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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지휘자 Jul 07. 2019

이런 고객님들은 사양합니다.

게스트하우스 이용 고객 Worst

한 번쯤은 기록해보고 싶었다.

한 번쯤은 숙소의 입장에서 어딘가에 말해보고 싶었다.







모든 숙박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7월과 8월은 운영의 달콤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들이다.

절반이상이 여행을 계획한다는 여행 최성수기.

그리고 여름은 여행의 계절.


그만큼 숙소에는

남녀노소, 국적과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투숙한다.


숙소의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겨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숙소들을 운영하면서

매 년 7-8월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도 많이 드는 것 같다.


여행을 누구나 많이 가는 시기라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객들을 만나는 시기도 요즘이지만

그만큼

기본적인 에티켓도 지키지 못하는,

상호 배려 따윈 안중에도 없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여행객들을 만나게 되는 시기도

7-8월이다.


과감하게 한 번쯤은 어디에다라도 적고 싶었다.

숙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만날 때 힘겨운,

서비스정신으로 무장을 하고 반복되는 준비를 하더라도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고객들.

부디 이번 년도 여름에는

조금 더 성숙하게 서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숙소 규정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


하나 예로 들어보겠다.


일반적인 숙소는 청결함 유지를 위해

반려동물의 출입을 삼가하는 곳들이 많다.

가끔씩 사전에 문의없이 말없이 갑자기 반려동물을 동반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으니 함께 투숙하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래, 받을 순 있다.'

'한 팀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조그만한 틈으로 물이 졸졸 새기 시작하다보면 항아리가 깨지는 날이 오듯이

우리가 고민하고 정해놓은 규정이 무시받고 사라지게 될까봐 두렵다.

또한, 다른 객실들에 투숙중인 다른 소중한 여행객들께

미안하도 면목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씁쓸하지만 예외는 없어야 한다. 예외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큰 호텔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느슨하다고 생각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도

나름대로의 숙소 규정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숙소 규정이란 엄연히

충분히 숙소의 사정과 상황을 고려해 고민해서 만든 규정이고

많은 고객들의 컴플레인과 의견을 반영해서 만든 결과물일 수 있다.

보호 받을 권리가 있고 고객들은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나 하나 쯤은 괜찮을거야. 안보는데 어때?


객실 내부에서

과도한 음주와 함께 고성방가...

호텔같은 고퀄리티 숙박업소와는 다르게

방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게스트하우스들에서는

몇시 이후에는 소음을 삼가해달라는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회포를 풀지말고 수다를 떨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객실 내부에서 늦은 밤에는 삼가해달라는 의미이다.

숙소들은 고객들을 위해 독립적인 공용공간을 배치해놓거나 루프탑을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체크인 때 안내하는 과정부터 객실과 복도 곳곳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적지 않게 배치한다.

하지만 새벽마다 다른 투숙객들에게 오는 항의전화와 컴플레인을 듣고

CCTV를 돌려보면 참 씁쓸하기 그지없다.

나는 분명 수없이 당부했는데...우리가 하는 말들은 수포로 돌아간다.


객실 내에서 담배피지 말아달라는 상식적인 안내도,

취식 가능한 공간에서만 취식해달라는 말도,

성수기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간과되고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의 규정은 그 어느나라의 '왕'이나 그 어떤 '유명셀럽'에게도 예외가 없기를 바란다.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제발.


내가 아끼는 보물같은 물건들을

누군가 동의없이 훼손하거나 훔쳐간다면

멀쩡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사람이 요즘 몇이나 있을까?


꼭 성수기때는 유독 침구에 손상을 입히거나

객실 내의 물건들이 파손되거나 사라지는 사례들이 종종 생긴다.


내가 운영하는 숙소들은

이를 대비해서 미리 고객들의 신상이나 개인정보들을 미리 받아놓고 있지만

아침에 청소하려고 객실 문을 열면 허탈함에 멍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도 돈을 들여서 구매해놓은 아끼는 물품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호텔가서도 물건들을 이렇게 훼손하고 훔쳐갈까?

나의 상식선에서는 적어도 말 한 마디 해주고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의 미안함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내가 숙소를 운영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오래 진하게 기억남는 좋은 여행객들이 물론 훨씬 많다.

하지만 그 기억들을 오로지 좋게 기억하게 하지 못할만큼

씁쓸하고 힘들게 만드는 고객들이 아직 적지 않게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더 열심히, 더 철저하게 관리하겠지만

올 해 여름만큼은,

이번 성수기만큼은,

우리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만큼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고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준비되었다.

올 해도 우리를 통해 여행추억들을 만들어 갈

아름다운 여행자들을 반길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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