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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Feb 01. 2019

<포스 마쥬어> 나는 편협한 인간입니다

[영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배경으로 보이는 설산이 장관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토마스의 가족은 식사를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설산에서 몇 차례 폭발음이 들려온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출처 : IMDb


  리조트 야외 식당의 배경으로 보이는 산에서 눈이 쏟아져 내려온다. 토마스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은 폭발 소리에 놀라 동요하지만, 그래도 신기한 듯 자리에서 눈사태 모습을 구경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하던 토마스의 다른 가족도 그의 장담에 일단은 자리를 지킨다.

  멈출 줄 모르고 점점 강해진 기세의 눈사태는 사람들의 코앞까지 돌진해온다. 그제야 사람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삽시간에 자리를 피해 도망친다. 토마스도 역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아직 내가 결혼을 하거나 자식을  적이 없어서인지 몰라도(좀 비겁한 말이지만) 토마스가 자신을 목놓아 부르던 아내와 딸을 외면한 채 자신보다 앞에 있던 아들을 밀치고 혼자 도망친 것에 대해 도무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고 이후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가족들의 상처를 외면하기만 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뻔뻔하게 보였고 결국 한다는 자기 고백과 하소연도 비겁하게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라는 말은 정말 싫어하지만, 정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남편이자 아버지인 사람이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출처 : IMDb


  눈사태가 가족을 휩쓸고 지나간 이후, 가족은 모두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 물론 비록 아버지이자 남편이라는 자리에 있는 토마스 역시 그 일로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개인의 생존본능이 우선 발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랬다면?’ ‘내 아버지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정말 끔찍하기만 했다. 특히 사고 이후 그의 행동은 어떠한 자리에서도 권위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출처 : IMDb


  나는 편협한 인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영화를 보고 어떻게든 토마스의 행동은 그저 생종본능이며 그 역시도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고려해서 그의 행동을 잘못으로 여기지 않아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도저히 토마스의 행동은 끔찍이 나쁘다 나의 생각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시작에 나왔던 토마스의 행동을 통한 영화의 교훈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너무 찝찝했다. 마치 웃음이 쏟아지는 TV 개그 프로그램 방청석에서 나 혼자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느꼈는지 계속 생각해봤다. 하지만 도저히 나의 주관적인 감상을 돌이키기 어려웠다.

  '이놈의 나의 생각이란...'


  그러자, 그제야 나는 토마스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연출 루벤 외스트룬드

출연 요하네스 쿤게, 리사 로벤 콩슬리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출처 : 다음


항상 바쁜 토마스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알프스 산맥에 있는 한 스키리조트를 찾았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거대한 눈사태에 휩싸이게 된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Turist, 2014)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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