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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May 04. 2019

<비욘세의 홈커밍>불타는 금요일 밤 강변북로의 스포츠카

[영화, 넷플릭스, 음반] 비욘세의 홈커밍 (2019)

  내가 비욘세를 처음 제대로 본 것은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드림걸즈>에서였다. 당시 디나 존슨 역을 맡았던 비욘세는 영화에서 그리 좋지도 그렇다고 딱히 나쁘지도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녀가 영화에서 부른 노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특히 <Listen>은 한동안 굉장 인기가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그 노래만은 알았고, 팝송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방에 가면 누군가가 꼭 그 노래를 불렀다. 당시 락과 힙합 음악만 듣던 나도 그 음악만큼은 몇 번이고 찾아들었다.


  그때 나는 막 서태지 메탈리카 잉베이 맘스틴 (Yngwie Malmsteen) 콘(KORN) 린킨파크(Linkin Park)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을 듣다가 힙합 음악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라디오에 빠진 덕에 이승환과 유희열, 성시경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을 참 좋아했다. 나는 하루 종일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 심지어 신보, 그러니까 새 앨범이 나왔을 때는 밥을 먹을 때도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나도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의 가치관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때는 해외 가수들의 공연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이 지금보다 훨씬 드물었고, 어쩌다 그들이 내한한다고 해도 지방에 사는 학생인지라 서울로 공연을 보러 갈 만한 주머니 사정도 못되었다. 그래서 나는 라이브 앨범을 참 좋아했다. 물론 많은 팬들이 라이브 앨범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귀로나마 들을 수 있는 것이 나는 참 좋다. 그것이 좀 편집이 된 공연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 앨범을 통해 그들이 어떤 레퍼토리로 공연을 하는지 공연 때는 무슨 멘트를 하는지 같은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그 덕에 일방적으로나마 그들과 더욱 친숙해질 수 있었다.


  가장 처음 좋아했던 라이브 앨범은 발매된 지 한참 지난 이승환의 ≪무적전설(無敵傳設), 1999≫이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그 앨범의 세 장이나 되는 오디오 CD를 들으면서 '이승환의 공연은 정말 어마 무시하는구나'라는 것을 눈치챘다. 서태지의 ≪6th album re-recording & '02 etpfest live, 2003≫에서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Take 5>의 시작에 “오늘 마지막 곡 알죠?”라고 멘트를 듣고 그가 공연의 마지막에는 항상 <Take 5>를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성시경의 《성시경 라이브 앨범 - 歌話展 (가화전), 2004》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이 그의 <미소천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SNS는 물론이고 유튜브도 없었고, 당연히 '직캠'이라는 것도 없었을 때라 좋아하는 아티스트 공연 실황 영상을 보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당시 아티스트의 공연 실황 영상을 접할 수 있던 방법은 주로 텔레비전 안테나, 비디오테이프, VCD, DVD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학생이었던 터라 마저도 손에 넣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메탈리카의 《St, Anger》나 린킨파크의 《Live in Texas》는 나에게 정말 특별했다. 그 앨범들에는 오디오 CD 뿐만 아니라 리허설 영상과 공연 실황 영상이 담긴 DVD가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DVD에 흠집이라도 갈까 봐 굉장히 소중히 여기며 아무리 팬들이 평이 좋지 않아도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영상을 봤다. 또한 2004년 Mnet에서 방영해준 콘 내한공연 특집 방송에서 베이시스트가 무심한 듯 엄지를 튕기며 연주하는 것을 보며 교복 바지 재봉선에 열심히 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 2019) 출처 : IMDb


  다큐멘터리 영화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이 담고 있는 비욘세의 공연은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의 2018년 공연으로, 코첼라 역사상 최초 흑인 여성 솔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비욘세는 여태 누구도 보인적 없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다. 미국 마칭 밴드 콘셉트의 이 공연에는 그녀가 직접 흑인들로만 꾸린 코러스, 브라스 밴드, 드럼 라인, 댄서들로 시종일관 가득  채워졌다. 그 가운데 비욘세는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무대 위 거대한 피라미드를 오르내리고 관객 사이를 누비며 자신의 뚜렷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온몸으로 화려하게 뿜어다.

  영화 <비욘세의 홈커밍>에서비욘세는 공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아티스트로서의 힘을 통해 여성과 흑인 인권에 대한 소신 있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그녀는 그들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일깨우고 그들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취시킨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그녀의 기도는 공연을 함께한 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 모두 함께 모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 이 사람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무대가 모두에게 평생 기억할 추억이 되게 하시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깨닫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세요.
우릴 사용하시어
함께 성장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해주세요.
우리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람들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 2019) 출처 : IMDb


  연주, 안무, 의상, 조명, 무대, 영상, 사상, 서사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망라한 비욘세의 코첼라 공연은 영화 <비욘세의 홈커밍>과 그것을 생생하게 담은 라이브 앨범 ≪HOMECOMING: THE LIVE ALBUM≫의 발표로 비로소 종합예술이 되었다. 나는 이것들을 보고 들으면서 인류의 발전, 넷플릭스의 발전을, 비욘세의 발전을 새삼 실감했다. 나는 집에서 소파에 앉아 티브이로,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의 이 역사적인 예술 작품을 생생하게 듣고 볼 수 있었다. 내가 한 것은 엄지손가락을 몇 번 까딱까딱한 정도니까, 학창 시절 새로 발매된 라이브 앨범을 사기 위해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음반가게 까지 뛰어갔다 온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깊이 아쉬운 점은 이것을 영화관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요즘 같아서는 VR로 이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더 빠르게 올런 지도 모르겠다.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 2019)

연출 비욘세 놀스-카터, 에드 버크

출연 비욘세 놀스-카터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 2019) 출처 : IMDb


비욘세의 2018 코첼라 페스티벌!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그녀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섬세하게 준비된 완벽한 공연을 통해, 음악을 넘어 문화를 창조하는 그녀를 만난다.

출처 : 넷플릭스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A Film by Beyoncé, 2019) 출처 : 유튜브 Netflix Korea 채널





≪HOMECOMING: THE LIVE ALBUM≫ - Beyoncé (2019)


≪HOMECOMING: THE LIVE ALBUM≫ - Beyoncé (2019) 출처 : Discogs


팝 역사상 최고의 디바 ‘비욘세 (Beyoncé)’
2018년 코첼라(Coachella) 공연 실황을 담은 40곡의 라이브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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