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록한 숙소

남이 해준 요리

by 슈히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7시, 1층에서 조식을 먹었다. 식사는 단순하고도 영양가 있었다. 접시에 감, 사과, 체리, 단호박, 바나나, 오렌지, 토마토, 양상추를 담고, 포크와 나이프를 챙겼다. 식탁 위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잔에 따라 음미했다. 이른 시간에 남이 해준 요리를 먹으니, 행복했다.

사장님이 직접 빵과 달걀, 소시지를 조리해 손님들의 접시에 얹어 줬다. 지글지글 갓 익은 음식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잘 먹겠습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아버님은 맞은편에 앉았고, 뚱뚱한 여자는 내 우측에 자리 잡았다.

“왜 그리 코를 골아요?!”

인상을 쓰며, 여자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어머, 심했어요?”

“네, 밤새 잠을 못 잤어요!!”

“죄송해요! 제가 천식이 있어서…….”

그나마 미안한 기색은 보이니, 다행이었다.

“나도 잠을 통 못 잤네. 내가 이렇게 예민한 지 나도 몰랐어! 여기 방음이 전혀 안 돼요.”

아버님 말씀에 의하면, 옆 방에서도 그녀의 코골이가 다 들렸다고 했다. 다른 방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듣고 보니 바꿔도 달라지는 건 없을 듯했다.

그는 혼자 한라산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백두대간 완주도 두 번이나 했는데, 부인과 취미가 맞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했다.

“아내랑 둘이서 올레길 한 구간을 걸은 적이 있는데, 혼자 구간 두 개 도는 것보다 더 힘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코골이 여자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해가 안 가서, 그에게 되물었다.

“아내가 커피를 좋아해요. 가는 곳마다 카페를 보면 들어가서 빵 먹고, 커피 마시고… 정작 식사를 제대로 안 하니, 난 배가 고플 수밖에! 게다가 아내가 걷기 힘들어해서, 배낭도 혼자 두 개를 멨어요.”

사연을 들으니, 커피와 빵을 좋아하고 걷기는 싫어하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저런, 안타깝네요. 그럼, 차라리 혼자 다니시는 게 낫겠어요!”

“여자 혼자서 이렇게 여행 다니면, 무섭지 않아요? 난 딸만 둘인데, 딸을 키우면 겁쟁이가 돼요.”

“위험하죠.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까요. 그래도, 어렸을 적에 태권도 배워서 괜찮아요. 유단자예요.”

뚱보 여인이 과거에 태권도 선수였다고 한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체 이 몸으로 어떻게 선수를 한 거람?’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녀와 하룻밤을 더 지내야 하므로.

3층 침실로 돌아와 나갈 채비를 했다. 2층 침대 아래층을 쓴 50대 여자분이 내게 동행을 제안했다.

“한라 생태숲 같이 갈래요? 동행이 늦게 온다면서요.”

“아, 혼자 먼저 걷고 있으려고요. 늦은 사람이 알아서 따라오겠죠.”

한편, 태권도 4단 유단자는 침대에서 게으름을 부렸다. 그녀는 특별한 계획이 없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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