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집수리 / 이재정. 이정윤 저 / 이유출판>
2020년 2월 29일, 길담서원은 공주로 이사를 했다. 공주시 봉황동으로 옮긴 후, 1년은 쉬고 1년은 집수리를 했다. 코로나 시기와 겹쳤던 이 기간은 침잠하여 생각도 가다듬고 우리 몸도 점검하는 시기였다. 텅 빈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되어 있는 사고방식과 형상을 해체하고 다시 정립하는 시간이었다. 기존의 모든 관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조용히 공주시 원도심을 산책하고, 가끔 원거리 여행을 하고, 오래된 집과 씨름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중략)
무턱대고 시작한 공사를 작은 사고도 없이 마무리하고 2022년 2월 25일부터 비좁고 남루한 상태로 문을 열어가고 있다.
-<작은 책방 집수리 / 이재성, 이정윤 저 / 이유출판>-
우리는 모를 때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무섭고 더 많이 두렵다. 하지만 어떻게 멍이 내 몸에 들어왔고 상처가 났는지를 알면 아픔이 덜했다. 다음에 조심하게 되고 아픈 몸에게 휴식을 주게 되었다. 이러한 멍과 상처들이 우리의 몸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흔적을 남기고 집은 수리되어가고 있었다.
-<작은 책방 집수리 / 이재정. 이정윤 / 이유출판>-
갱년기 의 更은 '다시 갱'으로도 읽고 '고칠 경'으로도 읽는다. 그럼, 갱년기는 다시 새로운 나날을 사는 시기라는 말인가? 경년기, 몸을 고쳐가면서 사는 시기라고도 읽어봤다.
(중략)
화장실과 부엌 사이에 조적을 하고 문틀을 세우고 미 장을 하면서 생각했다. 헌 집을 해체하고 수리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듯이 내 몸도 가다듬으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 삶은 '꿈꾸는 삶'이 아니라 '꿈을 사는 삶'이어야 한다고.
-<작은 책방 집수리 / 이재정. 이정윤 / 이유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