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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Aug 16. 2018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거미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누에 정도는 되고 싶어


얼마 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주인집 아주머니 마냥 불쑥불쑥 찾아들었다.


출퇴근을 하며 유튜브를 봤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보다 보니 금세 질려 버린 것이다. 가만히 서서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오늘 내가 한 일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나온 영문과는 학기 내내 책 읽고 글 쓰는 게 일이었다. 이것만 성실히 한다면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것은 장담할 수 없을지라도, '우수한 학생'이 되는 데는 손색이 없었다.


가장 유명한 벽돌책(노튼 엔솔로지)은 학교에 남겨놓았다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글쓰기가 싫었다. 어떤 때는 하얀색 화면에 커서가 반짝이는 것만 봐도 토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학기말 리포트를 마감 전날 시작하고 교수님께 참 많은 폐를 끼쳤더랬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런 글마저 꼼꼼히 채점해 주셨던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이런 욕망이 생긴 건 요즘 하고 있는 사회공헌 업무에서 배우는 점이 많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료한 내 삶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이야기를 아름답고 촘촘하게 짜내는 거미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내 몸 하나 고치로 감싸는 누에 정도는 되고 싶었다.


그때 브런치라는 앱을 발견했다. 브런치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발행할 수는 없다. 작가 심사를 거친 뒤 선정된 사람만이 글을 보여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꼼꼼히 읽어준다.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작가분들이 쓴 세상사를 읽어보니 각자의 언어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이 플랫폼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한 문장. 어떤 날은 세 단락. 무언가를 적으니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그렇게 7편 정도의 짧은 글을 썼고 어제 브런치에 심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앞으로 글을 계속 쓰라는 메일을 받았다.


따뜻한 글을 쓰겠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실을 뽑아내야겠다. 언젠가 이 고치가 단단해지면 내가 조금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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