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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an 12. 2024

NO BRAND에서 생긴 일(3)

NO BRAND NO MANNER

    소비자 보호원 상담사가 노 브랜드 문지점 매니저에게 전화한 결과, 매니저의 답변은 이러했다.

  "'자신이 대표로 사과했으니, 본인들의 사과는 받지 않고 이대로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더군요."

기가 막혔다. 분명, 지난달에 내게 약조했던 말과 180도 달랐다.

  "어쩐지......, 일부러 연락 안 한 게 맞군요? 네, 잘 알겠어요."

  통화를 종료한 후,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슈히: 언제 가면 뵐 수 있을까요? 대면 요청합니다.

  매니저: 고객님, 점포 측에서 점장이 대표로 사과드린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여직원에 대한 부분도 설명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번호는 개인 연락처이기 때문에, 연락 주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문자는 답장이 왔다. 그의 태도는 공손했으나, 철저히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고 있었다.

  '뭐야? 여직원에 대한 부분도 설명했다니, 그게 대체 뭔데? 사과를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강요하는 걸로 몰아세운 게 누군데 그래?'

침착하게, 문자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슈히: 매니저님, 어제 상황 확인 후 제게 연락 주시기로 하지 않으셨나요? 답변이 없으셔서요. 약속 지키시길 바랍니다.

  매니저: 점포 측에서는 점장이 대표로 사과드린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 번호를 유출하신 것은 문제 되실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일은 마무리됐으면 합니다. 대표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답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연락 주기로 한 약속은 변기에 버린 거야? 고객을 우롱하는군! 본인이 약속 안 지킨 건 전혀 언급이 없네?'

  매니저의 답장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남자 친구에게 문자를 읽어 줬더니, 그가 질문했다.

  "개인 번호를 어디에 유출했어?"

  "소비자 보호원 상담사에게. 이건 어차피, 문제가 되지 않아. 이미 다 알아봤거든."  


  슈히: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하니,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변받았습니다. 다시 알아보시죠. 조만간 매장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점장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남에게 알린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그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 정보를 관할하는 기관 혹은 관계자가 아니면,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매니저는 본인 입으로 내뱉은 말을 부인하고 있다. 다행히도, 그와 통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했기에 증거는 충분하다. 그가 만약 본인의 역할을 끝까지 충실하게 이행했다면, 소비자 보호원에 상담 요청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상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친구에게 이 사건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인(成人)이라고 인성까지 성인(聖人)인 건 아니더라고. 차라리, 유치원생이 훨씬 낫다! 유아들은 가르치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라도 하니까. 아니, 사과를 본인이 직접 해야지 왜 상사가 대신해? 장애인이야?"


  오후 내내 이마트 고객센터에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혹시, 내 번호를 차단한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을 맞이했다. 또다시 이마트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다행히, 상담원이 연결됐다.


  (중략)

   슈히: 제발, 대화가 통하는 분을 좀 연결해 주세요. 사실, 매니저님도 제가 얼굴을 알아요. 근데, 매니저님도 태도가 별로 다른 건 없어요. 며칠 전에, 떡국 끓이려고 굴을 사러 노 브랜드 문지점에 갔어요. '굴 어디 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매니저님이 휴대전화 들여다보면서 '저기요.'하고 건성으로 대답하시는 거예요.  

  상담원: 네.

  슈히: 제가 뭐라고 생각했냐면, 여기는 수준이 다 비슷하구나. 매니저님이나, 점장님이나, 여직원이나 수준이 다 똑같다! 이게 제 결론이에요. (한숨) 노 브랜드가 물건이 좋잖아요. 저렴하고.

  상담원: 네, 그렇죠.

  슈히: 근데, 근무자들은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어요! 제가 그분들한테 월급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제 돈을 쓰러 가는데! 손님 얼굴도 안 쳐다보고, '굴, 저기요.' 휴대전화 보면서. (한숨) 이런 걸 하나하나 불만 접수하고 싶지 않아요! 입이 아프잖아요.

  (중략)

  상담원: 전달드리겠습니다.

  슈히: 네, 고맙습니다.



  다음날, 화요일 오전 일찍 지역 번호 02로 시작되는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평소대로라면 거절했을 테지만, 혹시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관리자: 불쾌한 일이 있으셨다고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슈히: 노 브랜드 문지점의 매니저님이 전화하셨어요. '대신 사과하겠다. 그리고, 본인들도 사과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하고 마무리 지었어요. 보름쯤 지나서, 매장에 갔어요. 점장님은 잊어버리고 계시더군요. 점장님한테 가서, '저, 팥이요.' 이랬거든요.

  관리자: 아, 네.

  슈히: 동공이 막 흔들리더라고요.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그러길래, 더 따지지도 않았어요. 왜냐하면, 매니저님이 대표로 사과하셨기 때문에. 그때 손님이 많았어요. 그래서, 계산대 여직원이 바빴거든요? 제가, '여직원과 대화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점장님이 '저분은 곧 퇴사하실 분이라, 사과를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더군요. 대화하려고 일부러 매장에 간 건데요. 저 그 동네 살지도 않아요.

  관리자: 아, 네네.

  슈히: 그리고, 퇴사를 오늘 하든 10년 후에 하든 사과 한마디 하면 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관리자: 사과를 강요할 순 없거든요.

  슈히: 강요하지 않았어요. 서너 살 애들도 자기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미안해.' 이 한 마디는 해요.

  관리자: 하하......

  슈히: 근데, 상사가 대신 사과하고 직원은 사과를 안 한다고요? 저는 그냥, 본인한테 사과를 받고 싶어서 매장에 간 거예요.

  관리자: 직원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할 순 없어요.

  슈히: 대화조차 못 하게 했다니까요? 대화하지 말라고 하는데, '싫어요. 전 대화할 거예요.' 이건 진상이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냥 집에 갔어요.

  관리자: 아, 예예.

  슈히: 그리고, 이마트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한 거예요.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관리자: 이 OO입니다.

  슈히: 이 선생님하고 통화할 이유도 없어요. 전 모르겠어요.

  관리자: 네네.

  슈히: 매니저님한테 전화했더니, 자기가 상황을 알아보고 연락 주겠대요. 그래서, 기다렸어요.

  관리자: 네네.

  슈히: 근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기다리고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했어요. '아주 사소한 일로 불쾌하다. 노 브랜드 제품이 좋아서, 앞으로도 방문할 의사는 있지만 직원들의 태도가 껄끄럽다. 그냥 사과받고 끝내려는데, 사과를 안 하려고 하니까, 도와 달라.'라고 상담사한테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매니저가 자기 연락처를 유출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관리자: 고객님이 소비자 보호원에 접수해도 되겠냐고, 본인에게 먼저 의사를 먼저 물어보셨어야 책임을 피할 수 있어요.

  슈히: 제가 이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했습니다. 알려 드릴까요?

  관리자: 아니,......

  슈히: 알려 드릴게요! 개인 정보를 관할하는 기관이나 관계자가 아니면, 무관하다고 합니다. 아시겠어요?

  관리자: 본인 동의 없이 전화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슈히: 오, 그래서 법적으로 소송을 거시겠다는 거예요?

  관리자: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슈히: 그거야, 뭐 매니저님이 알아서 하실 테고요.

  관리자: 제가 그러려고 말씀드린 게 아니라......

  슈히: 서로 알고 있는 게 다르잖아요? 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더 신뢰가 가서요.

  관리자: 아하, 네...... 

  슈히: 연락이 없으니까, 문자 했죠. '제가 매장에 방문하면 될까요? 언제 가면 될까요?'하고 물었어요. 교대 근무하시는 것 같은데, 가면 항상 계시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랬더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래요. 이게 맞는 응대예요? 해결해 달라고 연락한 건데, 회피하고 있잖아요! 제가 스토커도 아닌데! 가서 다 엎어놔야겠어요? 소리 지르고, 강요하고? 와아......

  관리자: 저희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슈히: 직접 얼굴 보고, 여직원과 담판을 지을게요. 언제 퇴사하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매니저는 본인들이 사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제가 그거 녹음 다 해놨어요.

  관리자: 강요할 순 없어요.

  슈히: 여직원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를 거부하거나, 막을 권리는 없다는 거죠. 그리고, 노 브랜드 문지점은 세 분이 다 똑같아요. 여직원이나, 점장이나 매니저나 태도가 다 불손해요. 보고를 들으셨는진 모르겠는데, 최근에 떡국 끓이려고 굴을 사러 갔어요. 매니저님이 혼자 계시더라고요. '굴 어디 있어요?' 했더니, 손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휴대전화 보면서 '저기 있어요.' 손짓으로. 그래서, 그거 보고 '아, 여기는 세 분 다 태도가 똑같구나! 일하기는 싫고, 돈벌이는 해야 되니까, 자리는 차지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관리자: 그 부분은 고객님, 점포 방문해서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슈히: 너무 답답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거길 가야 하거든요? 제품도 좋고, 가격이 저렴하니까? 근데, 계속 이분들이랑, '아, 태도 왜 저러냐?' 하면서...... 저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내 돈 쓰러 가면서, 왜 사사건건 부딪쳐야 하는 건지...... 

  관리자: 네네.

  슈히: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관리자: 일단,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에 방문해서 제가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직원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사과를 강요할 순 없어요. 이해 좀 부탁드립니다.

  슈히: 오늘 담판을 짓겠습니다. 경찰 불러야 할 수도 있어요. 제가 깽판 부릴 수도 있고요. 사과 한번 받기 어렵네요.

  관리자: 여직원이 '시스템 접근 권한도 없는데, 상품 재고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냐?'라고 하면, 저희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슈히: 아니요? 저는 응대에 대한 걸 말하는 거예요. '본인의 권한이 없어서 모른다'가 아니고, 그냥 '모르겠는데요?' 이러고 있어요. '모르겠지만, 점장님께 한번 물어볼게요.' 혹은,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이게 아니었어요. '모르겠는데요?'는 그냥, 일하기 싫은 태도예요.

  관리자: 하하. 방문하셨을 때, 몇 시였나요?

  슈히: 21시 30분에서 22시 사이요. 저한테, '퇴근해야 된다.'라고 말했어요.

  관리자: 밤 10시가 넘었다는 얘기군요?

  슈히: 아니에요. 밤 10시 즈음이었어요. 포인트 적립하면, 시간도 기록에 남잖아요.

  관리자: 밤 10시가 넘었네요.

  슈히: 확실한가요?

  관리자: 네. 2023년 12월 21일 포스 번호가 4156-6372, 시간은 22시 02분.

  슈히: 아, 네. 2분 넘었네요, 퇴근 시간?

  관리자: 밤 10시까지 마감이고, 퇴근 시간은 5분 안 넘기면 되거든요. 10분 이상 넘어가면, 법적으로 본사에서 수당을 지급해야 해요. 그 부분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슈히: 아, 네. 아무튼, 여직원은 제가 담판 짓겠습니다. 그리고, 저랑 통화하신 내용 다 녹음돼 있어요.

  관리자: 네네.

  슈히: 괜찮으시죠?

  관리자: 전 괜찮습니다.

  슈히: 그리고, 이 내용은 제 작품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알고 계세요.

  관리자: 네, 알겠습니다.

  슈히: 수고하세요.

  관리자: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충청권 담당 상급자와 통화를 마쳤다. 이제, 정면돌파만이 남았다. 당일 오후, 사건 발생지를 찾았다. 안경을 쓴 통통한 여직원이 계산대에 혼자 서있었다.(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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