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도 하고, 그랬죠.
알바천국을 뒤져도, 30대 결혼한 여자 사람이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일반 사무직 아르바이트나 통번역 일을 알아보았는데, 10년 정도는 회사에서 일을 해온내 엉덩이는 무게가 꽤나 나가는 데다, 사무직 외 특별한 경력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할수 있는 사무직 아르바이트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합정의 어느 디저트 가게에 자리가 있어서 면접을 보고 그 다음날 부터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마침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길에 짬짬이 커피를 배웠고, 그럴싸한 라떼 아트를 할줄 알았으므로, 생각보다 빨리 채용이 되었다. 그 가게에서 나의 선임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고 나는 그녀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처음 일을 익혔다.
내 선임은 말 서두에 "언니 근데 있잖아요" 늘 붙이면서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좋은 친구였다. 짬이 나면 20대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들을 나에게 털어두었는데, 이를테면 작은 고민은, 핸드폰에 어울릴 케이스 색깔에 대한 고민이나, 남사친이 남친이 될수가 있냐는 질문들, 언니 세대들은 어떻게 취뽀를 했냐는 그런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으며 같이 일을 했다.
30대 중반이 다되서 카페 알바를 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면에 봉착했다.
1. 사장님~하며 자연스럽게 내게 와서 말을 거는 손님
- 우리 사장님은 매일 내가 오면 도망치듯 카페를 나갔다. 아무래도 사장님만의 쉴 타임이 마침 내가 오는 때였던 듯. 저는 사장이 아닌데요, 알바생이에요. 하면 일동 당황.
2. 사장님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일
- 사장님의 결혼문제 (너무 딥하다.....딥해...)나, 부모님 부양 이야기.. 사회적 이슈.. (머리아파...) 등....
3. 아기 손님이 왔을 때 대신 놀아주는 일
- 20대인 나의 선배님이 가장 취약한 부분
4. 주차 봐주는 일
- 이 또한 20대인 나의 선배님이 약한 부분. 내가 한다. 오라이오라이, 스톱.
이 와중에 한번은 어떤 고객이 대변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변기 밖으로도 대변이 흘러 내렸고, (이 사람은 분명 대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것 같았다.) 본인이 닦는다고 닦았으나 그 닦았던 휴지가 밖으로도 나와서 매장 안에 똥내가 가득한 적도 있었다. 그날은 문을 닫고 똥을 치워댔다. 또.. 귀엽게도 아기의 똥기저귀를 그냥 자리에 놓고 깜빡하고 간다던지... 똥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여럿 있었다.
카페 일은 그저 디저트를 내고 커피를 내리면 될줄 알았는데,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난 미처 몰랐다. 게다가 그릇은 왜이렇게 잘 깨지고 없어지는거야. 그런 일들을 하고 너무나 많은 설거지 그릇을 마주하고, 별별 손님들을 대면하고 있자니, 너무 지쳐왔다.
나의 문제점은 10년간 직장인의 습관이 몸에 베어버린 탓에, 20대 친구들과 다르게 꽤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는데 있었다. 매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가 내가 해결해야 될 문제 같았고, 나는 기꺼이 내 시간을 쪼개어 문제를 해결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가게의 사장님이, 2호점을 낼 예정인데, 나보고 매니저를 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봐도 난 꽤 괜찮은 직원감이었을테지. 사장님이 여러번 계획을 말하긴 했지만, 진지하게 연봉 협상을 하자고 했다. 당연히 나는 사양했다.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어른스레 혀를 굴리는 사이 내 머릿 속에는 수많은 문장들이 지나갔다.
사장님,
오라이오라이 스탑 하는것도 지쳤구요
설거지도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카페는 왜이렇게 지저분한가요?
사장님 그리고 설거지 통에 설거지 외의 쓰레기좀 넣지 마세요.
그리고, 힘주어 말했다.
전 제 일을 시작할거에요.
(비록 제가 알바 나부랭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