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가 인종차별로 둔갑한 흐름을 바라보며
* 전북 현대 팬의 입장에서 쓴 주관적 글임을 밝혀둡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타노스 코치(등록명 마우리시오 타리코, 전북 현대 코치)의 손동작이 있다.
지난 11월 8일, 전북현대와 대전 하나시티즌 경기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판정 직후 심판을 향해 강한 항의를 이어가던 그가 양 검지로 ‘눈’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해당 행위를 ‘동양인 비하’의 제스처로 규정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11월 1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먼저 타노스 코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취한 손동작은 인종차별적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단 측 경위서에서 “당신도 보지 않았느냐”는 의미에서 심판의 시야나 판정 내용을 문제 삼는 제스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분명히 판정의 불공정성을 직감했고,
치열한 경기 속에서 자신의 팀이 피해를 본다는 위기감 속에 즉흥적으로 항의의 표현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팀을 이끄는 코치로서 쌓인 책임감과 긴장감, 그리고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온 입장,
그리고 무엇보다 2025년 전북 현대가 받은 많은 불리한 판정*, 더군다나 오심이 인정된 사례 등을 겪어 오면서, 그의 행동은 ‘선수·스태프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현장의 체감된 압박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물론 모든 K리그 팬들이 전북 현대만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것이다. 판정의 공정성을 이야기 하는것이 아닌 심판의 잘못된 판를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라는 공적 공간에서, 특히 판정에 대한 저항이 단지 감정표출에 그치지 않고 ‘공정성’의 담론으로 이어질 때는 그 형식과 내용 모두가 주목받는다.
연맹이 지목한 바와 같이, 해당 제스처가 인종차별적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의도만으로 판단될 사안이 아니라, 리그 차원에서의 이미지, 심판과 구단 간의 권력관계, 팬과 미디어의 해석 등이 뒤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이 단순히 타노스 코치 개인의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리그 전체의 공정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연맹이 이번 징계를 ‘인종차별’이라는 프레임이 아닌 ‘과도한 판정 항의’로 결론짓는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심판협의회의 권위를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단면으로만 생각해본다면 연맹이 징계 결과를 인종차별이 아닌 ‘과도한 항의’로 결론낸다고 해도,
이는 겉으로 보기에 심판협의회의 주장이 틀렸다는 확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구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징계 사유가 ‘항의’로 확정되는 순간, 사건은 ‘판정에 대한 저항’으로 축소되고, 오심 자체는 공식 검토의 대상에서 사라진다.
즉, 심판협의회가 가장 두려워했던 판정 검증은 피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판의 권위는 더욱 공고해진다.
인종차별 주장은 관철되지 않았지만,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면 결국 제재를 받는다”는 메시지는 남는다.
이것이 바로 이번 상벌위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심판협의회에 유리한 구조라는 이유다.
그렇게 될 경우, 오심이나 판정 논란이 반복되더라도 구단·코치가 항의하는 순간 ‘저항의 권리’는 후순위로 밀리고, ‘심판의 권위’가 먼저 보호되는 구조가 공고화될 우려가 있다.
타노스 코치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팀을 옹호하기 위한 항의였음에도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통해 고려해야 할 두 축이 있다.
하나는 코치 및 구단이 느끼는 현실적인 판정 불신과 그에 따른 항의의 정당성이다.
경기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껴지는 ‘우리가 당했다’는 감각은 무시될 수 없다.
타노스 코치 또한 그 맥락에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리그 운영 및 심판제도 차원에서의 책임성과 투명성이다.
판정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결국 리그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며,
항의 행위가 단지 감정의 발산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 측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
첫째, 자신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공적 제스처로 비춰진 순간 그 해석은 개인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다 명확한 언어와 태도로 자신의 팀을 옹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이 사안이 ‘나만의 싸움’이 아닌 리그 전체의 흐름과 연관된 사안임을 인지하고,
판정 논란을 제기할 때 구단 및 리그 차원에서 구조적인 개선 제언으로까지 이어지는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연맹·심판협의회·구단이 모두 이번 사안을 단순히 개인 징계로 끝내지 않고,
판정의 개선·심판 리더십 재검토·구단의 정당한 항의 권리 보장이라는 미래지향적인 논의로 이어가길 희망한다.
타노스 코치의 진심은 그가 말한 대로 ‘눈 – 당신도 보았느냐’는 항의의 표현이었을 수 있다.
또한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진심이 왜곡되지 않으려면, 그는 지금의 논란을 넘어 더 큰 논의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이번 사태는 그저 단순히 손짓 하나로 끝나는 논란이 아니라,
K리그가 나아갈 미래를 묻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