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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May 02. 2019

『레오나르도 다빈치』사랑에 빠진 남자가 쓴 성인용 전기

[도소]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루 말할 나위 없이 빛나는 존재이신 각하, 자칭 거장이요 전쟁 무기의 발명가라고 일컫는 자들의 제반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그들의 발명품과 소위 기구라는 것들이 흔히 쓰이는 물건들과 모든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되었으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 없이 용기를 내어 저만의 비밀을 각하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각하의 편하신 시간 언제라도 다음에 기록한 일부 사항들을 직접 보여드릴 수 있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 저는 물건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매우 가볍고 튼튼한 기구의 제작 계획안을 갖고 있습니다.

2. 어떤 지역을 포위했을 때 물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과 성곽 공격용 사다리를 비롯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3. 높고 튼튼한 성벽으로 포격을 가해도 요새를 무너뜨릴 수 없는 경우, 반석 위에 세운 성곽이나 요새라 할지라도 무너뜨릴 방책을 갖고 있습니다.

4. 대단히 편리하고 운반하기 쉬우며, 작은 돌멩이들을 우박처럼 쏟아낼 포를 만들 계획안을 갖고 있습니다.

5. 해전이 벌어질 경우, 공격과 방어 양쪽 모두에 적당한 여러 가지 배의 엔진을 만들 계획안이 있으며, 위력이 대단한 대포와 탄약과 연기에 견딜 수 있는 전함을 만들 계획안도 갖고 있습니다.

6. 또한 적에게 들키지 않고 땅 밑이나 강 밑으로 굴이나 비밀 통로를 만들어 통과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7. 또 쉽게 공격받지 않는 안전한 차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포를 갖춘 적이 밀집한 곳이라도 이 차량으로 밀고 들어가면 적은 흩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차량 뒤를 따라서 보병 연대가 어떤 피해도 없이 적의 반격을 물리치고 진군할 수 있습니다.

8. 또 필요하다면 대포와 박격포, 가벼운 포까지 만들 계획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흔히 쓰이는 일반적인 대포들과는 전혀 다르게 멋있고 세련된 모양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9. 대포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면 사출기와 덫을 비롯해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특별한 엔진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다양하고 무한히 많은 종류의 공격과 방어용 엔진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10. 평화시에는 공공 건물이나 개인용 건물을 건축하는 데 그 누구보다도 각하께 만족을 드릴 수 있다고 믿는 바입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든 다른 곳으로 물길을 낼 수도 있습니다.

11. 또한 대리석이나 청동, 진흙으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으며, 그림 또한 그릴 수 있습니다. 제 작품은 어느 미술가의 작품과 비교해도 뚜렷한 차이를 드러낼 것입니다.

12. 더욱이 저는 청동 기마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기마상은 각하의 아버님이 신 황태자님과 명예롭고 훌륭한 스포르차 가문을 영원토록 추억하게 할 기념물이 될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사항 중에서 의심이 가거나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면, 각하의 공원이나 각하가 원하시는 어느 장소에서든 제가 직접 시험해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겸허한 마음으로 각하께 제 자신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의 섭정이던 루드비코 스포르자에게 자신의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 보낸 편지(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고 나니 이것이 그럴 설명하는 차선이었다)


  어릴 때 내 방 책꽂이에는 64권짜리 양장본 위인전집이 꽂혀있었다. 그것은 친구네 집에도 친구네 집에도 친구네 집에도 꽂혀있던 당시 유행했던 위인전집이었다. 『정약용』 『장영실』 『이순신』 『김유신』 『아인슈타인』 『노벨』 『퀴리 부인』 『에디슨』 『뉴턴』... 나는 그것들을 뻔질나게 읽었고, 나중에는 결국 그것들로 탑을 쌓고 놀았다. 특히 『장영실』과 『에디슨』은 하도 많이 뽑아봐서 책 날 머리가 벗겨질 정도였다. 그 위인전집은 주로 정직 성실 우정 용기 사랑과 같은 비슷한 교훈을 줬는데 어린 나이에 그것들이 별로 시시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직도 지금까지 그것들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부모님의 의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거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없었다. 하긴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은 지금 생각해보면 2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으로는 다빈치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20여 년간 《타임》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CNN의 CEO를 역임한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이 책에서 다빈치에 대한 자신의 끝없는 호기심과 그의 흔적을 좇는 집요한 관찰력과 그의 을 추측하는 무한한 상상력과 그것을 조립하는 번뜩이는 창의력을 끈기 있게 발휘한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뛰어난 호기심과 상상력과 창의력과 관찰력이 있는 다빈치가 '왜' '어떻게' 인류 최고의 혁신가가 될 수 있었는지 또 그에게 현대인이 배울 점이 무엇인지 말한다. 특히 그중에서 '시각적으로 사고하라' '목록을 작성하라' '종이 위에 작성하라'는 꾀 공감이 된다.


  만약 그 위인전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었다면 책 날이 벗겨질 정도로 많이 읽었을지 어쨌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어린 내가 다빈치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정도는 아니더라도 다빈치의 200페이지짜리 전기를 읽었다면 거기서 무엇을 배웠을까? 아마 일이 잘 됐다면 더 꿈이 많은 소년이 되었을 지도, 잘 안 됐다면 ADHD가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월터 아이작슨이 말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죽 읽 보니 월터 아이작슨이 다빈치를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몇백 년 전 사람에게 끝없는 호기심을 갖고 집요하게 조사하고 끈질기게 관찰하고 긍정적으로 상상해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책을 쓸 수 있었겠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신봉아 옮김 / 아르테 / 2019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인물, 다빈치의 상상력을 파헤치다!

20여 년간 《타임》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CNN의 CEO를 역임한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15세기를 살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창의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7200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연구해 그의 작품과 삶을 아우르는 새로운 전기를 펴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각 작품에 관한 다양한 뒷이야기와 함께 그의 진품을 가려내는 과정에 생긴 에피소드까지 모두 담아냈다. 타고난 천재이기보다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상상력과 노력으로 해결하며 스스로 천재가 된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작성한 방대한 양의 수첩에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런 이유로 저자는 그의 노트에 집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가장 인간적이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평가한 저자는 노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생아, 동성애자, 채식주의자, 왼손잡이였고 쉽게 산만해졌으며 때때로 이단적이었지만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와 끈질긴 호기심, 실험 정신으로 혁신을 이뤄낸 그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는 문화, 어느 분야에서든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 그리고 이질적인 것을 융합해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용인하는 분위기 속에서 천재가 만들어지고 우리의 혁신은 매일 새롭게 이어질 것이란 깨달음을 전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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