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최초에 의한 최초

[영화] 타이타닉 (Titanic, 1997)

by 바리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는 껑충껑충 뛰는 나의 발걸음에 맞춰 찰랑거렸다. 오랫동안 여러 번 찾아간 끝에 손에 넣게 된 거라 빨리 집에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검은 비닐봉지는 경쾌하게 움직이는 다리에 치여 내 손가락을 감아 조였지만 팔을 벌리고 뛰면 다시 봉지는 빙글빙글 돌아 내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갈 때마다 그것은 매번 뒤짚혀 있었다. TV며 신문이며 온통 세상에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어른들에 대화에는 꼭 그것이 오르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아 속상했다. 나는 점점 더 그것에 안달이 났었다. 나는 엄마를 졸라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 비디오를 빌렸다.

금세 아파트 단지로 들어선 나는 집 앞에서 같은 반 친구와 마주쳤다. 상기된 나의 모습에 의아한 친구는 나와 닮은 표정으로 비닐봉지에 든 게 뭐냐고 물었다.

"타이타닉"

그렇다. 내 손에 든 비닐봉지에는 타이타닉이 들어있었다.


f7dcbe9df8f717db3ee30679797f293a2fbbab13.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백여 년 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배, 타이타닉호는 최초 출항에서 끔찍한 충돌 사고로 침몰하였다. 목적지에 한 번도 도착해보지 못하고 그것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대서양 아래 잠겨버린 것이다. 훗날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타이타닉호가 남긴 그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소설, 게임 등에 영감을 주었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타이타닉>도 그중 하나다.


1927C8504F3883F414.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세계 최초 10억 달러 흥행 돌파 영화! 아마 당시 영화 <타이타닉>이 갖고 있었던 가장 큰 최초 타이틀이 아닌가 싶다. <타이타닉>은 당시 최고의 수익을 거둔 영화였고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였다. 영화의 소재가 된 타이타닉호 역시 건조 당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배였다. 최초를 담은 최초의 영화인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침몰된 타이타닉호와 그것을 놀랄 만큼 생생하게 재현해낸 영화의 제작 과정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되었다.


ab8f8807753e236bfe0b672599aad61426505a8c.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영화 <타이타닉>은 타이타닉호의 1등실의 여자와 3등실 남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타이타닉을 1998년 기술력으로 집요하게 재현해냈고 제임스 호너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계속해서 여러 번 볼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이를 증명하듯 <타이타닉>은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체 17개 부문 중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편집상을 포함해 11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주인공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도 비록 아쉽게도 오스카를 들어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은 영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기 영화배우가 되었다.


11110210A836A639A1.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2012년, <타이타닉>은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 100주기를 맞이하여 영화는 2D와 3D, 4D로 재개봉되었다. 그동안 비디오테이프나 DVD로만 타이타닉을 봐왔던 나는 드디어 처음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기뻤다. 드디어 거대한 화면과 제대로 갖춰진 응향 시스템으로 타이타닉에 흠뻑 젖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고 기대에 찬 나는 언제 또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보겠나 싶어서 근처 왕십리 영화관에서 가장 비싼 4D로 예매를 했다. 그때까지 한 번도 4D로 영화를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과연 <타이타닉>을 4D로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그냥 2D로 볼걸 그랬다'라며 깊은 후회를 했다. 4D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흡사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비슷했다. 일단 의자가 이리저리 계속 흔들리는 바람에 영화에 전혀 몰입할 수가 없었고, 영화 속에서 파도가 칠 때마다 앞에서 뿌려대는 미지근한 물은 마치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이 불쾌했다. 기대했던 3D 효과마저 자막에서만 겨우 느껴지는 정도여서 평소 영화 볼 때 써본 적 없던 3D 안경이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다. 내가 <타이타닉>을 볼 때마다 무엇보다 크게 감동을 하는 부분은 제임스 호너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영화 상영 내내 극장 안에 두껍게 깔린 기계 소리는 언제나 느낄 수 있었던 제임스 호너의 아름다운 음악을 덮어버렸다. 나는 영화관을 나의 미숙함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나는 아직은 3D와 4D 기술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는 적함 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덕에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화를 3D나 4D로 보지 않았다.


1729AE4E4F38830D15.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종종 친구와 영화 <타이타닉>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제임스 카메론' '제임스 호너'가 대화에 오르면 당연히 영화 <타이타닉>이 따라 오른다. 그 순간 머릿속에선 <타이타닉>에 얽힌 더 많은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나는 여태 <타이타닉>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혼자 볼 때도 있었고 다른 사람과 볼 때도 있었고 집에서 볼 때도 있었고 영화관에서 볼 때도 있었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도 여러 번 볼 것이다. 결혼을 해서 와이프랑 볼 수도 있고 자식과 볼 수도 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새로 산 소파에 앉아서 새로 산 TV로 볼 수도 있다. 비록 타이타닉호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만 영화 <타이타닉>을 비롯한 그것이 남긴 많은 이야기는 여태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에 얽힌 또 다른 많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아직도 타이타닉호가, 영화 <타이타닉>이 만들어줄 많은 첫 경험들을 기대한다.



타이타닉 (Titanic, 1997)

연출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676b7dbf7a2cf721d01efc61708493080d2a9d8e.jpg 타이타닉 (Titanic, 1997) 출처 : 다음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하는 사랑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도박에서 딴 티켓으로 당신을 만난 거야”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 영원으로 기억될 세기의 러브 스토리

우연한 기회로 티켓을 구해 타이타닉호에 올라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막강한 재력의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승선한 로즈(케이트 윈슬렛)에게 한 눈에 반한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던 로즈 또한 생애 처음 황홀한 감정에 휩싸이고, 둘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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