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절망을 뚫고 피어난 10번째 우승의 기적
2024년, 전북은 창단 이래 가장 굴욕적인 '강등권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2025년, 보란 듯이 '라 데시마(10회 우승)'를 달성하며 명가의 귀환을 선포했다.
1년 사이에 무엇이 이 거함을 다시 움직이게 했을까.
먼저 2024년과 2025년의 성적표를 비교해자.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구분 2024 시즌 (강등권 위기) 2025 시즌 (라 데시마 달성)
최종 순위10위 (승강 플레이오프행) 1위 (우승)
최종 전적 38전 10승 12무 16패 38전 23승 10무 5패
승점 42점 79점
득점/실점 49득점 / 59실점 (득실차 -10) 64득점 / 32실점 (득실차 +32)
주요 기록 없음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
2024년의 전북은 경기당 실점이 1.5골을 상회하며 수비가 붕괴된 모습었다.
그러나 2025년, 전북은 실점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승점을 무려 37점이나 더 쌓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시즌 중반 달성한 22경기 연속 무패(3월~7월)는 전북의 '위닝 멘탈리티'가 완전히 복구되었음을 증명하는 지표였다.
2024년의 참사는 프런트에게 '우리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했다. 이에 2025 시즌을 앞두고 프런트는 행정 시스템 전반을 혁신했다.
포옛 감독 선임의 결단: 프런트는 단순히 국내 인지도에 기대지 않고, 전술적 유연성과 선수 장악력이 검증된 거스 포옛(Gus Poyet) 감독을 선임했다. 이는 전북이 다시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축구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스마트한 선수단 개편: 2024년의 패착이었던 고액 연봉 위주의 이름값 영입을 지양했다. 대신 수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수문장 송범근을 복귀시켰고, 창의성을 불어넣을 이승우를 작년 시즌 미전격 영입했다. 또한, 패트릭 츄마시와 주앙 감보아 같은 실무형 외인들을 배치하며 가성비와 전력을 동시에 잡았다.
팬 커뮤니케이션의 회복: 성적 부진으로 돌아섰던 팬심을 잡기 위해 전주성 직관 경험을 개선하고, '최단 기간 관중 3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울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포옛 감독은 2024년의 어수선했던 전북에 '규율'과 '색채'를 입혔다.
수비 안정이 최우선: 포옛은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백포(Back 4) 라인의 간격을 극도로 좁히는 전술을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리그 최소 실점(32점)을 기록하며, "공격이 승리를 가져오고 수비가 우승을 가져온다"는 명언을 몸소 증명했다.
능력 위주의 기용: 베테랑과 신예를 가리지 않았다. 36세의 백포 라인(최철순, 홍정호 등)의 노련미를 활용하면서도, 전진우 같은 젊은 공격수를 주전으로 낙점해 15골이라는 커리어 하이를 끌어냈다.
조기 우승의 전략: 포옛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우승을 확정 짓는 '조기 우승 전략'을 세웠고, 실제로 33라운드 수원 FC전(2-0 승)에서 목표를 달성했다. 이는 2018년 이후 7년 만의 조기 우승 기록이었다.
선수들은 2024년의 비난을 환희로 바꾸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전진우의 각성 (15골): 2024년 결정력 부재로 고통받던 전북 공격진에 전진우의 등장은 축복이었다. 그는 포옛 감독의 신뢰 아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팀 득점의 30% 이상을 책임졌다.
주장 박진섭의 희생: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는 멀티 능력으로 팀의 척추 역할을 했다. 팀이 흔들릴 때마다 동료들을 다잡는 그의 리더십은 전북이 22경기 무패를 기록하는 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이승우의 '게임 체인저' 역할: 이승우는 특유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득점 후 세리머니로 전주성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대관식 경기였던 대전전(3-1 승)에서 쐐기 골을 터뜨린 후 펼친 퍼포먼스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 복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공중볼 처리와 반사신경으로 전북의 골문을 사수했다. 2024년 실점이 많았던 전북에 송범근의 존재는 '신의 한 수'였다.
2025년의 화려한 우승 뒤에는 언제나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마련이다.
'라 데시마'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한 전북 현대는 2025년 말이 된 현재,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우승의 주역들이 이적과 은퇴라는 각자의 길을 선택하며 팀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의 환희가 채 가시기 전, 전북 팬들은 명가 재건을 이끌었던 영웅들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수 교체를 넘어 전북의 한 세대가 저물고 새로운 세대가 열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베테랑의 아름다운 퇴장: 전북의 황금기를 상징했던 최철순과 홍정호 등 팀의 정신적 지주들이 10번째 별을 가슴에 단 채 은퇴를 선언하거나 타팀으로 이적이 결정되었다.
2024년의 위기 속에서도 팀을 지탱했던 이들의 부재는 전술적 손실을 넘어 라커룸 리더십의 공백이라는 큰 숙제를 남긴다.
해외 러브콜: 2025 시즌 우승 주역이었던 박진섭은 중국 저장 FC로 이적이 확정되었으며, 송민규 역시 굿바이를 알리며 유럽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리그를 지배했던 전진우는 MLS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강상윤 등도 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포옛 감독의 이탈은 2026년 본의아니게 새롭게 시작할수 없는 전북 현대으 숙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북 현대의 10번째 우승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사건인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버텨낼 수 있는 강력한 자양분이 되었다. 주역들이 팀을 떠나는 상황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지만, 전북은 이미 2024년의 나락에서 '시스템의 힘'으로 부활하는 법을 배웠다.
떠나는 이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새로 합류할 이들에게는 기대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2025년의 우승은 끝이 아니라, 더 젊고 역동적인 전북 현대 왕조를 건설하기 위한 위대한 서막일 뿐이다.
전주성의 '오오렐레'는 주인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