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제주행(7)

모슬포 숙소에서

by 슈히

모슬포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좁짝 뼈국수를 먹으러 갔다. 남자 사장님 혼자 영업 중이었는데, 심심해서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의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됐는데, 이혼 후 만난 애인에게 사기를 당해 X, XXX만 원이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구나...... 이혼한 것도 서럽고, 돈 잃은 것도 아깝고, 애인에게 배신당한 것도 분하잖아!'

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식당에 오래 머물진 않았다. 제주 전통 순대도 맛있게 먹고, 숙소에 입실했다. 여성 4인실이었는데, 투숙객은 단 둘 뿐이었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여성이었고, 그녀에게 친근하게 말을 먼저 건넸다.

"숙소 사장님이 내일 조식을 직접 요리해 주시나 봐요. 참 좋네요! 그런데, 주방이 어딘지 알아요? 아까 1층 가봤는데, 어딘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나보다 숙소에 먼저 머물렀는데도, 주방의 위치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숙소 주인에게 전화해 물었고, 주방의 위치를 파악했다.

"방주 교회, 본태 박물관 가봤어요? 추천받아서 오늘 거기 다녀왔는데, 좋더라고요!"

대화하다 보면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계속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녀는 고양이 같았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고, 별 반응이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좋은 장소 있으면 공유 부탁해요. 다음 여행 때 가볼게요."

"글쎄요. 각자 취향이 다르니까요."

그녀로부터 아무런 추천도 받지 못했고, 맥이 탁 풀렸다. 상대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 태도가 역력했기에,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잠들기엔 아쉬워서, 응접실 탁자에 앉아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남자 두 명이 들어오더니, 내 앞에 와서 앉았다. 둘의 사이는 친밀해 보였다.

"두 분이 친구 사이이신가요?"

"아뇨, 오늘 처음 만났어요."

"와, 굉장히 친해 보이시네요."

"이쪽이 형님이시고, 저는 한참 어립니다. 헤헤."

50대 남성은 주말 부부이고, 40대 남성은 미혼이었다.

다음날이었다. 객실 탁자에 앉아 30대 남자 투숙객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내가 올레길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자, 그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한편, 나와 한 방에 묵었던 여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끌던 캐리어는 손잡이가 갑자기 쑥 빠지고 말았는데, 그걸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등을 돌려 딴청을 피웠다. 30대 남자가 황급히 다가가 여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손잡이가 떨어질 정도로 오래된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구나. 여행을 자주 안 다니나?'

그녀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이 있기에, 타인을 도와줄 마음은 눈곱만치도 들지 않았다.

탁자는 한 개뿐이었고, 투숙객 모두가 앉기에 충분히 컸다. 여행자들과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대부분 올레길을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는데, 각자 혼자 왔다는 게 모두의 공통점이었다. 숙소 주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비빔밥과 된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감격에 젖었다. 여행하며 이렇게 정상적인 무료 조식을 먹는 건 참 오랜만이기 때문이었다.

뚱냥이녀는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혼자 일어났다. 그녀는 세수조차 안 한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숙소 이용자에게는 온천 이용권이 지급되는데, 아마 곧장 온천욕을 즐기러 갈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출입문이 닫히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저분은 제주 여행에 대해 아무 정보도 공유하지 않더라고요."

갑자기 40대 여자가 크게 웃었고, 우리는 다 같이 함께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30대 남자가 어리둥절하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저기, 근데 왜 웃으신 거죠?"

"네? 아, 보통 다들 정보 공유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저분은 정보를 안 주신다길래 엉뚱해서 웃었어요."

별로 웃긴 상황은 아니었는데, 남이 웃으니까 나도 덩달아 웃고 털어버렸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낯가림이 심한 고양이 한 마리와 하룻밤 묵었다고 치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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