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특별한 것 없는 또 하나의 클래식!

[영화] 로마 (Roma, 2018)

by 바리오

쌓여 있는 나무토막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본다. 너무 위에 여있는 것은 시시하니 아래쪽에서 좀 만만한 것을 찾는다. 틈새가 약간 들뜬 것 가운데 말고 바깥쪽에 있는 것이 좋다. 일단 밖으로 살짝 삐져나오게만 하면 그때부턴 마음을 좀 놓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차례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쌓인 나무토막은 살짝 기울어진 채 원래 키의 반절 넘게 더 쌓여있다. 나는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밖으로 슬쩍 빼본다. 빠지긴 빠지는데 살짝 뻑뻑하다. 나는 좀 더 힘을 줘서 밀어 본다. 뻑뻑하다. 높게 쌓인 나무토막이 살짝 휘청거린다. 아슬아슬하다. 일단 손을 댔으니 절대 무를 수는 없다. 어떻게든 손댄 것을 빼내야 한다. 나는 아까보다 힘을 좀 더 준다. 나무토막이 집게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을 만큼 빠져나온다. 난 슬며시 그것을 끄집어내 본다. 뻑뻑하다.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모두 숨을 죽인다. 나는 좀 더 힘을 줘 나무토막을 당긴다. 그 순간! 높게 쌓인 나무토막이 균형을 잃고 넘어간다. 넘어간다. 넘어간다. 나무토막이 바닥에 와르르 소리를 내며 흐트러진다. 이번에는 내가 걸렸다.



로마 (Roma, 2018) 출처 : IMDb


클레오의 삶이 무너진다. 그녀가 속한 가정도 무너진다. 그리고 그 가정이 속한 멕시코도 와르르 무너진다. 조금 전까진 아무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고 해서 균열이 금방 시작된 것은 아니다. 분명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문하나 벽하나 너머에서는 그렇지 못했나 보다. 어쩌면 행복에 취해 균열을 외면했던 건지도 모다. 그들은 저히 균열을 모른 채 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어떻게든 벌어진 틈을 다시 이어 붙여보려 한다. 하지만 이미 붕괴가 시작되어 손을 쓸 수 없다. 그리고 그 붕괴는 산불처럼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의 붕괴를 숨죽여 지켜볼 뿐이었다. 정수리를 지나는 시끄러운 비행기처럼 옆을 스쳐 지나가는 요란한 고적대처럼 시계 속 초침처럼 밀려오는 파도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들이 좀 잠잠해질 것이다. 비록 전과 같진 않겠지만 처지에 맞는 새로운 기본값이 정해질 것이고 거기서부터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행복해졌다가 붕괴되고 잠시 잠잠해지고 그래서 다시 행복해졌다 붕괴되고 잠시 잠잠해지고.



로마 (Roma, 2018) 출처 : IMDb


클레오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그 가족들의 나라가 서서히 균형을 잃고 한순간에 무너 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젠가가 떠올랐다. 붕괴되는 순간 주변이 정지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까지 둘은 비슷했다.

젠가가 무너져 내리고 나면 그 전까지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다시 그것을 쌓는 것에 집중한다. 다 쌓고 나면 다시 그것을 쓰러뜨리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한다. 젠가는 그렇게 계속 돌아간다. 흔해빠진 삶처럼.




로마 (Roma, 2018)

연출 알폰소 쿠아론

출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로마 (Roma, 2018) 출처 : 다음


로마 (Roma, 2018) 출처 : 유튜브 Netflix Korea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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