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시험 준비로 독서실에 있는 막내가 조금 일찍 와줄 수 있냐고 했다. 그러마고 데리러 가는 15분간 음악을 들었다. 요즘 꽂혀 있는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볼륨은 최대한 크게, 반복 재생으로. 헤드라이트를 켤까 잠시 고민하던 어스름 저녁에 혼자 운전하며 들으면서 또 눈가가 뻐근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이 소절.
딱 붙들렸다.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오던 즈음에 문득 이 노래를 듣다가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아빠, 이 노래 좋아하나?
-어. 오늘 열댓 번 들었지 싶다.
내 사업이 망했을 때, 후회란 감정이 그렇게나 파괴적인 감정인 줄 처음 알았다.
그전까진 분노, 공포, 수치 같은 것들이 무서운 줄로만 알고 살았다.
후회가 사람을 이렇게 밤낮없이 뼈까지 태워죽일 줄은 몰랐다.
마취도 못한 채 괴물이 내 발가락부터 자근자근 씹어먹으면서 목으로 올라오는 걸 어쩔 도리 없이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통증은 통증대로 느끼면서, 그걸 매 시간, 매일 낮, 매일 밤 반복했다. 몇 년 동안.
-아빠 앞에서 말하긴 좀 뭐 하지만, 우리도 스무 살 때, 아니면 고딩 때 유행하던 노래 같은 거 막 부르면서 나이 먹기 싫다, 뭐 이런 얘기 한데이.
스물두 살짜리 막내의 말이다.
그래, 너희도 그렇구나.
나도 그렇다.
-너거는 다시 한 판, 이런 게 있잖아. 내 나이면 그게 쉽잖다는 거 알고, 이번 판이 마지막 같고 그래서 막 무섭고 그렇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