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단종과 할미꽃의 눈물(6)

한반도 빵

by 슈히

산악회원으로부터 한반도지형을 추천받았다. 일정이 빠듯해서 못 들릴 줄 알았는데, 법흥사 가는 길목에 있어서 운 좋게 들릴 수 있었다. 주행 중 한반도지형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계속 마주쳤다. 이쯤 되면, 가보라는 신의 계시일 것이리라 판단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온 김에 가보자.'

영월에 또 온다면, 그땐 여름 고씨동굴과 어라연을 둘러볼 참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고씨동굴은 현재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휴게소에서 쉬고 싶은 유혹에 잠시 사로잡혔으나, 일정이 빠듯하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관광을 마치고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이곳도 역시 등산이었다. 난이도가 어려운 곳은 아니었으나,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무리 없이 보행했으나,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은 매우 힘겨워했다. 노년의 내 모습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도 피곤하고 힘든데, 저분들은 오죽할까!'

강아지를 데리고 온 여성과 마주쳤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신발이었다.

"슬리퍼 신고 등산하셨어요?"

"아, 네. 여기 사실 반려 동물 출입 금지인데, 그렇게 됐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듯했다. 어머니와 둘이서 온 모양인데, 곧 교대하기로 했나 보다.

이정표에서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이라는 표식을 발견했다. 한반도지형은 상공에서 내려다봐야 윤곽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볼 때는 부분적으로만 보여서 전체적 지형을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굽이치는 강과 마을의 모습이 보이고, 작은 뗏목이 멀리서 포착됐다. 가족과 어린이 대상으로 뗏목 타기 체험 활동을 하나 보다. 선암마을이라고 불렸다.

하산 후 휴게소에 들렀다. 한반도 빵에 대한 옥외 광고를 보고, 달콤한 음식이 간절해졌다. 땀과 피로에 절은 터였다. 기념품을 좋아해서, 둘러볼 의향도 역시 있었다. 계산대에서 할머니 한 분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어머, 너무 예뻐요!"

"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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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등산 안 좋아하는데요?>(2021) SUPER HERO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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