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의 데뷔전: 오케하자마 전투
“방패를 뚫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창대가 아닌 창끝이다”
사람마다 크건 작건 세상을 향해 ‘내가 여기있다!‘를 알리는 데뷔전을 치르게 마련입니다.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 스타들도 대부분 데뷔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드러내왔지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프로 데뷔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보여주었고, 축구의 전설 펠레는 15살의 나이로 데뷔전 결승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전쟁의 축소판이라는 스포츠에서도 영웅의 탄생이 이러할진데,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쟁터에서 데뷔 무대가 있다는 것은 무척 당연한 일입니다. 훌륭한 데뷔전은 그 부대의 대장을 순식간에 전국적인 인물로 바꾸어 놓지요. 그리고 그 데뷔전이 모두의 상식을 뒤집는 엄청난 것이라면 이것은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알리는 효시가 됩니다.
오늘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제패했던 세기의 장수 오다 노부나가의 데뷔전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오다의 아버지는 가문에서 방계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곧 가문의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없었다는 뜻인데요. 직계 혈통의 사무라이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던 전국시대에 오다의 삶은 늘 불안과 공포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사업수완과 정치력이 무척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주변 영주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항구들을 활용해 큰돈을 법니다. 이 돈은 이후 오다가 외부의 적과 싸움을 할 때 더없이 소중한 자원으로 쓰이게 되지요.
아버지가 갑작스레 병으로 죽자 오다는 자신의 동생과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가주의 자리는 오직 하나 뿐이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신하들은 동생의 편에 서서 오다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가족, 특히 동생들을 무척 아꼈던 오다에게 아버지가 죽자마자 곧이어 일어난 일련의 시련들은 더 없이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수많은 반대 세력들을 물리친 오다는 결국 23살의 어린 나이(당시로서는 어린편이 아닙니다.)에 가문의 최고 직위인 당주가 됩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행동을 일삼고 양아치로 소문이 나있던 그가 당주가 된 것은 주변 영주(다이묘)들에게도 무척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오다가 26살이 되던 해 동쪽의 적인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그의 영지를 공격합니다. 2만 5천명. 이마가와가 이끌고 있던 병사의 수는 어마어마했는데요. 이마가와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 침공을 준비해 왔고 오다의 병사들이 멀리 원정을 가있던 때, 기습적으로 그의 영지를 파고들었습니다.
적군의 말발굽 소리만 요동치자 오다의 신하들은 더없이 침통해졌습니다. 이런 순간에 그들의 주군은 여느 때와 같이 농담만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운이 다하니 주군의 정신이 흐려진게 분명하다’는 기록을 남긴 신하가 있는 것을 보면, 이때 오다의 부하들이 느꼈을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네요. 수하에 2000명의 병사가 고작이었던 오다 노부나가는 이 전투에 앞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오다는 전투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병사들을 그야말로 똘똘 뭉치는데 집중합니다. 그는 병사들에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뭉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상대는 오랜 진군에 지쳐있었고, 첫 전투의 승리가 주는 행복감에 방심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오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강풍과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오다는 2000명의 병사를 산기슭으로 옮깁니다. 이때 병사들은 분명 궁시렁 궁시렁 불평 했을테지요. ‘죽으러 가는 것도 서러운데 날씨마저 이 모양이라니..’ 이런 불평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이 맑아지기 직전 오다는 병사들에게 돌격 준비를 명령하곤 이렇게 말합니다.
‘전리품이나 적군의 머리는 모두 버려라, 오늘의 목표는 적장의 목뿐이고 모두가 단 하나의 마음으로 힘써라’
말에서 내린 그는 직접 창을 휘두르며 적장인 이마가와 하나만 죽이겠다고 무작정 뛰어 들어갑니다. 그의 휘하에 있던 병사들은 당장 모두 어리둥절했겠지요. ‘전리품과 머리가 없다니 그러면 대체 뭘로 전공을 인정 받으라는거야..? 그런데 우리 주군이 갑자기 뛰어들어가네!?’
오다는 오직 한가지 목표만 주문했습니다. 이마가와의 목. 그는 무조건 이것만 얻으라고 했고, 병사들을 모두 한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돌풍처럼 몰아친 그의 부대는 순식간에 이마가와의 호위병을 몰살시키고 적장의 목에 창을 꽂습니다. 수많은 호위병이 이마가와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아무도 오다가 폭풍우가 갠 진흙탕을 공격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요. 더욱이 성을 버리고 영주가 직접 맨 앞에 달려 나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장이 죽자 이마가와의 병졸들은 안개 마냥 흩어져 버렸습니다. 훗날 에도시대의 문을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본래 이마가와의 편에 있었지만 이때 노부나가의 신하가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통일 시대라는 태풍을 몰아 온 오다 노부나가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데뷔전을 치릅니다.
방패를 뚫어 내는 건 결국 창대가 아니라 날카롭고 단단한 창끝이라고 합니다. 창대가 아무리 튼튼해도 처음 부딪치는 창끝이 방패보다 약하다면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이 점을 잘 알았고 스스로 창의 끝이 되어 적의 품으로 뛰어들어 갑니다.
•리더가 지닌 날카로움은 집단에 승리를 안겨줍니다.
사진출처: PGATour.com, 위키피디아 오다 노부나가, 핀터레스트 Japanes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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