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열했지만 내 삶은 비어 있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게으르게 산 적은 없었다.
아침이면 해야 할 일로 하루를 채웠고,
미루지 않으려고 애썼고,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늘 나 자신을 먼저 닳게 했다.
그래서 믿었다.
이렇게 살면 언젠가는 ‘잘 산 인생’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
문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니
손에 쥔 것이 거의 없다.
통장에 넉넉한 숫자도 없고,
마음을 편하게 기댈 친구도 많지 않고,
“이건 내 거야” 하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 하나 없다.
그 사실이 나를 가장 허무하게 만든다.
열심히 살았다는 기억만 남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어쩌면 나는
‘잘 사는 법’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바쁘게 사는 법’만 배워온 건 아닐까.
누군가 시키는 일,
해야만 한다고 배운 역할,
참아야 한다고 여겼던 순간들 속에서
정작 나 자신은 늘 뒤로 미뤄두었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좀 우울하다.
아무것도 해놓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고,
무너진 마음을 안고도
또 하루를 살아냈다.
그건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지금 이 허무함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으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남들이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돈이 많지 않아도,
친구가 많지 않아도,
적어도
“이건 내가 만든 이야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콘텐츠 하나쯤은 남기고 싶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고
겁도 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열심히 산다고
자동으로 잘 사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안다.
잘 산다는 건
나를 잃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오늘의 이 허무함은
그걸 이제야 배운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솔직한 출발선이라는 것도.
이것부터 시작하자!
나를 사랑하는 마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