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호스트가 말하는, 게스트가 진짜 원하는 세련된 환대
벌써 10년도 훌쩍 넘은 일이다.
처음에 크로아티아에서 호스텔을 운영했을 때는
게스트가 너무 반가워서 버선발로 문 앞에 나가서 환영도 하고
이것저것 있는 것 없는 것 대접하며 여행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진심'을 다해 응대한다고 했지만,
분명 어떤 게스트의 표정에서는 미묘한 피로함과 당혹감이
느껴진 적도 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나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빨리 객실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을
방해하는 허들이 되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곤 한다.
게스트가 숙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게스트는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호스트나 여행객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몇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철저한 '단절'을 위해
숙소를 찾기도 할 것이다.
본 목적은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으로 지친 게스트에게
호스트의 과한 질문과 환대는 받는 입장에선 또 다른
'노동'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여행문화를 많이 바꿔놓았다.
코로나19가 사라졌다고 해도 여행문화는 바뀐 그대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비대면의 노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호텔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독채형 숙소도 모두
비대면 체크인을 선호하고 그렇게 시스템을 세팅한다.
이제 체크인 카운터에서 10분을 설명해 주는 것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완벽한 디지털 가이드북이
더 큰 친절과 환대로 느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내 숙소는 일 년에 한두 번 이상은 꼭
게스트한테 주어야 할 정보들을 정리하는 편이다.
4-5년 전 숙소를 운영할 때는 숙소 현장에 쏟아붓는 리소스가 더 컸다면
확실히 요즘은 안 보이는 부분도 40~50% 리소스가 들어가는 것 같다.
선제적 친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게스트가 묻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전달하는 것,
요즘 같은 독채형 숙소가 많아진 요즘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작년 여름 방콕 휴가를 갔을 때 일부러
에어비앤비 숙소 중 배울만한 게 있을법한 숙소를 예약해 봤다.
3박을 머무는 내내 호스트는 내가 찾을 수 없는 현지 맛집이나
지름길, 여행팁들을 수도 없이 알려주었다.
숙소에서 조금 불편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아직도 그 호스트가 내게 알려주었던 로컬 정보들이 기억에 남는다.
'분발해야겠다', '이것도 챙겨봐야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으니
꽤나 성공적인 숙박 경험이었다고 해야 할까.
공간으로 말하자
이제 숙소 현장에 '이거 하지 마세요', '저건 금지입니다',
'안내 사항인데 읽어보세요'라는 뉘앙스로 덕지덕지 붙은 안내문보다는
적재적소에 고객에게 안내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고객이 확인할 확률도 높고 편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직접 설명 대신, 숙소에 들어서면 보이는 작은 메모 한 장,
게스트의 취향을 저격하는 플레이리스트나 조명 등
공간으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의 손길은 '반 걸음' 뒤에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다가,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을 빌려준다고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거나,
먼저 도착할 것 같은 사람에겐 짐보관 안내를 해준다거나,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운 날엔 제설작업과 주의안내를 해준다거나 등
필요할 때 나타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12년이 넘게 여러 숙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깨달은 진리는,
좋은 서비스는 '내가 운영자예요' '내가 만들었어요'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느슨한 거리에서의 친절이 게스트를 그 공간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최고의 환대는
게스트가 호스트의 존재를 잊은 채,
그 공간을 온전히 제 집처럼 누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