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웃사촌이었던 사람이 다녀갔다.
50 초반쯤? 나이를 들었을 텐데 몇 살 연하라는 것만 알겠고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믹스 커피 한 잔 대접했다.
종이컵을 받아 들고 공장 뒤뜰 플라스틱 의자에 조심스레 앉으며 대뜸 우울하다고 했다.
늙은 엄마는 오늘내일하고 있고, 친한 후배 한 명이 뇌 질환으로 갑자기 죽었단다.
허망하지.
인생 뭔가 싶고.
그가 하던 국숫집은 코로나 시절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 후 전업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어떠냐 묻지 않았다.
돈이라도 잘 벌면 그렇게까지 우울하진 않을 거라 짐작했다.
말은 미국 금리로 옮아갔다.
빚이 있다는 뜻일까.
답답한 정치 얘기도 했다.
살기 팍팍한가 보다.
얘기가 주섬주섬 길어질 기색이라 커피 한 잔 더 드리까요 했더니 가야 한단다.
그래도 사장님하고 얘기하면 좋습니다.
그래요? 뭐가요? 나도 시름시름하구먼.
그래도 말이 통해서 좋아요.
뭔 주제라도 백지장 모서리 맞들 만큼은, 허하지 않게 맞장구 칠 정도는 알아들어서일까.
주차장까지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뜬금없이 한참 전 술자리에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우연히 합석한 자리에서 처음 인사한 사십 중반쯤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술이 몇 순배 돈 뒤였다.
책 많이 보시죠?
갑자기 그기 먼 말입니꺼?
의자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남자 쪽으로 돌리며 웃는 낯으로 되물었다.
쓰는 단어가 달라요.
엥?
칭찬일까.
멋쩍게 허허 웃었다.
이럴 때 책 본 보람은 살짝 생긴다.
돈은 안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