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딸기 삼겹살이 카드 디자인이라니, 누구의 생각인가
지난달, 아내가 자주 가는 마트용 신용카드를 발급 받는데 상담원이 물었다.
"디자인은 뭘로 할까요?"
"뭐가 있는데요?"
"새우, 딸기 그리고 삼겹살이 있습니다."
"새우로 해주세요." 했다. 아내가 새우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새우가 왔다. 카드가 든 봉투를 열어본 아내가 소릴 질렀다.
"아악. 징그러."
대하, 오도리 아니면 흰다리새우. 거대한 갑각류 하반신이 생생하게 카드에 인쇄돼 있었다.
리얼하기도 하지. 아무리 생활비 특화 카드라 해도 이렇게 생생할 필요까지야.
새우 등짝에 꺼먼 똥줄까지 보일 것 같았다.
'왜 하필 이런 걸...' 아내는 툴툴댔지만 기왕 온 거 그냥 쓰라고 종용했다.
정 싫으면 뽀로로 스티커라도 붙이든가.
한 달이나 지났을까.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번엔 딸기로 해줘."
할 수 없이 다시 상담원 전화를 했다.
"디자인을 바꾸려고요. 새우말고 딸기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새우가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을까요?"
"새우가 반토막이에요. 징그럽다고 아내 잔소리가 심해서요."
그러자 통화가 잠시 중단됐다. 상담원이 숨죽여 웃는 것 같았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딸기로... (큭큭) 네네. 교체해.. 큭. 지금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딸기도 반토막이네요." "그래도 그건 좀 낫잖아요."
삼겹살 아닌 게 어디야.
세상에 카드 디자인이 새우 딸기 삼겹살이라니. 귀엽다고 하기엔 너무 리얼하잖아.
그래서 딸기가 왔다.
아무래도 새우는 고의로 분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