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시장
2022년 3월 15일 화요일 저녁, 한 달 만에 또다시 제주를 찾았다. 해가 저물었다. 노을을 감상하는데, 항공기 유리창에 생채기가 너무 많아서 거슬렸다. 기내 손님은 별로 없었고, 옆 좌석도 텅텅 비어 있었다. 홀가분했다. 이윽고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기온이 아직 쌀쌀했다. 옷깃을 여미며 동문 시장 인근 맛집을 검색했다. 유명하다는 순대 국밥집을 찾아가려 무던히도 애썼으나, 시간도 늦고 배가 고팠다. 견딜 수 없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시장 내부로 들어갔다. 업주가 반기며 호객행위를 하길래, 망설이지 않고 그냥 응했다. 차림표를 훑어보니, 혼자 먹을 만한 건 회덮밥뿐이었다. 별 기대 없이 주문했는데, 반찬 가짓수도 많이 나오고, 회도 싱싱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식사라니, 맛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로군! 다음에도 기회 되면, 또 와야지.’
기복 오빠에게도 이 식당을 맛집이라고 칭찬했다. 상호도 유심히 살피고, 명함도 받아 그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그는 내일 오전에 퇴근 후 제주 공항에 도착할 예정인데, 내게 점심을 함께 먹자고 했다.
“오빠가 제주에 너무 늦게 와서,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각자 올레길 걷고, 저녁을 같이 먹는 건 어때요?”
그가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 왜 부름? 왜 따로 걸음? 같이 걸어야 하는 것 아님?”
기복 오빠가 언짢아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러나 서로 일정이 안 맞으니, 어쩔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이 든 캐리어를 끌며 동문 시장을 누볐다. 밤거리는 한산했다. 벌써 선물을 고를 시기는 아니지만, 구경하는 건 공짜니까 어디 대수려나 싶었다. 감귤을 연상케 하는 선글라스와 면 마스크가 탐이 났으나, 불필요한 지출일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이 안 되는 장난감이나 다름없었고, 면 마스크는 쓰고 다니면 보나 마나 옥구슬 씨한테 핀잔을 들을 테니 말이었다.
제주 흑돼지라면 ‘돗멘’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돼지코가 그려진 단순한 겉 포장이 귀여웠다. 사진을 찍어 옥구슬 씨에게 전송했다. 그는 맛있는 음식과 군것질을 좋아한다.
“옥구슬 씨가 떠올라서요.”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했다. ‘전국에 이곳밖에 없는 제주 명물 하르방 과자’라는 글씨에 마음이 동했다.
‘오, 선물용으로 적격이다!’
이틀 후에 도착한다고 해서, 택배로 부쳤다. 게다가 제주 경제 통상 진흥원에 신청하면, 택배비의 절반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동문 시장에서의 식사와 선물 구매는 모두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