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J와 즉흥적인 P의 베트남 여행(1)

호치민을 가기 위한 과정들

by 슈히

작년 가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남 오빠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번 명절 연휴가 굉장히 긴데, 뭐 할 거예요?"

그러자, 귀남 오빠가 대답했다.

"베트남 가려고."

"오, 누구랑요?"

"혼자서."

"왜 혼자 가요? 같이 가요!"

"혼자가 편해."

귀남 오빠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의 MBTI는 ISFP인데, 방구석에 혼자 가만히 있는 성격이다. 또, 정작 본인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볼 땐 지루하게 느낀다고도 한다. 인터넷에서 접한 성격 분석은 흥미로웠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들이었다.

긴 연휴가 지났다. 귀남 오빠에게 베트남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안 갔어."

"어, 왜요?"

"베트남은 지금 우기라서, 별로야. 겨울에나 가려고."

"그럼, 내년 설에 베트남 여행 갈까요?"

그러나, 공휴일에는 베트남행 항공권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다랑은 명절에 가길 원했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빨간 날의 치솟는 금액을 보자,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1월에 호치민 가는 거 어때? 금토일월, 3박 4일! 금요일과 월요일에 휴가 내고 가자."

다랑이 날짜를 정했고, 서둘러 가장 저렴한 비행기를 예약했다. 인천 공항에서 7시에 출발하는 비엣젯 항공이었다. 예약하는 과정에서 좌석 지정을 하라기에 덜컥 예약했는데, 유료였다. 다른 이들에게 물으니, 예약하지 않았다고 했다.

'괜히 예약했나? 돈 아깝게...... 아냐, 현장에서 좌적 지정하면 창가 자리를 남에게 뺏길 수도 있잖아!'

한편으론, 창가 좌석을 선점하는 게 잘한 일 같기도 했다.

비엣젯 항공은 베트남의 저가 항공이다. 기내용 수하물은 7kg 이하만 가능하고, 위탁 수하물은 20kg 이하까지 가능했다. 우리 셋은 각자 기내용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위탁 수하물용 캐리어를 하나 준비하기로 상의했다.

출발 2시간 전인 새벽 5시까지 수속을 마쳐야 했으므로, 목요일 밤부터 미리 인천에서 숙박할 계획이었다. 원래는 인천 공항 외부에서 머물 계획이었으나, 마침 인천 공항 내부에 숙박 시설이 있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으나, 편리할 듯싶었다. 다랑이 정보를 검색했고, 모든 예약을 진행했다. 믿음직스러웠다. 그의 MBTI는 ENFJ이며, 나와 동일하다.

귀남 오빠의 말에 의하면, 호치민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광역시라고 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 했다. 수도가 아닌 두 번째로 큰 도시를 그가 어째서 가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동행이 있을 때 떠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간 해외여행이 2011년의 캄보디아였기에 이번 여행은 진정 오랜만의 해외 나들이었다. 베트남에 대해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으나, 베트남 음식이 친숙했다. 베트남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와 포만감이 느껴지는 쌀국수, 달달한 커피, 간편한 반미 등이 떠올랐다.

한편, 불안한 마음에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의 베트남 입국 가능 여부를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다행히, 입국 가능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권을 예약했으니, 다음은 호치민에서 묵을 숙소를 예약할 차례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여행일이 다가올수록 숙박비가 상승했다. 하루빨리 예약해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랑이 호텔을 예약했다. 3박 4일 일정 내내 지낼 곳이었고, 벤탄 시장 인근이었다. 벤탄 시장은 귀남 오빠가 가고 싶어 한 곳이었다. 시장이 근처에 있으면, 식사하기도 편리하고 볼거리도 많을 테니 적합한 위치일 듯싶었다.

어디를 가야 유익한 관광이 될까 고민하던 중, 문득 연말에 받은 새해 달력이 떠올랐다. 달력에는 호치민 중앙 우체국에 관한 사진과 소개글이 있었다.


베트남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오래된 식민 현지 건축물 중 하나인 호치민 중앙 우체국은 사이공 중앙 우체국으로도 불리며, 신고전 유럽 건축 양식과 아시아 장식의 완벽한 조화로 유명합니다. 우체국 전체 길이를 덮고 있는 지붕은 매우 정교한 아치 구조로 만들어진 돔 모양이며, 13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건물의 변함없는 아름다움으로 호치민의 상징적이고 매력적인 기념물 중 하나로서 관광객에게 주목받는 랜드마크 우체국입니다.


'마침 호치민이잖아? 잘됐네! 여긴 꼭 들려야지.'

귀남 오빠는 난데없이 사막에 가고 싶어 했다. 무이네라고 했다.

'사막을 아직 안 가봤나? 2007년도에 미국에서 사막을 지나친 적은 있는데.'

사막은 호치민에서 무려 약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상당히 머네! 비행기를 타고 갈 순 없나?"

다랑에게 묻자, 그는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사막에 가려면 반드시 호치민 떤선녓 공항을 거쳐야만 해. 사막이 호치민시에서 가깝거든. 사막에서 일출을 보려면, 이른 새벽에 일찍 출발해야 돼. 일몰을 보는 거라면, 오전 9시에 출발하면 되고. 그런데, 왕복 6시간 이상 차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과 사막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관광은 전혀 못하는 게 단점이네."

"그렇구나. 어, 사막이 2가지 종류네! 하나는 화이트 샌드, 다른 하나는 레드 샌드. 와, 멋있다! 모래 색깔이 다르구나! 여기서 벨리 댄스복 입고 영상과 사진 촬영하면 딱이겠어. 사막과 열정의 무용수! 호치민 시내 관광보다 사막이 더 중요한 일정이야!"

첫째 날에 비행기가 연착될 수도 있으니, 둘째 날에 사막에 가는 것이 안전했다. 사막에서 촬영할 기대감에 부풀었다.

귀남 오빠는 가고 싶은 곳이 참 많았다. 벤탄 시장과 무이네 사막 외에도 호치민 박물관, 전쟁 박물관, 콩 카페 등 그가 추천한 덕분에 3박 4일의 일정이 알찼다. 별도로 검색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안마받기도 그가 제안한 일정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그간 다랑은 옆 동네로 이사 왔다. 그는 가까이 살면서 자주 얼굴을 비쳤다.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면서 입 속의 혀처럼 구는 그가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했다. 그와 저녁 식사를 한 후 귀가하던 중, 난데없이 사건이 터졌다.

"서비랑 설 연휴에 문경 장성봉 등산 가려고."

운전 중인 그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는데, 별안간 불똥이 튀었다.

"왜 나한테 의사도 안 묻고, 그걸 누나 마음대로 결정해? 통보하는 거야?"

갑자기, 그가 언성을 높였다. 당황스러웠고, 기가 막혔다.

"왜 화를 내......? 이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안 가고 싶음, 안 가도 돼!"

베트남으로 떠나기 이틀 전, 수요일 밤이었다.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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