황당해서! 한 마디로, 직원 교육을 좀 바로 시키세요. 노 브랜드가 물건도 좋고, 저렴해서 앞으로도 갈 의향이 있어요. 근데, 계속 이런 직원을 상대해야 되는 거면, 가기가 싫어요.

매니저: 네.

슈히: 그렇잖아요. 손님인데, 돈을 내면서까지 왜 이런 교육을 제가 시켜야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매니저: 직원들에게 한 번 더 얘기할게요.

슈히: 얼굴 보고 사과하신다는 거예요? 여직원과 점장님이?

매니저: 방문하시면, 사과할 수 있도록 얘기해 놓을게요.

슈히: 네.

매니저: 팥은 내일 발주가 있긴 있어요. 이게 발주가 있어도, 미납되는 경우가 있으면 안 들어오거든요.

(중략)

슈히: 한마디로, 어제 저 혼자 너무 답답했어요.

매니저: 죄송합니다.

슈히: 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알아요. 근데, 왜 응대를 그딴 식으로 하는 거야? 와...... 이게 잘못된 걸, 아무도 인지를 못하고 있어요. 그 둘 다. 아무튼, 조만간 갈게요.

매니저: 네. 팥 같은 경우는 발주를 확인했는데, 내일자 발주가 있긴 해요. 500g에 7,980원이요.

슈히: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네! 놀랍네요.

매니저: 응대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얘기해서, 진실되게 사과할 수 있도록 할게요.

슈히: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휴, 진상 손님 한 명 왔다 갔네.'라고 생각할 수 있죠.

매니저: 아니에요, 아니에요. 자기도 어제 실수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중략)

매니저: 죄송합니다.

슈히: 저도 죄송합니다. 제삼자한테 이렇게 전화통 붙잡고, 남 험담을 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매니저: 아닙니다. 방문하시면, 사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게요.

슈히: 네. 조만간 갈게요.

매니저: 알겠습니다.

슈히: 수고하세요.

매니저: 네, 들어가세요.


  성탄절이 지나고, 연말이 됐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굴을 사러 노 브랜드에 갔다. 그리고, 직원들 본인의 사과도 받을 겸 겸사겸사 들린 것이었다. 그런데, 매장에는 남자 매니저 한 명만 있었다.(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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