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by 수필버거

편입 시험 준비로 독서실에 있는 막내가 조금 일찍 와줄 수 있냐고 했다. 그러마고 데리러 가는 15분간 음악을 들었다. 요즘 꽂혀 있는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볼륨은 최대한 크게, 반복 재생으로. 헤드라이트를 켤까 잠시 고민하던 어스름 저녁에 혼자 운전하며 들으면서 또 눈가가 뻐근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이 소절.

붙들렸다.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오던 즈음에 문득 이 노래를 듣다가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아빠, 이 노래 좋아하나?

-어. 오늘 열댓 번 들었지 싶다.


내 사업이 망했을 때, 후회란 감정이 그렇게나 파괴적인 감정인 줄 처음 알았다.

그전까진 분노, 공포, 수치 같은 것들이 무서운 줄로만 알고 살았다.

후회가 사람을 이렇게 밤낮없이 뼈까지 태워죽일 줄은 몰랐다.

마취도 못한 채 괴물이 내 발가락부터 자근자근 어먹으면서 목으로 올라오는 걸 어쩔 도리 없이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통증은 통증대로 느끼면서, 그걸 매 시간, 매일, 매일 밤 반복했다. 몇 년 동안.


-아빠 앞에서 말하긴 좀 뭐 하지만, 우리도 스무 살 때, 아니면 고딩 때 유행하던 노래 같은 거 막 부르면서 나이 먹기 싫다, 뭐 이런 얘기 한데이.

스물두 살짜리 막내의 말이다.

그래, 너희도 그렇구나.

나도 그렇다.


-너거는 다시 한 판, 이런 게 있잖아. 내 나이면 그게 쉽잖다는 거 알고, 이번 판이 마지막 같고 그래서 막 무섭고 그렇데이.

-.....

-한 번 더 들으까?

-어, 나도 좋아한다.

황가람은 다시 '나는 내가 별인 줄 줄 알았다'고 노래한다.


-아빠 혼자 동전노래방 가서 이 노래하면서 좀 우까.

-그것도 괜찮겠다. 나도 해봤데이.

-진짜가~~

낄낄낄.


마트 앞이다.

-엄마가 뭐뭐 사 오라 했지?

-잠만, 톡 보께.


노래를 끄고, 시동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어두워진 바깥.

바람이 찼다.


https://youtu.be/x9Jz2OueIGY?si=au-Yzp1M8zA5nyH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