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성해나 저)
곰곰이 고민하다 저는 봉투의 공란에 오래전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의 주소를 적었습니다. 사진관에 딸린 그 작은 집의 주소를요. 한데 모여 밥을 먹고, 골목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던 한때를 반추하면서요.
누가 이 편지를 받을까요.
재하야, 다정히 부르며 이마를 쓸어주는 아버지일까요. 희고 따듯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는 어머니일까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가만히 미소 짓는 형일까요.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며 오오누키 씨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미처 못다 한 말이 봉해진 편지를요.
-<두고 온 여름>, 성해나-
19살 기하 아버지와 11살 재하 엄마가 재혼을 하고 4년 한집 살이를 하다가 흩어진다. 두 아들, 기하와 재하의 입장이 번갈아 나오는 교차 시점 소설이다. 인물 감정 변화를 대사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절제된 톤이 좋았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마지막 구절을 읽고, 나는 내 여름을 생각했다.
보호받던 시절, 전가(轉嫁)할 수 있던 시절.
너무 멀고 아득했다.
변성기도 오기 전이었던가,
더 어렸던가,
소설처럼, 내 여름도 너무 짧았던가.