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히 Jan 12. 2024

NO BRAND에서 생긴 일(2)

NO BRAND NO MANNER

  남자 매니저는 본인의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굴 어디 있어요?"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

남자는 손을 들어 정면을 가리켰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휴대전화를 향해 있었다.

  '세상에! 손님 얼굴도 안 쳐다보네. 여긴 수준이 다 똑같구나! 매니저나, 점장이나, 여직원이나. 셋 다 꼴통이네.'

  긴 통로를 쭉 걸었다.

  "아까 하나 남았더라고요."

뒷전에서 그가 부연 설명했다. 좌측에는 곡물이, 우측에는 연어가 보였다. 굴은 150g에 5,980원이었다. 

  '비싸네. 여기서 사지 말아야겠다. 시장 가서 사야지!'

덧붙이자면, 시장에 가면 8,000원으로 400g의 굴을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시장에서는 상인이 저울에 무게를 재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므로 더욱 신뢰가 간다.

  매장을 둘러봤다. 뭔가 살 만한 게 없나 두리번거렸다. 새해 다음날 오후, 매장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한가한 시간엔 매니저가 혼자 근무하는 모양이로군. 개꿀이네!'

  2,980짜리 필리핀산 바나나 한 송이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다가갔다. 매니저와 특별히 대화하지 않았고, 계산을 마친 후 출구로 나갔다. 어차피 굴을 사기 위해, 그리고 점장과 여직원의 사과를 받기 위해 방문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그에겐 용건이 없었다. 그런데, 매니저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자, 더욱 실망스러웠다.

  '점장과 여직원의 직원 교육 수준이 알 만하다. 매니저가 저 모양이니, 쯧쯧......'


  다음날, 밤이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노 브랜드를 찾았다. 필요한 물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들렸다. 점장과 여직원의 사과를 받기 위해서였다. 손님들이 꽤 많았다. 여직원은 계산하느라 바빠 보였다. 반면, 점장은 구석에서 혼자 비교적 여유로워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저, 팥이요."

  성명을 말해봤자 알 턱이 없을 터였다. 그래서, 상품명을 말했다.

  "네?"

점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듯, 그의 안면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지난번에 팥 재고 문의했던 사람이요. 기억 안 나세요?"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보름에 접어드는 시점이었으니, 이미 다 잊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점장은 기억을 되찾았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뭐가 어떻게 죄송하냐고 되물을 수 있었지만, 손님들이 많으니 그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상급자인 매니저의 사과를 받고 기분이 누그러진 상태였다. 자, 이제 여직원에게만 사과를 받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아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여직원은 바쁘시네요. 좀 기다렸다, 제가 직접 말할까요?"

  그러자, 다음에 이어진 점장의 답변이 엉뚱했다.

  "저분은 곧 퇴사하실 분이라서요. 사과를 강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순간, 황당했다.

  '사과를 강요하다니? 내가? 왜? 언제? 어떻게?'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매니저는 분명, 유선 상으로 내게 본인들이 직접 사과할 수 있도록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점장의 이런 태도는 비협조적이었고 오히려 감정을 부채질했다. 남자 친구도 곁에서 점장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매장 내에 손님들이 많으니, 일단 후퇴했다. 대화하지 말라고 하는데, 강행하면 그거야말로 진상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과자와 우유를 계산하니, 18,940원이었다. 귀가 후에도 곰곰이 생각했다.

  '점장이 여직원과의 대화를 중재하지 않고, 오히려 저지했어. 이유가 뭘까?'


  다음날, 목요일이었다. 오전 11시경에 매니저에게 전화했다.


슈히: 예전에 통화했던 사람이에요.

매니저: 네?

슈히: 혹시, 기억하시나요?

매니저: 어디신데요?

슈히: 팥이요, 팥! 파에 티읕.

매니저: 팥?

슈히: 네,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달에 저랑 통화하셨잖아요.

매니저: 12월에요?

슈히: 그때 휴가 내셔서, 일요일까지 쉬신다고......

매니저: 어디에 전화하신 거예요?

슈히: (한숨) 노 브랜드 매니저님이시잖아요?

매니저: 아아아!

슈히: 저한테 사과 전화하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매니저: 네네네, 기억났어요!

슈히: 제가 어제, 노 브랜드 갔거든요? 점장님한테 가서 '저 팥 문의했던 사람이다.'라고 했더니, '죄송하다.'라고 말은 해요. 근데, 그때 여직원이 계산 중이었고, 사람이 꽤 많았어요. 상황이 사과를 받고, 말고 할 여유는 안 되잖아요. 손님이 있으니까, 계산해야 되니까.

매니저: 네네네.

슈히: 제가, '좀 기다릴까요? 저 여직원 하고도 대화하고 싶은데요.' 그랬더니, 그때 점장님이 뭐라고 하셨냐면.

매니저: 네네.

슈히: '저 여직원은 곧 퇴사하실 분이라,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퇴사를 언제 하는데요?

매니저: 퇴사요?

슈히: 네.

매니저: 퇴사 날짜 확인해서, 제가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슈히: 아니.

매니저: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았을 거예요.

슈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요! 퇴사를 하든, 말든 그건 개인 사정이지, 난 사과를 받으러 간 건데.

매니저: 네.

슈히: 지금, 퇴사를 앞두고 있으니까 대화를 하지 말라니 그게 말이 돼요?

매니저: 어......

슈히: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손님이 많으니까, 제가 기다릴 수 있어요.

매니저: 네.

슈히: 대화를 아예 하지 말라고? 이거, 납득이 안 가요.

매니저: 직원을 보호하려고 한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직원들에게 상황을) 못 들어서.

슈히: 어젯밤 아홉 시에서 아홉 시 반에 갔거든요?

매니저: 네.

슈히: 근데, 점장님한테는 사과를 받았으니 풀었어요. 더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왜냐하면, 매니저님이 저한테 이미 사과를 하셨고, 상사잖아요.

매니저: 네.

슈히: 전 그걸로 됐다 했는데, 점장님이 '여직원은 곧 퇴사하니까, 굳이 사과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걸 보고, '내가 이상한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니저: 제가 그걸 확인 좀 해봐야겠는데, 직원들 감정 관리라고 해서 그런 쪽으로 얘기한 것 같아요.

슈히: 저는 따지지도 않았어요, 점장님한테.

매니저: 네.

슈히: 그냥, 대화가 안 되는구나. 이분은 그냥, 태도가 상사로부터 '너 잘못했으니까, 사과해!'라는 지시가 있어서 따르는 거구나. 진짜 마음이 있어서, 나한테 사과를 하는 건 아니구나. 이렇게 판단이 됐어요. 

매니저: 네.

슈히: 저는 진상 부린 게 아니고요, 참. 어이가 없네요. 앞으로도 거길 이용할 거라서, 계속 점장님과 매니저님을 얼굴을 볼 거 아니에요?

매니저: 네.

슈히: 저는 풀려고 전화한 거지, 싸우려고 전화한 게 아니에요.

매니저: 네네.

슈히: 한번 알아보시고, 연락 주세요.

매니저: 네.


  오후 내내 기다렸으나, 매니저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다음날이 됐다. 금요일이었다. 오전에도 혹시나 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했으나, 그는 통 소식이 없었다. 이쯤 되면, 일부러 연락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분노를 삭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소비자 보호원에 상담 요청했다. 소비자 상담사에게 브랜드 문지점 매니저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소비자 상담사는 덧붙여 말했다.

  "사과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누가 강요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네, 그럼요. 알고 있어요. 매니저님이 연락 주시겠다고 했는데, 하루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요. 아무래도, 일부러 연락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전화하셔서 제가 목놓아 연락을 기다린다고 말 좀 대신 전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약 한 시간 뒤, 소비자 상담사에게 답변이 왔다.(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NO BRAND에서 생긴 일(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