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J와 즉흥적인 P의 베트남 여행(3)

인천 공항에서 생긴 일

by 슈히

각자 준비한 소형 캐리어와 추가로 챙긴 대형 캐리어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쟀다. 소형 캐리어는 7kg 미만, 대형 캐리어는 20kg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짐을 적절히 빼고, 더했다. 그 과정에서 귀남 오빠의 짐이 가장 많고, 무거웠다.

"어, 드라이어는 왜 가져 가요?"

깜짝 놀라 그에게 묻자, 그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호텔에 드라이어 없을까 봐......"

"그럴 리가요! 호텔인데요?"

해 봐."

"너, 드라이어 빌려 달라기만 해 봐!"

"호텔에 만약 드라이어 없으면, 그냥 자연 건조할게요."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인파들로 북적였다. 일찌감치 수속을 마치기 위해 줄을 섰다. 비엣젯 항공 직원의 이국적인 외모를 보고, 감탄했다.

"오, 미인이네요. 베트남인이겠죠?"

"그러게. 일반적인 한국인보다 더 예쁜데!"

처음엔 베트남인일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직원은 의외로 한국인이었다. 그녀는 또박또박 완벽한 한국어로 안내했고, 우리는 각자 여권과 예약 일정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귀남 오빠와 나는 별 탈 없었으나, 다랑이 문제였다.

"다랑 님은 여권 유효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서, 출국이 불가능하십니다. 공항에서도 베트남행 비자 발급이 가능하긴 한데,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해요. 일단 기다리셔야 해요."

출발하기 3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직원은 부연 설명했다.

"일본을 제외한 해외 국가에서는 대부분 여권 유효 기간 6개월 이상이어야 출국 가능하세요. 아무래도, 불법 체류 위험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1월에 베트남에 가기 위해 11월경 항공권을 예약했을 때, 다랑의 여권은 유효 기간 분명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선 그의 여권 유효 기간은 6개월 미만인 것이다.

"비엣젯 항공 취소는 가능한가요?"

"당일 취소는 어려워요. 다른 두 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일단 상의하고 다시 올게요."

후퇴했다. 짐을 실은 카트를 밀고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랑은 서둘러 베트남 비자 발급을 검색했다.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그야말로, 바가지요금이었다.

"슈히야, 어쩔 거니?"

귀남 오빠가 물었다.

"우리끼리라도 가야죠. 들인 돈이 얼만데요. 사막에서 벨리 댄스 촬영할 기회가 언제 또 있을지 몰라요. 예정대로, 갑시다! "

다랑이 처한 공교로운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후련했다. 그와의 앙금이 해소되지 않아 서먹했고, 여전히 미운 터였다. 다시 줄을 섰고, 이번엔 아이돌 가수처럼 매끈한 얼굴의 남자 직원과 대면했다.

"위탁 수하물은 현금 결제만 가능하세요. 44,000원입니다."

"그럼, 인터넷으로 구매할게요. 이따 다시 올게요."

인터넷으로 결제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31,100원이었다.

'후, 앞으론 번거로워도 미리미리 결제해 놔야겠어. 현장에서 사면 너무 비싸잖아?'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시 수속대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엔 앞서 만난 직원들과는 달리 평범한 외양의 여직원이 담당이었다.

"위탁 수하물 결제를 방금 하셨어요?"

"네."

"아직 처리되지 않았어요."

"처리 시간이 지연되나 봐요. 어쩌죠?"

"위탁 수하물은 곧 마감이요."

서둘러 인터넷 상담원과 연락을 시도해 봤으나, 업무 시간 전이라서 아무 응답이 없었다. 결국, 다랑이 현장 결제해서 짐을 부쳤다.

'휴, 공항에서 기운 다 뺐네......'

이윽고, 출국 시간이 다가왔다. 다랑이 달러와 바우처를 건넸다.

"달러는 베트남 도착해서, 동으로 환전해. 바우처는 호텔에 입실할 때 보여주고. 혹시 모르니까, 내 신용카드도 가져가. 예약자 본인이 아니라서, 입실 거부 당할 수도 있으니까."

만약, 다랑이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서 베트남에 오지 못한다면, 3박 4일간 2인실에서 혼자 묵게 될지도 몰랐다. 상상하니 먹구름이 밀려왔으나, 겉으론 태연자약한 척했다. 다랑이 짐을 들고 오다, 멈췄다.

"여기서부터, 난 못 가네."

"잘 다녀올게!"

귀남 오빠가 웃으며, 다랑에게 인사했다.

"다랑도 곧 뒤따라 올 거예요!"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작은 목소리로 눈치를 줬다.

"아! 그렇지, 참......"

이후, 여러 관문을 거쳤다. 짐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 출국 심사를 거쳤다. 모든 것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고, 더욱 발전한 모습이었다. 여권도 기계가 인식해서, 간편했다. 남들은 익숙한지 신속히 이동했다. 반면, 12년 만에 인천 공항을 방문한 터라 여권을 기계 어디에 갖다 대야 하는지 몰라 허둥지둥 헤맸다.

"바로 떼지 말고, 몇 초 기다리세요!"

직원이 알려줘서, 간신히 해결할 수 있었다.

새벽 6시경이었다. 배에서 꼬르륵거렸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을 샀다. 편의점 운영자와 직원들은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귀남 오빠는 흡연실을 찾았다. 식욕보다 흡연욕구가 더 강한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아 혼자 김밥을 먹는데, 다랑에게 전화가 왔다. 어지간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 친구가 외간 남자와 단둘이 해외여행을 가는 상황이었다. 모든 일정을 계획한 본인은 정작 인천 공항에 발이 묶인 채로 말이다.

"지금, 김밥 먹는 중이야. 비행기 곧 이륙해."

별로 할 말도 없고, 길게 통화하고 싶지 않아서, 식사를 핑계로 곧 통화를 종료했다. 끽연을 마친 귀남 오빠가 돌아왔다.

"식사 안 해도 되겠어요?"

"나 김밥 하나만 줘."

"국제선 연착되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일정대로 출발하네요. 우리가 첫째 날에 가려던 곳을 마지막 날로 수정해야겠어요. 다랑이 언제 올진 몰라도,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무래도 남겨 놔야죠."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비엣젯 항공에 탑승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이었다.

"베트남 가면, 2시간 젊어지네!"

"그러네요."

"슈히야, 걱정 마. 오빠도 다 계획이 있어!"

귀남 오빠가 자신 있게 말했고, 그땐 말이라도 든든했다. 모든 일정을 계획한 다랑이 빠진 지금, 믿을 사람은 오직 귀남 오빠뿐이었다. 애초에, 그가 오고 싶어 한 여행 아닌가!

그로부터 약 6시간 후,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또 하나 발생하고 말았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바로 직전에 터진 소동이었다.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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