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제주행(2)

제주 헤리티지 챌린지 인증

by 슈히

늦은 밤이 돼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고전했으나, 경차라서 아무 데나 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거리에 사람은 없었으나, 고양이가 한 마리 자판기 위에 엎드려 졸고 있었다. 중성화하지 않은 뚱냥이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웠다. 반가워서 다가가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귀를 내리깔았다.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으나, 고양이는 줄행랑쳤다.

지나가다 거시기 단란주점이라는 간판을 봤다. 작년에도 본 간판인데, 또 시야에 들어와서 웃겼다.

블랙야크 제주 헤리티지 챌린지를 인증지인 제주 향교, 제주국가유산 방문자센터, 제주목 관아, 오현단,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보존회, 한라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를 방문했다. 제주 향교, 제주목 관아는 시내에 있어서 예전부터 익숙했다. 나머지는 동선이 멀었고, 특별히 방문할 목적이 없는 곳들이었다. 제주국가유산 방문자센터에 갈 때, 헤매서 행인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아마, 저쪽 같아요. 한옥 지붕 보이시죠? 저도 관광객이라서, 불확실하지만요."

내 눈에는 분명 안 보였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행인의 시야에는 잘 보였나 보다. 목적지에 도착해 인증했는데, 이른 시간이라서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단으로 침입하면 벌금이라도 물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냥, 인증만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일정이 빠듯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주목 관아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백일장 촬영지였다. 폐문 상태였고 보수 공사 중이었는데, 내부를 유유자적 거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내게 물었다.

"공무원이세요?"

"아니요."

그의 행색을 보니, 공무원스럽진 않았다.

'저 사람은 이 시간에 여기 왜 있는 거야? 대체, 어디로 들어온 거지? 혹시, 취객인가?'

낯선 사람을 상대했다가 괜히 문제를 일으킬까 봐, 간이 콩알만 해졌다. 서둘러 자리를 떴다. 거리에 차도 사람도 드문 한적하고 이른 아침이었다. 청소 중인 환경 미화원에게, 행인이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하십니다."

오현단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 편>에서 접한 적이 있는데, 여길 실제로 오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오현(五賢)은 김정, 송인수, 김상헌, 정온, 송시열 등 조선시대 제주에 이바지한 다섯 사람을 이른다. 오현단은 오현을 배향한 귤림서원의 옛터에 조성한 제단이다.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아마 굳이 시간을 내어 이곳을 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으로만 보고 아는 것과 직접 와서 실물을 보고 익히는 건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제주를 수차례 방문하며 어지간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제주에는 내가 모르는 곳과 닿지 않은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보존회도 역시 개관 전이라서, 입장할 수 없었다. 굿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서, 전시관을 둘러보지 않아도 무관했다. 오전 9시도 채 되지 않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중년의 도민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그들은 친절히 일러줬다.

시내를 벗어나 한라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까지 가는데 한참 걸렸다. 1시간 이상 걸렸으니, 시외 수준이었다. 경차는 가볍고 날쌔게 달렸다. 가던 도중, 앞차가 우측으로 빠지길래 호기심이 생겨 뒤를 쫓았다. 날씨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볼 것도 없는데 관광객들이 더러 있었다.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주행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인증지가 어딘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이번에도 등산객을 붙잡고 길을 물으니, 그는 오히려 금방 알았다.

"저기 같은데요. 알록달록한 큰 기둥 세워 놓은 곳이요."

과연, 그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한라산은 안 가세요?"

남자가 물었다.

"이미 많이 가봤어요. 이번에도 누가 한라산 가자고 했는데, 저는 안 갔어요. 관광이 목적이요."

서둘러 인증을 마치고, 방주 교회와 본태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관광 시작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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