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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Apr 27. 2019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펜과 지우개의 끝없는 여정

[전시]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Descendents-Blue Wood 출처 : 롯데뮤지엄


  전시장에 입장해서 제임스 진의 작품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나의 첫인상은 굉장히 압도적이었다. 그의 작품은 크고 복잡하고 현란했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색채는 화려했고 곡선은 복잡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포스터를 맡았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던 섬세한 그의 성격이 거대한 화폭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Descendents-Blue Wood 출처 : James Jean Instagram


  ‘도대체 이렇게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렸을까?’ 가로 11m, 세로 3m나 되는 캔버스에 빼곡히 그림을 그려 넣은 제임스 진은 분명 천재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나라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거대한 백지 위에 점이라도 하나 찍을라치면 손이 떨려서 자괴감에 빠져버릴게 분명했다. 크기가 좀 작은 작품 들도다고 떻게 하면 머릿속에서 저것들이 나올 수 있지 잘 지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이렇게 큰 화폭에 내용을 꽉 차게 구성해서 여러 가지 대상을 꼼꼼하게 그려 넣을 수 있지에 대한 의문은 머지않아 금방 해소됐다.


Descendents-Blue Wood 출처 : James Jean Instagram


  작은 종이에는 조금 전에 본 작가의 거대했던 작품의 스케치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전시된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그 큰 작품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뚝딱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A4 용지 만한 사이즈의 종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그의 스케치가 천재적으로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케치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자 멀리 선 보이지 않던 많은 연필 흔적과 지우개 자국이 보였다. 그것은 그의 시간이고 고민이고 능력이고 영감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이 나에겐 전시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I preper a more naturalistic approach to making art."
"나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자연스러운 접근을 좋아한다."


  제임스 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드로잉다. 그는 스케치북을 항상 들고 다니며 드로잉으로 자신의 경험과 그로 인한 상상을 기록한다고 한다.


  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대만계 미국인 제임스 진, 그의 작품 곳곳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 있다.  주로 여러 나라의 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의 결합과 동식물의 결합을 모티브로 하는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되었다. 또한 어릴 적 집 근처에 있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자주 갈 수 있었던 그는 그곳에서 그는 드가, 몬네, 세잔, 고흐와 고갱과 같은 명작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들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ComplexCon Mural - Time Lapse 출처 : 유튜브 James Jean 채널


  전시장을 나서자마자 제임스 진의 인터넷 사이트와 SNS 계정을 찾아봤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그가 여태까지 발표한 그의 많은 작품이 나와 있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그가 영감을 얻은 흔적과 반복적인 소재 그리고 많은 드로잉이 나와있었다. 유튜브에는 그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나와있었다.


마더! (Mother!, 2017) 출처 : www.jamesjean.com/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출처 : www.jamesjean.com/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2017) 출처 : www.jamesjean.com/


사자 (The Divine Fury, 2018)


  나는 처음 보자마자 제임스 진능력을 그냥 천재적이라고 뭉뚱그려 치부하고 그가 자신의 작품에 쏟은 열정과 시간을 축소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스케치의 지우개 자국을 보고 그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결국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DC의 일러스트레이터, <페이즈블>의 표지 작가, <마더!> <셰이프 오브 워터> <블레이드 러너 2049> 그리고 곧 개봉할 <사자>의 포스터 작가, 애플과 나이키, 프라다와의 협업 아티스트. 뉴스 기사에나 나올 법한 타이틀보다 나에겐 제임스 진의 드로잉이 그를 좀 더 알 수 있게 해 줬다.




JAMES JEAN

ETERNAL JOURNEY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기간 2019.04.04(목) ~ 2019.09.01(일)

장소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James Jean ETERNAL JOURNEY 출처 : 유튜브 withLOTTE 채널


롯데뮤지엄은 현대 미술에서 혁신적인 전환점을 이룩한 거장 댄 플래빈(Dan Flavin)과 알렉스 카츠(Alex Katz), 그리고 케니 샤프(Kenny Scharf)의 대형 전시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여 우리 시각문화의 중요한 흐름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9년, 롯데뮤지엄은 전통과 문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치와 사회적 문제들을 아우르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삶의 다양한 면면을 환상적인 신화의 공간으로 재창조한 제임스 진(James Jean)의 전시를 진행합니다.

제임스 진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부터 디씨 코믹스(DC Comics)의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며 예술계에 뛰어듭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페인팅을 그리기 시작한 제임스 진은,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완벽한 테크닉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통해 한편의 대서사시와 같은 신비로운 화면을 창조합니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아시아 시각문화의 모태가 된 다섯 가지 색채와 재료를 주제로 한 아홉 점의 대형작품이 출품됩니다. 또한 상상력의 원천이 된 150점의 코믹북 커버작품과 200여점 이상의 드로잉, 그리고 그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볼 수 있는 대형 회화와 조각, 영상 등 500여점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전시됩니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적으로 탐구하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고통과 환희가 교차하는 곳으로 끊임 없이 여행하는 인생의 내러티브를 완성합니다. 이번 전시는 은밀한 자아의 내면과 당면한 현실의 문제들이 혼재된 독창적인 화면을 통해 우리의 삶을 환상의 세계로 변화시키는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출처 :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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