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는 어떤 사람이든 간에 삶을 살아가는 데는 두 종류의 친구를 필요로 한다. 첫 번째 종류는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할 수 있는 친구다. 같이 좋아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기심을 가리고 거짓으로 기뻐해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기쁨을 공유하며 자기한테 그런 일이 생겼을 때보다 더 좋아해 줄 누군가 말이다. 두 번째 종류는 상황이 정말 끔찍하게 잘못되고 있을 때 전화할 수 있는 친구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딱 한 통화를 할 수 있을 때 생각나는 누군가 말이다.
-<하드씽>, 벤 호로위츠 -
'진정한 친구가 셋만 되면 성공한 인생'이란 말이 있다.
어린 날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인데, 그때는 코웃음을 쳤다.
친구가 이마이 많은데 달랑 셋이라니.
중년이 되며 셋이란 숫자가 점점 커 보였다.
어쩌면 영영 불가능한 숫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생겼다.
저런 말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하드씽'은 저자 벤 호로위츠의 개고생담이며 생지옥을 통과하며 압축된 생각들을 모아 쓴 책이다.
읽으며, 왜 내가 감정이입을 이리도 하는지...
호로위츠 자신은 그런 친구들이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그는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피터 틸, 일론 머스크 등 스타트업 페이팔을 창업하고 거금을 받고 매각하여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너무 뻔한 말 같은 저 문장에 밑줄(하이라이트) 친 이유는 저자가 부러워서다.
나는 있는가?
가부의 대답보다 '꼭 있어야 하나?', '나는 누구에게 그런 친구인가?' 란 변명 같은 자문(自問)이 먼저 튀어나온다.
"시기심을 가리고 거짓으로 기뻐해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기쁨을 공유하며 자기한테 그런 일이 생겼을 때보다 더 좋아해 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딱 한 통화를 할 수 있을 때 생각나는 누군가'
글쎄다.
나도 있소! 란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긴 하지만 씁쓸하다.
몇 해 전, 필라(FILA) 윤윤수 회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 아큐쉬네트 인수 직후의 에피소드를 읽었다. 길고 지난한 여정 끝에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 밤, 홀로 이국의 호텔방에서 불알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온다.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여는 것도 아니고, 재무적 투자자와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사업적으로 아무 관련 없는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단다. 윤 회장은 거두절미하고 대뜸 '내, 해냈다'는 한마디를 하고, 친구는 '니는 해낼 줄 알았다'라고 덤덤히 축하했다는 내용이었다.
벤 호로위츠도 윤윤수도 성공한 인생이다.
돈도 많이 벌었고 곁에 사람도 남겼다.
나만 없고, 남들은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게 점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