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단종과 할미꽃의 눈물(7)

법흥사와 요선정

by 슈히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역사문화대장정을 인증하기 위해 법흥사와 요선정을 찾았다. 대부분의 절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낑낑대며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노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엄숙하고도 활기찬 분위기가 흘렀다. 적멸보궁 앞에서 인증만 후딱 하고 하산하는데,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건넸다.

"얼마나 더 가야 돼요?"

그녀는 지친 기색이 완연했고, 혼자 뒤처진 듯 보였다. 안쓰러웠으나, 솔직히 대답했다.

"한참 더 가셔야 해요."

"어머, 머리에 꽃이 폈네!"

할머니가 감탄했다. 웃으며 대답했다.

"예쁘죠? 꽃핀이요."

"아이고, 예쁘네!"

기분 좋게 법흥사를 벗어났다. 여유로운 오후였다. 영월 여행 첫째 날의 마지막 일정은 요선정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숙박 시설이었는데,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맞긴 한 거야? 어째 으스스한데.'

차에서 내려 무작정 걸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들어 좌측을 보니 웬 사람 동상이 하나 서있었다. 행색이 마치 좀비 같았다.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왜 이런 데 서있담? 무섭게.'

들어선 곳은 길도 아니고, 밭이었다. 여자 행인 한 명이 지나가길래, 요선정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런데, 여자는 귀가 어두운지 말귀를 못 알아 들었다.

"요선정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뭐라고요?"

지척인데 왜 못 듣는 건지 답답했다.

"요선정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요?"

"안 들려요!"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요선정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여자는 고개를 돌려 제 갈 길을 가버리고 말았다. 기가 막혔으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여자를 따라갔다. 잠시 후, 큰 강을 만났다. 거대한 바위에는 구멍이 움푹 파인 곳들이 많았는데, 한 소년은 미끄럼틀을 탔다. 가족들이 촬영하며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아, 나도 저렇게 사진 찍으면 좋으련만!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 텐데, 아쉽네.'

먼발치서 바라본 바위들은 고래를 연상케 했다.

안내문을 읽자, 신기한 지질 현상을 익힐 수 있었다. 물의 꾸준함이 무쇠 같은 바위를 깎아낸다는 점에서 긴 세월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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