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원짜리 커피 믹스 한 잔

by 수필버거


'오늘은 믹스 커피를 태워줄까?'
차를 세우며 명진슈퍼 안을 힐끔 쳐다봤다.

반년 정도 병원 생활 후 퇴원한 명진 아줌마 얼굴에 생기가 사라졌다. 잠시도 쉬지 않고 늘 작은 가게 안팎을 치우고 정리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사람이었는데. 슈퍼 안 공기도 덩달아 가라앉았다.

겨울엔 아줌마가 타주는 오백 원짜리 믹스커피를 사 마신다. 회사에도 봉지 커피는 널렸다. 아줌마가 탄다고 맛이 다르지도 않다. 담배를 사면서 커피 한 잔을 더하면 오천 원을 채울 수가 있다. 얼마 안 되지만 조금 보탬이 되는 기분으로 그리 한다. 잠시 앉았다 가는 가게 앞 자릿값이기도 하고.

아줌마는 가게에 딸린 작은 쪽방 계단 세 개도 힘겨워 내려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슈퍼로 들어가면서 아줌마가 방에 있는지 계단을 내려와 있는지부터 살핀다.




내게 김이 모락 나는 커핀 잔을 건네며 말을 건다.
"오늘은 쪼매 덜 춥지예."
"예, 어젠 영 봄이더만요."
커피를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1월의 겨울 아침은 같은 시간인데도 매일 조금씩 밝아진다. 곧 봄 오고, 여름 오고 또 겨울이 오겠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명진에 드나든 지 몇 년이나 됐는지 생각했다. 아줌마도, 나도, 지금보다는 조금 젊고 활기찬 모습이 떠오른다.

후우우..........
먼산을 바라보며 연기를 길게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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