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K리그 36라운드 전북 vs 대전 경기

우승을 향한 마침표

by 나름 nareum


36라운드 전북 vs 대전, ‘집중력의 문장부호’를 찍다

전주는 늦가을의 공기가 묵직했다.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전반, 변곡점이 겹겹이 포개진 후반,

그리고 마지막 10여 분을 가르는 세 번의 문장부호—그게 이 경기의 요약이다.

전북은 대전을 상대로 3–1. 선제–동점–재역전–쐐기까지, 흐름의 파도를 타되 끝내 휘둘리지는 않았다.

스코어보드는 후반 중·후반의 밀도와 결단을 정확히 반영한다


(출처 : 쿠팡플레이)




킥오프의 전제: 시스템과 역할

(출처 : 쿠팡플레이)

전북은 언제나 그랬듯 4-3-3으로 출발했다.

폭을 넓히고, 하프스페이스를 번갈아 점유하며, 측면 크로스와 2선 침투를 교차로 쓰는 익숙한 청사진. 송민규–박재용–전진우의 1선은 정면에서 ‘받아 때리는’ 결말보다, 비어 들어가며 타점을 바꾸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중원은 김진규–맹성웅–강상윤이 균형과 전진을 분담했다. 반대편 대전은 4-4-2. 역습 전개를 빠르게,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 박스 진입을 노리는 플랜이었다. 두 팀의 출발점은 단정했고, 그만큼 전반의 공방은 날카롭지만 득점 없이 흘렀다.



전반: ‘아깝다’가 쌓이면 압력이 된다


전반의 키워드는 작은 불운과 큰 예고다. 전북은 두 차례 굵직한 장면에서 골대와 골키퍼에 막혔다.

전진우의 킥 감각은 살아 있었지만 마지막 30cm가 모자랐고, 김진규의 화려한 슛도 골대에 맞고 튕겨나가는 불운을 맛봤닼

그럼에도 빌드업의 템포, 측면–중앙 전환의 타이밍, 세컨드볼 회수는 전북의 ‘준비된 우위’를 차곡차곡 드러냈다.

대전은 전환 속도를 끌어올려 맞섰고, 전진 시 풀백 합류로 수적 우위를 만드는 응수를 보여줬다.

전반 0:0 종료



후반 12분: 타점이 만든 선제—송민규

(출처: K리그 DB)

후반이 열리자 전북의 의도는 선명해졌다.

측면에서 크로스 각을 빠르게 열고, 박스 진입 시점을 반 박자 앞당겼다.

그 결과가 후반 12분 송민규의 헤더.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맞춰 골문 앞으로 파고든 송민규가 ‘타점’을 맞췄다.


후반 29분: VAR와 페널티—대전의 동점

송민규의 패널티박스 근처 수비 과정중 핸드볼이 발생했다.

최초 판정은 박스밖 핸드볼로 프리킥이 주어졌으나, 박스안 핸드볼로 정정되어 페널티킥으로 정정되었다.

(VAR에서 알아서 잘 봤겠지만.... 팬심 가득히 감안해서 박스밖이었던거 같은데 아쉬운 판적이었다.)

결국 박스 내 핸드볼이 VAR을 거쳐 페널티킥으로 정정됐고, 에르난데스가 마무리했다.

송범근 키퍼는 방향을 잘 잡고 다이빙했으나 골대 끝으로 굴러간 골이 손에 걸리진 않았다.

대전은 이 장면을 기점으로 라인을 7~8m 끌어올렸고, 좌우 전환을 한 템포 빠르게 가져가며 전북의 윙백 뒤 공간을 파고들었다.



90분의 귀결: 이동준·이승우, ‘결정의 기술’

(출처: K리그 DB)

균형을 다시 깨트린 건 교체 이후의 디테일이었다.

전북은 측면 로테이션과 2선 침투자의 유형을 바꾸며 박스 안 높이를 재배열했다.

후반 45분, 이동준의 헤더가 네트를 흔든 장면은 ‘앞포스트–니어–뒤 포스트’의 움직임이 동시에 살아 있어야 가능한 패턴 플레이였다.

이어 추가시간, 대전의 핸드볼로 전북이 얻은 페널티킥을 이승우가 마무리.

선택은 단호했고, 킥은 간결했다. 최전선에서의 결단이 승부의 마지막 마침표가 되었다.


전북의 해답: 구조는 같고, 타격점만 바꾼다

이날 전북이 보여준 건 ‘새 전술’이 아니라 ‘새 타점’이었다.

같은 4-3-3 안에서,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크로스의 높이·수신자·침투 경로를 미세 조정했다.

주 득점원이었던 콤파뇨와 티아고의 결장, 그리고 전진우의 득점력 하락에 박재용을 선발로 쓸수밖에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박재용의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콤파노, 티아고에 비해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기량차가 팬들의 아쉬움을 커버하지는 못했다.


결국 윙들의 크로스를 활용한 득점의 전술은 가져가되, 전진우, 이승우, 이동준 등 빠른발과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의 제로톱 역할로 주 득점원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게임이었다.

그 결과, 3:1의 승을 만들었다.


‘강함의 복원’과 전북이 걸어온 2025년의 궤적


이 경기의 3–1 승리는 단순한 한 경기의 결과표가 아니다.

그것은 전북 현대가 2025년이라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며 만들어낸 ‘강함의 복원’의 서사였다.

올 시즌 초반, 전북은 팬들의 기대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몇몇 경기에서 전형이 흔들렸고, 점유율에 비해 득점이 나오지 않는 ‘비효율의 덫’에 빠졌다.

하지만 그 시기를 버티는 방식이 전북을 다시 위로 올렸다.

시즌 초중반 거스 포옛 감독은 팀의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에게 ‘이해’를 주입했다.


볼을 오래 소유하는 대신, 공간을 오래 점유하는 축구로 옮겼고, 이를 위해 김진규와 이영재, 강상윤 같은 미드필더들이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중추가 되었다.

초반 몇 경기에서 삐걱거리던 이 변화는 여름을 지나며 완성됐다.

후반기 전북은 ‘패턴’보다 ‘리듬’을 축구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공격은 덜 화려했지만, 마무리는 확실했고, 수비는 실점보다 장면의 완성도를 높였다.



송민규, 전진우 그리고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


특히 송민규의 재도약은 상징적이다.

2024년 부상과 부진으로 기복을 겪었던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의 공격 타이밍을 완전히 재정의했다.

움직임의 속도를 줄였고, 시야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36라운드 대전전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히 ‘그 자리에 있는 선수’가 되었다.

전진우 역시 단순한 골게터에서 팀 전개의 허브로 진화했다.

‘공을 받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흐름을 잇는 스트라이커’가 되어 전북의 리듬을 안정시켰다.

부침이 있는 후반기였지만, 미드필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며 골욕심보다는 연계에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후반기 복귀한 이동준, 그리고 짧은 출전 시간에도 집중력을 발휘한 이승우가 후반 교체 패턴을 풍성하게 했다.

전북의 2025시즌은 ‘압도’라기보다 ‘균형’의 시즌이었다.

공격과 수비, 노련함과 신선함, 중심과 변주의 조화가 절묘했다.

홍정호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 그리고 박진섭, 강상윤, 김진규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 미드필더는 리그 최상급 안정감을 유지했고,

송범근은 흔들림 없는 세이브율로 리그 최소 실점 팀에 기여했다.

수비가 흔들리지 않으니 미드필더는 자신 있게 라인을 올렸고, 공격은 더 자유로워졌다.

결국 이런 리듬의 연결이 전북을 다시 리그 정점으로 올려놓았다.


이 팀은 10년 넘게 K리그의 표준이 되어 왔지만, 그 표준을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은 그 증명이었다.

승리의 방식이 달라졌고, 팀의 에너지가 세대교체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강팀의 자존심’은 단지 성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다시 만들어내는 복원력의 기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전북은 보여줬다.


거스포옛 감독과의 동행, 그리고 왕조의 귀환


(출처 : 전북 현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북은 ‘왕조의 몰락’이라는 말을 들었다.

2024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며 강등권을 맴돌았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1부에 잔류했다.

올해의 목표는 상위스플릿 안착이 최선의 목표였을 정도로 팀 상황과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거스포옛 감독의 전북현대와의 동행이라고 생각한다.

거스 포옛 감독은 전북의 부활을 설계한 중심 인물이다.

2025년 왕조의 재건을 위해 부임한 그는 기초를 재정비하는 리빌더였다

수비수에게는 라인을 올리는 용기, 미드필더에게는 템포 조절의 책임, 공격수에게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 경기를 바꾸는 자신감을 심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거치며 팀이 조직력을 되찾자, 포옛은 과감하게 로테이션을 돌리고, 컨디션과 현재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역할을 부여했다.

그 결과 전북은 장기 레이스에서 체력을 유지하며 22 경기 연속 무패, 10번째 우승에 도달했다.

포옛의 지도력은 단순한 경기 운영이 아니라 무너진 팀 정신을 복구한 리더십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구단은 전술 전환보다 정체성 회복에 집중했다.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를 꾀하며,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구호 아래 선수단이 하나로 뭉쳤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전북은 소유보다 효율,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운 축구로 재정비됐고, 올 시즌 그 결실을 맺었다.

같은 스쿼드로 강등권에서 우승팀으로 돌아온 이 반전은 K리그 역사에서도 드문 복귀극이다.

전북은 지난 1년 동안 단지 성적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팀의 근육과 정신을 다시 단련한 팀으로 거듭났다.


* 본문의 사진은 쿠팡플레이 캡처, K리그 DB, 전북현대 DB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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