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검은색 차도르

[영화]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by 바리오

1979년 발생한 시민 혁명으로 이란의 독재정권이 무너지지만, 직후 발생한 이란-이라크 전쟁과 민주주의를 표방한 새로운 (신정독재)정권의 인권 탄압과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이란의 암울한 상황은속된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감자튀김과 케첩과 이소룡을 좋아하는 어린 마르잔은 아무 걱정 없이 마냥 행복하다. 가끔 잘못을 해서 부모님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그녀는 곧잘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안다. 아직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마르잔은 자신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는다. 그녀의 꿈은 다리털 면도하기와 예언자가 되는 것다. 미래의 예언자로서 그녀는 다음 다섯 가지를 장담한다.


첫째, 모두 착하게 살 것

둘째, 모두 고운 말만 쓸 것

셋째, 모두 좋은 일만 할 것

넷째, 가난한 자들도 하루에 닭 한 마리씩 잘 먹을 것

다섯째, 아픈 할머니는 한 명도 없을 것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학교에서 선생님은 차도르를 자유의 상징이며 여자는 스스로를 감싸서 남자가 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노출은 죄악이며 그것을 어길 때는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엄포를 놓는다. 다른 나라의 십대들처럼 팝을 사랑하고 패션에 관심 많은 소녀들은 덕분에 모두 같이 검은 천으로 자신을 감춘다. 화면 속에는 소녀들의 눈 코 입만 동동 떠있다. 검은 털로 얼굴을 감싼 남성들과 더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 여성들은 그 소녀들도 자신들처럼 더 게 스스로를 감싸길 강요한다. 마르잔의 부모님은 그녀가 더 이상 조국 이란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녀를 오스트리아로 보낸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처음 마르잔은 오스트리아의 생활에 만족한다. 그녀는 더 이상 검은색 차도르를 쓰지 않는다. 이란과 달리 그곳의 마트에는 음식이 널려 있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도 있다. 허무주의와 서브컬처에 매료된 그녀는 여러 친구를 사귄다. 하지만 그곳 생활이 계속될수록 타인들의 낯선 사고방식과 고국에 대한 이런저런 죄책감에 마르잔은 지치게 된다. 결국 애초에 바랬던 행복은 커녕 갖가지 상처만 잔뜩 입은 그녀는 다시 부모님이 있는 이란으로 돌아가게 된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입국심사 때부터 마르잔은 다시 차도르를 쓴다. 떠날 때 보다 더 깊은 어두움으로 덮여있는 이란에서 그녀 또한 이전보다 더 검은 차도르로 스스로를 덮는다. 답답하고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르잔은 어떻게든 발버둥 쳐보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둘러싼 검은색은 세상의 모든 빛을 삼켜버린다.


마르잔은 차도르를 써도 차도르를 벗어도 차도르를 다시 써도 행복할 수 없었다. 조국에서 태어난 순간 조국이 암울해진 순간 그녀는 그 어떻게 해도 그 차도르에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불행해진 것이 모두 조국 때문만은 아니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어린 마르잔은 항상 이루고 싶은 것들을 꿨고 미래의 더 나은 세상을 믿었고 이소룡을 좋아했다. 비록 친구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금세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러나 조국 이란에 전과 같은 암운이 계속되자 그녀의 성격도 어둠이 번졌다. 이란에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 똑같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 타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조이란으로 돌아왔을 때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마르잔은 점점 조국 이란의 어두움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잃어갔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마르잔이 처음 이란을 떠나기 전 그녀를 품에 안은 할머니가 그녀에게 해준 충고가 있다.


살다 보면 별일을 다 겪게 된단다. 혹시 누군가 널 해치려 하거든 잠시 정신이 나갔을 거라 생각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무시해버려. 앙심 품고 복수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나빠. 항상 의연하고 정직하게 살도록 해라.


어쩌면 그녀에게 진짜 필요했던 것은 나라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충고를 세기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어떠한 차도르도 그녀를 덮지 못했을 것이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연출 마르잔 사트라피, 빈센트 파로노드

출연 치아라 마스트로야니, 까뜨린느 드뇌브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출처 : 다음


"어쩌면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 걱정도 없었던 그때가 행복했다!"

혁명과 전쟁, 시대의 소용돌이를 바라본 아홉 살 소녀 마르잔의 비밀 일기장!차도르를 쓴 펑크 소녀의 어른되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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