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벼르고 미루던 일 하나를 처리했다.
개운함은 없고 께름칙함만 남았다.
예상했던 바다.
차일피일의 근원은 두려움임을 모르지 않았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만 틀어막았을 뿐.
알면서도 도리 없어 미루고 또 미뤘다.
이제 도저히 더 물러설 틈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몇 시간 꼼지락거려 어슴푸레 마무리 지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두려움은 극대화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은 사람을 얼어붙게 한다.
한겨울 얼음 계곡 입수처럼 내딛던 발끝에 부지불식간에 힘이 들어가 멈추고, 한 걸음 물렀다 다시 발을 떼기를 반복했다.
실수는 일상다반사다.
안다. 알고 있다.
시간만 있다면 실수는 학습이고 경험이다.
내 두려움은, 든 나이가 근원이다.
어쨌든.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밤 열 시.
맥주 캔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