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고수가 되기위해 극복해야 하는 다섯 가지 난관
본래 조선땅에서 산업계 무림이라 함은 삼성가, 현대가, 선경가와 같은 거대 문파들이 다수의 중견 가문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전쟁을 하며 조그마한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허나 거대 문파의 폭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짐에 경쟁력 있는 무공들이 사라지고, 강호의 법도가 차차 황폐해졌다. 그러나 아직 조선의 존자들은 그 이름을 바다 건너 저 먼 대륙에도 떨치고 있었으므로, 이 땅에 존립하는 문파가 시민들을 먹여 살리는 데는 큰 부족함이 없었음이라.
대저, 강호가 어느덧 상전벽해하여 바다 건너로부터 [사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거대한 신무림이 다가오매 중원의 질서가 다시금 어지러워졌다. 그러자 무림의 패권을 쥐려는 수많은 새내기 협객들이 '유니콘'이라는 절세 무공을 얻고자 수련의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조선땅에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아직 초식도 익히지 못한 새내기들이 본래 타고난 기력조차 펴지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비극이 흔했다. 본 족자에서는 부족하나마 그 어려운 점들을 미리 일러두어 후세의 협객들에게 경계하고자 한다.
본 족자는 특히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혁신 도전자들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필수오(5)난관]에 대해 상술하였다. 부디 이 장애 요인이 공가(公家)의 수장들에게도 널리 퍼져 강호의 질서가 도전자들에게 더욱 아름답게 변화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국산 포지티브 규제의 협곡은 아주아주 얇은 샛길 협곡을 이른다. 이 유명한 협곡은 여의도에 계신 고령의 문주들께서 치열한 몸싸움(진짜 몸)을 거쳐 합의하신 것을 일선 공무원들이 지어놓는 축조물인데, 그 험준하기가 이를 데 없다. 조선 규제의 준엄함은 세계 어느 무림에 내놓아도 따라갈 지역이 없어서 저 멀리 태평양 건너 실리콘 무공을 익힌 고수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고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본래 이런 규제 협곡은 성안에 살고 있는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축조된 방어시설이었다. 외세로 부터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주고, 환경을 보전하며, 마공을 쓰는 무림 사파들에게 정의를 철퇴를 내려주는 좋은 구조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험준한 협곡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무림의 꿈나무에게도 똑같은 철퇴를 찍어버린다는데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무공조차 전수받지 못한 새내기들이 이 벽 앞에서 주화입마에 빠지고 무공을 모두 소진하는 비극이 자주 발생한다.
규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타국 무림은 보통 네거티브 규제의 협곡을 짓는다. 즉 절대 안 되는 것 몇 가지에만 벽을 세워놓고 나머지는 무림 꿈나무들이 요리조리 창의적으로 무공을 쌓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에 다시없던 무공이 나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들을 삶을 편안하게 바꿔주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이 조선땅에서는 포지티브 규제가 너무나 만연하여 '이것 빼고는 모두 안된다'는 식으로 협곡이 지어져 있으니 새내기 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여의도'가 허용한 샛길로만 지나갈 수 있다. 여기서 무공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이제 포지티브 규제의 협곡을 잘 통과한 재능 있는 새내기들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뜻있는 분들과 무공을 수련해야 한다. 대개 공공 서-어비스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련하는 무공이니만큼 공무원분들의 숨겨진 조력이 없다면 금강불괴의 경지를 달성할 수 없다. 허나 거대한 공가(公家)에서도 무공을 방해하는 사람과 무공을 조력하는 사람이 늘 섞여 있게 마련이니 새내기들은 그 점을 잘 분간하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깊이 물색해야 한다.
대저, 좋은 조력 공무원분들은 협객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절벽을 깎아내려 주기도 하고, 예산과 정책이라는 두 무기를 손에 쥐어 외세의 압력을 거뜬히 막아주는 든든한 협력자가 된다. 하지만 이 사람들조차 피해 갈 수 없는 태풍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공기관의 비정기적 인사이동이라는 칼바람이다. 갓 무공을 익힌 협객이 이제 세상에 기운을 떨치려 하여도, 그 조력자가 졸지에 큰 바람에 휩쓸려 저 먼 '세종 성'으로 날아가 버린다면 그는 무공을 잃고 다시 주저앉아 버리게 된다.
이런 경우 협객은 새로운 조력자를 찾아 다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예전의 무공을 되찾아야 하지만 대개 이 태풍을 겪은 새내기는 자신의 기력을 모조리 소진해버린 경우가 많아 재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 태풍조차 꿋꿋하게 버텨내는 협객이라면 그 자야말로 새로운 문파를 완성하기에 적절한 그릇이라 하겠다.
조선땅에는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풍토가 뿌리 깊이 자리해 있다. 이는 사실 일반 시민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선배 무림인들의 부덕에 의한 것이 크다. 과거 문파를 크게 일으켰던 재벌 존자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호갱(毫硜) 취급하고 사술을 남용하여 강호의 법도를 크게 어지럽혔다. 또한 최근 인-터넽과 모-바일 무공으로 성공한 무림인들조차 플랫폼에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고 문어발식 확장을 진행하여 신무림에 대한 반감을 샀다.
이러한 전차로 선량한 의도를 가진 열정 협객이 시민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고 시도하여도 시작부터 의도를 의심받는 일이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처럼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직 초식을 완숙하지 못한 일개 새내기 협객들은 이런 백안시에 쉽게 상처 받거나 도리어 사회에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되는 일이 많으니 증오의 수렁에 제 발로 빠지게 된다. 한번 이 수렁에 빠진 자는 무공을 시작할 때 뜻했던 바를 모두 망각하고, 손쉽게 마교의 마수에 빠져들게 되니 불신과 실패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때로는 일부 협객들이 이 불신의 수렁을 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얕은 사술을 쓰기도 하나, 요즘처럼 무공이 대중화된 시대에 시민들의 눈을 속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수렁 대신 현행법의 엄정한 오라를 지게 되니 분별 있는 협객이라면 이런 사술은 반드시 지양하여야 한다. 오직 끝없는 신념을 가진 근성 있는 무림인만이 본인의 철학을 설득하고 이 수렁의 한계를 지혜롭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강건한 진정성과 오랜 설득으로 불신의 수렁을 돌파한 무림인은 이제 개인정보의 칼날 숲을 지나가야 한다. 대저 공공서비스라 함은 수많은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 필수 불가결한데, 조선땅에서 개인정보란 신줏단지보다 귀하고, 용안만큼 존엄한 것인지라 일개 협객이 다루기에는 너무나 많은 주술이 걸려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하였다가는 칼날 숲을 지나는 것 마냥 몸이 남아나지 않게 되니, 이 점이 두려워 짐을 싸는 협객들이 다수 있다 하겠다.
과거 개인정보의 숲은 이렇게 칼날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으나, 마교의 보이스피싱과, 각종 사기 행각이 선량한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괴롭힘에, 이들의 득세를 막기 위해 공가에서는 그 날카로움과 민감함을 한층 가중시켰다. 문제는 이 정보를 올바르게 쓰려는 무림인들조차 규제의 칼날에 베이고 마니, 채 1명의 고객을 위한 법률 검토도 넘지 못하고 서비스를 포기해버리는 자들이 매번 나타난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워지다 보니, 그 개인정보의 가치 또한 마찬가지로 올라갔다. 이런 전차로 마교의 요괴들은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돌려 팔아, 도리어 보이스 피싱이나 하는 악당 무리들이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나 선량한 마음을 가진 정파 무림인들은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규제에 개인정보에 접근조차 못하게 되니, 일반 시민들은 공공 서비스에서 갈수록 멀어지며, 범죄에만 가까워지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끝없는 수련과 변호사님과의 만남, 그리고 모든 내용에 동의 절차를 밟으며 끈기 있게 무공을 수련하는 협객만이 경지를 이룰 수 있다.
조선땅에서 무공을 수련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재기불능의 절벽이다. 최근 들어 천사 투자와 모험 캐피털 등이 점차 힘을 얻음에 과거보다는 무림인들이 수련이 한층 편안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무림인들은 본인의 모든 재산과 무력을 단 한 번에 집중하여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고 있다. 이런 협객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4가지 난관 중 한 가지에 빠져 주화입마에 들게 될 경우 '재기불능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떨어진 실패자들은 다시는 절벽 위로 올라올 수 없으며 본인의 실패 경험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니 이 좁은 무림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가 부지기수로 나타나는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 문파에서 새로운 무공을 제안했다 실패하는 이는 공공연히 좌천과 퇴직 압력을 받게되니 한번 이런 시도를 한 협객은 주변인들에게 '바보짓하지 말고 복지부동 할 것'을 강력히 권유하게 된다.
바다 건너 북구라파나, 북아메리고 지역에서는 실패한 무림인이 본인의 경험을 널리 공유하고 후배 무림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니 세상에 없던 무공이 시간이 지날수록 융성하였다. 또한 이렇게 실패했던 자들은 그 실패가 치욕이 아니라 도리어 훈장처럼 재투자를 받는데 밑바탕이 되니 자신의 경험을 양분 삼아 독창적인 무공을 수련해 낸다. 요동 땅 건너 낙양에서마저 재기불능의 절벽을 단호하게 쳐부수니, 선전이나 상해처럼 커다란 도시에 1년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유니콘 존자들이 탄생하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킬 '유니콘' 무공을 연마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무림인의 사명이자 소망이나 그것을 성취하는 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무림 새내기는 끊임없이 실패하며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그중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자만이 매해 혁신 무공을 완성해 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실패는 개인의 귀책사유여야 하지만 조선땅에서는 이들에게 닥친 사회적 난관이 지나치게 험준한 감이 없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4차 신무림]이 해일처럼 몰려드는 서기 2020이 되었을 때 조선땅의 문파들이 얼마나 남아날지 염려되는 것이다.
이 조선땅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좋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난관을 우리 무림인들이 뚫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부디 새롭게 무림으로 뛰어드는 '존자 후보생'들이 앞서 언급한 난관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세상을 평안하게 할 절세 무공을 완성할 수 있길 간절히 빈다.
표지 출저: 네이버 웹툰 '고수'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고수' /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