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마시다

커피 템플

by 슈히

2021년 10월 27일 수요일, 4·3 공원 견학을 마치고 이동했다. 가방에 든 과자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343번 버스가 곧 나타났다. 흔들흔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하차 후, 환승을 했다. 버스에서 또 내린 후, 천천히 걸었다. 자가용이 없어도, 씩씩하게 잘 다닌다. 초등학교 인근을 지나, 중선 농원이라는 팻말을 만났다.

‘맞게 잘 찾아왔군!’

옥구슬 씨가 지난 5월에 추천한 월평동의 커피 템플이라는 카페였다. 유명한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차림표에 텐저린 카푸치노라는 글씨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으나, 커피 외의 다른 음료를 주문했다. 원래 커피를 안 마신다. 나중에 옥구슬 씨가 이 얘길 듣고 안타까워했다.

“커피로 유명한 곳에 가서, 커피를 안 마시다니!”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린걸요.”

내가 대꾸했다.

“그래도 용기 내서 커피를 마셨으면, 후회 안 했을 텐데!”

“아니, 그럼 날 데리고 가서 날 말렸어야죠!”

“나도 못 가봤는데!”

“제주 여행은 대체 언제 갈 거예요?”

“언젠간 가겠죠!”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 커피가 아닌 패션 후르츠 에이드를 마신 걸, 지금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커피의 맛을 잘 모른다.

카페 뜰 안에 무성한 식물들을 감상했다. 귤 사촌처럼 생긴 푸르뎅뎅한 과실과 서서히 익기 시작하는 누런 빛을 보고 평일의 여유와 안락함을 만끽했다. 여행 첫째 날이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쭉 혼자인 건 역시 심심했다.

농원을 거니는데,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 외국인을 봤다. 그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동양인 여자와 함께 영어로 대화 중이었다.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연인은 아닌 것 같았다. 주로 남자가 말하고, 여자는 듣는 편이었다.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말없이 지나갔다.

카페 안에서 음료를 다 마시고 잠시 머물다가, 떠날 채비를 했다.

‘화장실 한번 들려야겠다.’

화장실은 외부 다른 건물에 있었다. 화장실에서 양치를 마치고 나오자, 아까 본 남자 외국인이 내게 물었다.

“끝났어요?”

정확한 발음을 내려고 무던히 노력한 한국어였다.

“네!”

한국어로 경쾌히 답했다.

그는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카페 뒤에서 화랑을 발견했다. 발길을 옮겼다. 전시물은 몇 점 없어서, 금세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 앞을 다시 지나는데, 그가 통로에 서 있었다. 너무 무료한 나머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디 출신이에요?”

“모로코인이에요.”

우리는 곧 영어로 대화했다. 요셉은 제주도에서 3년 3개월 머물렀고, 현재 사업체를 운영 중인데, 귀화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었다.

그에게 한라산에 가본 적 있느냐고 질문하니,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게 카페 테라로사를 추천했다. 그곳 경치가 꽤 근사한 모양이다. 다음 기회에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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