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
윤영 : 선생님들 연기는 정말 신경질 나게 잘해.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어린애들도 쫌만 하면 '쪼'가 생기는데. 어떻게 저렇게 '쪼' 하나 없이.
준영 : '쪼'? 쪼가 뭐야?
<그들의 사는 세상> 15화 중,
몇 해 전, 나는 꽤 진지하게 '청춘'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청춘'이고 싶은 내 희망을 이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혼자서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함께 커피를 마시던 선배에게,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옆에 서 있던 후배에게, 시도 때도 없이 누구든 눈만 마주치면 '청춘'이 뭐라 생각하냐고 물었다.
청춘이 뭐라고 생각해?
도대체 '청춘'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질문을 받은 모두는 처음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좀 기다리자 나름대로 '청춘'이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대답에는 공통되게 '젊음'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었었다. 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나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진 못했다.
얼마 뒤, 습관처럼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다시 봤을 때, 나는 처음으로 '청춘'이 무엇인지 조금 감이 잡혔다.
어린애들도 쫌만 하면 '쪼'가 생기는데.
나는 윤영의 이 대사를 보고, '청춘'이란 '무언가 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쪼'가 생기기 전. 요령이 생기기 전. 무언가에 대해 좀 알기 전. 아직 좀 몰라서 마주하는 것을 항상 새롭게 고민하는 것이 청춘의 중요한 한 가지 모습인 것 같았다. 미리 다 알고 매번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은 청춘의 빛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생각했다.
내가 에드가 라이트의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 호기심을 느낀 것은 순전히 '<분노의 질주>와 <라라랜드>가 만났다'라는 기사의 제목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2016년 최고의 영화 <라라랜드>를 소환한단 말인가? 나는 곧바로 에드가 라이트에 대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내 취향의 한 편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베이비 드라이버>에 대한 해외 기사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가 <베이비 드라이버>를 만들기 십수 년 전에 이미 영화의 모티브로 Mint Royale의 《Blue Song》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 모티브를 생각해낸 것은 영화 <베이비 드라이브>를 만들기 22년 전이고, 그 모티브를 2003년에 뮤직비디오에 처음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곧바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다.
뮤직비디오는 굉장히 좋았다. 차 안에서 노래를 립싱크하며 춤추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겠지만, 은행털이범이 음악의 재생시간으로 범행 시간을 재며 기다린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의 차림새, 몸짓 등은 요즘 보기에 좀 촌스러웠지만, 신나는 노래와 주인공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뮤직비디오를 전체적으로 젊게 만들었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 베이비도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Jon Spencer Blues Explosion)의 《Bellbottoms》를 차 안에서 립싱크 했다. 영화에서 음악은 마치 효과음인 것처럼 배우의 연기와 딱딱 맞아떨어졌다. 연기한다기보다 음악에 맞춰 안무하는 같았다. 자동차 액션도 역시 음악과 아귀가 잘 맞았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치밀한 계획과 연습과 리허설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영화의 분위기는 믹스테이프의 음악처럼 계속 바뀌었다. 시원한 액션 장면도 있었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나왔다.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감독이 어릴 적 탁월하게 골라 만든 믹스테이프를 듣는 것 같았다. 물론 가끔 유치해서 오글거릴 때도 있고 진행이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모두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청춘'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에드가 라이트의 《Blue Song》 뮤직비디오와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고 그가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주인공이 모두 젊은 배우여서 그런지, 신나는 음악이 나와서 그런지, 자동차 액션이 나와서 그런지,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려봤지만, 어느 하나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느낀 것이 '청춘'이 아니라 다른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에드가 라이트가 '청춘'이라고 느낀 것은 분명했다.
나는 아직 왜 에드가 라이트를 보고 '청춘'이라고 느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청춘'이 무엇인지 분명 설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에드가 라이트의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보고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춘'은 '시절'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것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22년 전에도, 뮤직비디오를 만든 2003년에도, 그리고 영화를 만든 2017년에도 에드가 라이트는 언제나 청춘이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항상 '청춘'이었다. 많은 사람은 '청춘'이라고 하면 젊음, 지나가는 것, 시절과 같은 시간적 의미를 떠올린다. 하지만 '청춘'은 시간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에드가 라이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시간이 흘러도 '청춘'일 수 있다. '청춘'은 누구나 언제든 추구하고 가다듬고 지키면 되는 '취향'이다.
나는 '청춘'의 빛을 조금 잃은 것 같다. 청춘이 '시절'이 아님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여전히 '청춘'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아직 '청춘'인가 싶어 안도가 되기도 한다. 나는 당분간 계속 '청춘'이고 싶다. 어떤 일이든 '쪼' 없이 유연하게 생각하고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것을 항상 새롭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살고 싶다. 나는 분명 '청춘'의 빛을 조금 잃었지만, 아직 '청춘'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의 여전히 '청춘'의 빛을 내고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
연출 에드가 라이트
출연 안셀 엘고트, 케빈 스페이시, 릴리 제임스, 에이사 곤살레스, 존 햄, 제이미 폭스
완벽한 탈출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올 가을,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