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연출 데이안 셔젤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황홀한 사랑, 순수한 희망, 격렬한 열정…
이 곳에서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 두 사람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별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난 뒤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미아(엠마 스톤 분)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이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서로를 보며 복잡한 미소 짓지만 그것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것이다.
친구와 그 장면을 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는 연인이 헤어지며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이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다음 말을 쉽게 이어갈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크게 당황했다. 일단 '헤어진 연인을 진심으로 축복했던 적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일단 헤어지면 나와 만나던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하면 헤어진 후에 많은 복잡한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사라진 사람을 두고 앞날의 축복을 빌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물론 '다만' 앞날의 안녕을 빌어주긴 하지만, 막연한 대상에 대한 모호한 마음일 뿐이다. 난 정말 헤어진 상대를 위해 축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이별인지, 정말 한 번도 그런 좋은 이별을 해본 적이 없는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나에겐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기억해내 지나간 이별을 돌이켜봤다. 난 그제야 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 미아와 세바스찬의 미소에 담긴 마음을 좀 더 알 것도 같았다.
친구는 <라라랜드>를 굉장히 칭찬했다. 그리고 난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 진심으로 공감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엔딩과 음악-친구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은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라라랜드>가 정말 온통 칭찬만 받아 마땅한 영화인지는 의문이었다. 존 레전드의 캐스팅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주인공 미아의 캐릭터가 너무 아쉬웠다.
미아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미아는 도전적이고 당당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인 스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 대형 스튜디오 안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을 쪼개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이 그것이다. 비록 번번이 떨어지는 오디션 덕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미아를 피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애쓴다.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는 그녀가 세바스찬에게 하소연하는 장면과 그녀의 꿈을 이루는데 수차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세바스찬의 도움이 그러하다. 물론 미아가 호감이 있는 이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것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다만 거기서 아버지의 조언에 대한 설정이 미아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영화에 불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없어도 나중에 그녀가 돌아간 고향에 아버지가 계시는 것이 그리 이상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지금 이 말처럼 불필요하다). 세바스찬의 계속된 도움 역시 미아의 행복을 빌어주는 세바스찬의 일관된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도움이 너무 자주 있는 것은 미아의 성취를 보다 작게 느껴지게 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종반부에 나온다. 영화는 배우로서 성공해 스타가 된 미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타가 된 미아의 화려한 모습만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애초에 원하고, 비로소 이뤄낸 것이 그저 스타의 화려한 삶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배우자를 만나고 자식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린 미아의 모습도 과거에 그녀가 세바스찬과의 행복한 연애를 했던 모습이나 그전에 연애를 했던 모습이 겹쳐지면서 마치 그녀의 행복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만 완성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미아보단 엠마 스톤
비록 스토리에 그다지 극적인 갈등이 없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평면적이란 문제가 있지만 그에 비해 감독의 목적의식은 뚜렷하게 잘 표현되어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의 인물이나 스토리보다 다른 여러 가지를 더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라던가 스토리를 이끄는 음악, 화면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색, 자신이 원한 결말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바스찬이 조연 같은 주연이 되어버린 것이나, 영화 속 미아의 캐릭터보다 그것을 연기한 엠마 스톤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 엠마 스톤은 반짝반짝 빛났다!
엠마 스톤의 영화
위에서 언급한 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엠마 스톤은 정말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는 평면적이고 일관성 없고 모호한 미아를 아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미아로 연기해냈다. 알려진 대로 영화에는 엠마 스톤의 경험담이 녹아 있었고 그녀의 노력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한 미아뿐만 아니라 <라라랜드>라는 영화 자체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때문에 분명 훗날 영화 <라라랜드>는 엠마 스톤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데미안 샤젤
2017년 아카데미에서 <라라랜드>가 6개의 오스카를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분명 라라랜드가 몇 가지 단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감독이 노렸던 것들은 확실하게 잘 해냈음을 증명하는 상이었다.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주제가상, 음악상 모두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감독은 분명 두 남녀의 행복을 원했다. <라라랜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데미안 샤젤 감독은 그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별과 <라라랜드>
나는 영화 덕에 잠시나마 지난 이별을 반추했고, 영화 <라라랜드>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연인이 헤어지며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것이 진짜 가장 좋은 이별인지, 내가 헤어진 연인을 진심으로 축복했던 적이 있는지, <라라랜드>가 정말 좋은 영화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들을 떠올리니 모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끝나버린 영화도, 끝나버린 연애도 나에게는 모두 아쉬운 것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행복감에 짓눌렸다. 한동안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흠뻑.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