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백운산 등산
숙소는 외곽에 위치했고, 적막했다. 창 밖으로 도로와 임야, 그리고 하늘이 보였다. 창틀은 시커먼 때가 껴있었으나, 애써 외면했다. 온돌방이 가장 저렴해서 예약했으나, 일반실을 배정받았다. 침대에 앉자, 싸구려 매트리스인지 스프링이 삐그덕 괴성을 질렀다. 점심에 먹다 남은 장떡과 집에서 삶은 달걀, 그리고 편의점에서 산 햄버거와 우유를 곁들여 먹었다.
씻고 나니 졸음이 몰려와 초저녁에 잠들었는데, 22시 30분경에 깼다. 다시 잠을 청했으나, 새벽에 또 정신이 들었다. 발정 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숙소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기에, 처음엔 고양이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건 동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옆방에서 들리는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방음이 안 돼서, 귀에 들리는 소음이었다.
'윽, 이런 걸 듣게 되다니! 혹시 영상을 틀어 놨나?'
잠시 후,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영상은 아니로군. 실제 인물들이군.'
상상하고 싶지 않았지만, 들리는 걸 어쩌겠는가? 착잡한 심정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니,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행 와서 묵은 숙소에서 옆방 신음소리가 들린다고 했더니,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튀어올 기세였다.
"거기 어딘가요?"
피식 웃고 말았다. 좌중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다시 잠이 들었다. 몇 시간 후, 계획대로 일어나 외출 채비를 했다. 어제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흰 벽지에 까만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 곰팡이 맞지?'
촬영 후, 숙소 관리자에게 문자로 전송했다. 사과의 답변이 돌아왔으나, 현재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강원도 산악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는 평창이었다. 영월 백운산을 등산하는데, 들머리는 영월이 아니었다. 숙소에서 무려 1시간이나 떨어진 위치였다. 혹여 지각할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부리나케 주행했다. 집결 시간 약 10분 전 여유 있게 도착했다. 총 7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1명이 약 30분 지각했다. 지각생에게 물으니, 그는 울진에서 2시간 30분이나 주행해서 왔다고 했다.
"와, 멀리서 오셨네요! 고생하셨어요."
또, 나와 같은 신입 회원에게 거주지를 물으니 그는 제천이라고 대답했다.
"영월이라고 해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1시간이나 걸려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요. 인근 숙소가 없어서 1시간 운전했어요."
산은 변두리에 위치한 경우가 태반이므로, 종종 겪는 일이다.
지각생은 한여름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배우 이서진을 닮았다.
"어, 울진 이서진이다!"
내가 말하자, 그가 웃었다. 보조개가 움푹 파였다. 그는 육중한 몸집에 근육량이 많았는데,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그럼 체중 걈량 하는 건 어때요? 저도 작년에 6kg이나 뺐어요!"
"근손실 오면 안 되는데......"
"최근에 등산 간 건 어디예요?"
"지난 주말에 선자령 갔어요."
"선자령은 어느 지역이에요?"
"모르겠네요."
"제 기억으론 평창인데, 왜 몰라요?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면서요. 우리 내기할래요? 내가 맞으면 나한테 1만 원 주기!"
"사기꾼이에요?"
앞서 가는 운영진에서 소리쳐 말을 건넸다.
"선자령, 어느 지역에 있어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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