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견디는 사람이 있고, 통과하는 사람이 있어요.
먼산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말했다. 한동안 안 보다가 최근 다시 연이 닿은 오랜 친구의 말이다. 뭔가를 겪는 중이구나, 생각했다. 말에 한숨과 바람이 묻어 었었다. 부디 빨리 빠져나가길 바란다 답하며 한 시기를 떠올렸다. 그때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들이 하루를 채우던 때였다. 해 뜨고 눈 뜨는 게 무서웠던 시절.
견딤과 통과는 순서의 말이다. 터널 끝에서 비춰드는 실낱같은 빛을 보며 느끼던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안도(安堵). 참도 잘 견뎌냈구나 하는. 그런데 컴컴한 터널의 기억을 자양분 삼아 다음을 계획하는 '통과'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연유로 한 몸 같은 두 단어를 나눠 쓴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통과한 사람은 과정의 무용담에만 매몰된 사람과 달리 '성장'의 단어를 쓴다. 모쪼록 잘 통과하여 의미를 부여할 날을 빨리 맞기 바란다.
최근에 들은 이 말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내가 곧 그 구간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 길진 않겠지만, 견디는 동안 내 뼈에 새겨진 쓰린 기억이 화들짝 나를 괴롭힐 게다. 내 발로 터덜터덜 입구를 향해 걸어 들어갈 각오, 또 한 번 견뎌낼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1월 첫 주에 자질구레한 준비를 마쳤다. 영업시간은 오전 열 시부터 밤 열 시로 정했다. 장사하는 회원들이 말렸다. 그게 생각보다 고되다고 했다. 그냥 앉아있는 게 뭐 그럴까 했는데 그들 말대로 힘든 일이었다. 짬 내서 낮잠을 잔들 뭐랄 사람 없는 사무실과 달리 통유리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쇼룸 같은 '매장'이란 공간이 주는 옅은 긴장이 있었다. ai에게 전국의 책방, 북카페 영업시간 조사를 시키고 평균을 내게 했다. 11시에서 20시까지가 다수였다. 나는 공장 업무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나는 다르게 가기로 했다. 북카페 영업시간은 13시~21시. 여기까지 결정하고 대책회의 (네이버) 밴드에 정식 오픈은 1월 16일이라고 공지하고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을 했다.
지금은 ai와 두 가지 일을 진행하고 있다. 대책회의 SNS 유니버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플랫폼마다 다른 글을 쓰며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북카페 대책회의에서 진행할 여러 프로그램 초안을 잡고 순서 기획을 하고 있다. ai를 직원 삼아 회의를 한다. 직원의 유능함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번 설 연휴 동안 ai와 함께 여러 클래스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월 막주에 우선 2개 정도의 파일럿 프로그램의 홍보를 시작할 것이다. 3월 시작이 목표다. 여러 차례 실패를 각오한다. 연휴가 끝났다고 없던 손님이 줄을 설 일도 없을 것이다. 내 앞에 신작로처럼 펼쳐진 길고 긴 견딤의 시간이 선연히 보인다. 각오하고 들어가도 걷는 동안 수시로 괴로운 게 인간이다. 안 통하면 어쩌지. 안되면 어떡하지. 온갖 잡념이 문득문득 밀려들 게다.
아마 이런 구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고 있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당신도, 나도, 다만 견딤으로 끝나지 않기를, 그리 길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