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찾아 삼만리

앙끄레 국수

by 슈히

2021년 6월 30일 수요일, 관광지 두 곳을 둘러보고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우리 밥 어디서 먹어?”

J 언니가 물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인근 맛집은 세 군데인데, 한 곳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예 영업을 안 하는 듯 보였고, 나머지 두 곳은 공교롭게도 휴무였다. 수요일인데 왜 영업을 안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오래 걸어 다녔더니 지치기도 하고, 갈증도 나서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목적지인 환상 숲 곶자왈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근거리였지만, 남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820번 환승 버스를 탔다.

“주변에 식당이 있을까요?”

관광 해설사에게 내가 질문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리시면 식당 많아요.”

맛집을 찾아 멀리 갈 것 없이, 그냥 인근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버스에 타자마자 금방 하차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 내 핸드폰 어딨지?”

J 언니가 우는 소리를 내며 가방과 짐을 샅샅이 뒤졌으나, 휴대전화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방금 버스에서 두고 내린 거 아니에요? 언니 짐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나 봐요. 일단 지금 점심시간이라서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전화를 안 받을 거예요. 13시 이후에 민원실에 전화해서 문의해볼게요. 우리 일단 식사부터 해요.”

불안해하는 언니를 열심히 설득했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게 없으면, 비행기도 못 타는데!”

고개를 돌리니, 눈앞에 식당이 하나 보였다. 한식 뷔페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는 갈치조림을 먹고 싶어 했으나, 지금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어제 오전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 택시 기사와 언쟁을 벌인 후, 오후에 제주도청 대중교통 민원과에 민원을 넣었다. 초행길인 관광객에게 욕설을 퍼부은 개인택시 기사의 불친절을 고발하는 일은 보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과받는 것도 기약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귀찮고 짜증이 나도, 번거롭고 시간이 아까워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하고, 사소한 노력이 모여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침 제주도청 대중교통 민원과의 번호를 내가 알고 있었기에, 전화를 걸어 820번 순환 버스 담당자와 연결이 됐다. 그리고 J 언니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라고 내 휴대전화를 건넸다.

그녀는 이성을 되찾고 침착하게 대처했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수화기 너머 담당자는 15시 이후에 동광 환승센터 사무실에 들러 핸드폰을 찾아가라고 안내했다.

우리가 식사한 곳은 제주도민들이 애용하는 식당인 것 같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급한 마음으로 선택한 이곳의 음식은 J 언니의 입맛에 그럭저럭 맞는 듯 보였다.

“수육이 맛있네. 사장님 음식 솜씨 좋으시다. 이런 곳이 진국이지!”

언니가 칭찬했다. 다행이었다.

원래 식혜는 없는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식혜를 찾자 고맙게도 사장님이 식혜를 만들어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어제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감귤초콜릿을 하나 꺼내 사장님 손에 쥐어 드렸다.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버스 정류장 사무실에서 J 언니의 분실물을 무사히 되찾았다. 순조롭게 호텔로 돌아갔다.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언니는 침대에 누워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기까지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외출했다. 약 800m의 거리를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기엔 어중간해서, 또다시 걸었다.

운동화를 신은 발로 성큼성큼 걸었지만, J 언니는 쪼리를 신고 헐레벌떡 쫓아오기 바빴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그녀를 기다렸다.

내가 또다시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연설하자, 언니는 화를 삭이며 내뱉었다.

“너라서, 내가 참는다!”

앙끄레 국수라는 식당에서 물회와 물만두를 먹었다. 앙끄레는 한 집 안에 안팎 두 채 이상의 집이 있을 때, 안에 있는 집채를 말하며, 안채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치자 면을 사용해서 면발이 쫄깃하고 부드러웠다. 안내문에는 치자의 효능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가슴과 대소장의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해독 작용을 한단다.

J 언니가 이틀간 숙박비를 결제했기에, 식대는 내가 내는 게 마땅할 것 같았다. 내가 내겠다고 했더니, 그녀는

“아냐, 언니가 살게! 이것보다 더 비싸고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는데…….”

하고 말했다. 잠자코 따랐다.

물회를 먹으며, 영화 ‘낙원의 밤’을 떠올렸다. 극 중 주인공들은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고,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결말 또한 제주도에서 지어진다. 옥구슬 씨가 영화를 두 번이나 감상하고, 여배우를 보며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곳 제주도에서 물회를 먹으며, 그를 그리워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월드컵경기장 입구를 거닐었다. 돌하르방이 쭉 늘어서 있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조형물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달랐다. 신기했다. J 언니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평화롭게 마무리했다.


하르방: 할아버지(제주어).


앙끄레 국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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