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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공장 면접기(상)

입사 지원

by 슈히

작년, 연말이었다. 국내 여행을 차차 마무리 짓고, 슬슬 해외여행을 가려던 참이었다. 여행을 다니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서둘러 일자리를 알아봤다. 전공인 미술 관련업을 찾던 도중, OOO를 모집하는 구인 광고를 발견했다. 요강을 보니, 우대 자격은 미술 전공자 혹은 유아 교육 전공자였다.

'OOO가 무슨 업무를 하는 업종이지?'

OOO 업무는 경험한 적이 전무후무하나, 별 망설임 없이 입사 지원했다. 전공자라서, 우대 자격자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지원한 업체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 C사(社)였다.

'C사의 공장이 OO동에 있구나. 몰랐네. 근데, 거리가 좀 멀다......'

하루이틀 기다리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쪽에서 제시한 면접일은 연초가 시작된 주의 금요일 오후였다.

면접 날짜가 정해지자, 나름 면접 준비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C사에 대해 검색했다. 기본 정보를 훑는데, C사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에 속했다. 의외였다.

'아, 여기 대기업이 아니야? 대기업인 줄 알았는데! 기업에 대한 분류 기준은 이런 것들이 있구나. 놀랍다. 대기업이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들이 어마어마하군!'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라고 생각했던 익숙한 회사들 중, 실제로 대기업은 몇 개 없었다. 대부분 중견기업에 포함됐고, C사도 그중 하나였다. 한편, C사의 신입 사원 초봉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면접을 보지도 않았고, 채용되지도 않았지만, 급여를 받을 꿈에 부풀어 있었다.

면접에 대해 안내한 남자 직원의 연락처를 휴대전화에 저장하자, 그의 메신저를 통해 다양한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의 학창 시절, 연애 시절을 비롯한 과거 모습과 현재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마디로, 인생의 축소판이자 일대기였다.

그는 애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는데, 곧 아기가 태어날 모양이었다. 사진 속에서 부인으로 짐작되는 여자의 부푼 배가 그 근거였다. 그런데, 눈길을 끈 건 행복한 가정보다 그가 소유한 외제차였다.

'오, 외제차주로군. 고소득자인가 봐! 나도 여기 입사하면, 신입의 초봉과 동일한 급여를 받게 되는 걸까?'

그런데, 구인 광고에는 급여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급여 항목에는 추후 협의라고 적혀 있었다. 찜찜했다. 이제껏 면접을 본 경험에 의하면, '추후 협의' 치고 짭짤한 급여는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급여가 높으면, 대부분 당당히 금액을 적는다. 그럼, 당연히 입사 지원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금액을 적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회사 입장에선 낮은 금액을 굳이 밝혀서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고수입을 원하므로, 급여가 낮으면 자연스레 지원자도 소수이기 마련이다.

시간은 부단히 흘렀다. 드디어, 기대하던 면접 당일이 됐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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